[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북극 다산과학기지에서 동토대 생태 연구 
다양한 북극식물이 연출하는 ‘천상의 화원’
북극얼음 두께, 60년대 비해 40%나 감소
기후위기 시대, 북극의 경고 귀 기울여야

북극의 만년설. [사진=한동욱]
북극의 만년설. [사진=한동욱]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고양신문]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올 봄 유난히 비가 많더니 여름엔 강한 소나기와 견디기 힘든 폭염이 쏟아지고 있다. 이럴 때 더위를 피하기 위한 방책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나와 같은 현장과학(field science)을 하는 생태학자들은 휴가지에서 일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북극의 스발바르제도에는 유럽인들의 여름휴가지로 각광받는 관광지가 많다. 북극크루즈를 타고 여러 섬들을 둘러보는 여행은 생각만 해도 시원하리라. 이런 관광장소에서 일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요즘 말로 워케이션(workation)이라고 한다. 이 더위에 필자에겐 진정한 워케이션이었던 북극탐사 이야기로 독자들의 더위를 식혀보련다.

수년 전 기후온난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를 위해 북극을 다녀온 적이 있다. 약 5년간 매년 7~8월에 극지연구소 북극하계탐사대 일원으로 노르웨이 스발바르(Svalbard)제도에 있는 다산과학기지에 체류하며 북극 툰드라 영구동토대의 생태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한여름을 북극에서 보낸다는 것, 그것도 신비롭기 그지없는 백야의 시기에 극지에 머문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분을 주었다. 

빙붕위의 북극세가락갈매기(Kitiwake) [사진=한동욱]
빙붕위의 북극세가락갈매기(Kitiwake) [사진=한동욱]

처음 북극과의 만남은 스무 명 남짓 타는 독일제 경비행기 안에서였다. 북극빙하 위를 미끄러지듯 날던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북극 만년설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눈에 덮인 봉우리와 그 사이의 ‘얼음의 강(빙하)’들이 계곡을 내달리다 바다와 만나 이내 얼음절벽이 되었다. 바다에는 빙붕이 둥둥 떠다니고 빙벽은 무너지고 있었다. 곳곳에 빙하가 녹아 강물처럼 물줄기들이 만들어지고 엄청난 강물들이 바다로 흘러 바닷물이 하구처럼 뿌옇게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 이것이 기후변화의 현장이구나’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녹아내린 빙하가 붕괴되는 모습. [사진=한동욱]
녹아내린 빙하가 붕괴되는 모습. [사진=한동욱]

북극 얼음은 두께가 1960년대에 비해 무려 40%나 감소되어 평균 1.8m 남짓 남았다고 한다. 특히 여름에는 눈이 녹으면서 드러난 영구동토대가 해동되면서 미생물 활동이 활발해지고 식물도 웃자라며 덩달아 동물들도 이동과 번식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북극다산기지 주변은 6월부터 9월까지 평균 기온 0℃ 이상이어서 생물다양성이 매우 높다. 여름철에는 순록과 북극곰, 북극여우, 잔점박이물범을 비롯해 바나클기러기와 북극도둑갈매기, 북극제비갈매기, 북극세가락갈매기,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희귀하게 찾아오는 흰멧새(snow bunting) 등 160여 종의 새와 1800여 종의 해양무척추동물이 서식한다. 

무엇보다 장관인 것은 자주범의귀, 북극황새풀, 북극황새냉이, 북극담자리꽃나무, 스발바르양귀비 등 200종 가까운 북극식물들이 연출하는 천상의 화원이다. 이들 북극식물들과 함께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될 정도로 꽃들이 특이하고 아름다웠다. 

북극담자리꽃나무. [사진=한동욱]
북극담자리꽃나무. [사진=한동욱]

그러나 북극연구란 그리 녹녹지만은 않다. 체류가 허가된 제한된 시간 안에 임무를 마쳐야 하니 맘은 급하고 걸핏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평상시에도 밤에 해가 중천에 있으니 새벽 2~3시가 되어야 잠이 들고 새벽 6시면 눈이 떠진다. 길이 없는 곳은 조디악 보트에 의지해 세찬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헤치고 나가야 하고, 차고 거칠게 흘러내리는 빙하강을 수시로 건너야 한다. 빙하가 후퇴한 불안정한 너덜바위지대를 걷다 보면 금방 관절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든 것은 갑작스런 북극곰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해마다 기지촌 주변에서 과학자들이 북극곰에 희생되기도 했기 때문에 탐사를 나설 때면 항상 실탄이 든 장총을 소지하고 다녀야 했다. 하나 그 정도의 장애물은 어디에나 있는 법, 북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연구장소였다. 

바나클기러기(Barnacle goose) 가족. [사진=한동욱]
바나클기러기(Barnacle goose) 가족. [사진=한동욱]

북극을 방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북극이라 하면 북위 66도 30분 이북의, 북극점을 중심으로 지구의 머리 부분에 둥그렇게 환을 그린 북극환(Arctic circle) 지역을 말한다. 대부분 얼어 있지만 엄연한 바다와 섬이 있으니 보통 북극해라고 부른다. 여름에는 밤이 없는 백야가, 겨울에는 낮이 없는 극야가 나타나는 신비로운 지역이다. 우리나라 다산과학기지는 북위 79도 정도에 위치하고 있어 북극을 연구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관광객들은 스피츠베르겐섬의 롱이어뷔엔까지는 방문이 허락되며, 이곳에서도 북극의 다양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북극 크루즈를 타면 하루 1~2시간 정도 다산기지가 있는 니올레순 기지촌을 둘러 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라.

지구의 체온계가 올라가고 지구촌 곳곳이 기후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연일 들리는 요즘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계가 응답하는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요즘 부쩍 폐부 깊숙이 들어오던 차디찬 북극 공기의 신선함이 무척 그리워진다. 

북극황새풀. [사진=한동욱]
북극황새풀. [사진=한동욱]
순록. [사진=한동욱]
순록. [사진=한동욱]
이끼 위의 북극제비갈매기 둥지. [사진=한동욱]
이끼 위의 북극제비갈매기 둥지. [사진=한동욱]
흰멧새(Snow bunting). [사진=한동욱]
흰멧새(Snow bunting). [사진=한동욱]
잔점박이물범(Harbor seal). [사진=한동욱]
잔점박이물범(Harbor seal). [사진=한동욱]
자주범의귀. [사진=한동욱]
자주범의귀. [사진=한동욱]
[사진=한동욱]
북극의 필자. [사진=한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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