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백석2동 13블록 골목나들이

알미공원에서 호수공원까지 이어진 녹색 산책로
레트로한 카페 지나면 흥미로운 공방 나타나고
앵무새·말미잘·거북이가 반겨주는 특별한 펫숍
“사람 사는 정 가득한 13블록으로 놀러오세요”

백석2동 13블록의 랜드마크인 '이전유통' 사거리. 
백석2동 13블록의 랜드마크인 '이전유통' 사거리. 

[고양신문] 일산신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기나긴 아파트의 숲’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규모 아파트단지 사이사이마다 단독택지 블록이 배치된 도시이기도 하다. 어느덧 30여 년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단독블록들은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게 됐다. 백석2동 13블록은 3호선 백석역과 마두역 사이, 중앙로 알미공원과 호수로 사이 정사각형 모양의 블록이다. 대부분 3층 높이의 건물들로 채워져 있고, 건물 1층에는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문을 열고 있다. 먹자골목이 발달한 중앙로 건너편 8블록과 12블록에 비해 13블록은 여전히 조용한 주택가 이미지가 강하지만,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간들이 적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자랑이다. 

백석2동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알미공원. 
백석2동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알미공원. 

마을축제 열리는 알미공원 야외무대

이은영 백석2동 마을꿈활동가의 안내로 13블록의 숨은 매력을 찾아 골목나들이에 나섰다. 나들이의 출발점은 알미공원이다. 커다란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알미공원 중앙에는 크고 작은 마을 축제가 열리는 커다란 공연무대도 마련돼 있다. 

알미공원에서 시작해 13블록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녹색의 도보로를 따라가다 보면 향나무공원이 나타난다. 이웃들의 느긋한 쉼터인 향나무공원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가면 호수로를 만나고, 호수로 건너편에 펼쳐진 녹지를 따라가면 청평지공원을 지나 호수공원까지 이어진다. 알미공원에서 시작해 13블록은 지나 호수공원까지 연결되는 녹색의 띠가 시원하고 한가로운 산책의 시간을 선물해준다.  

13블록을 가로질러 알미공원과 호수로를 연결해주는 녹색 도보로. 
13블록을 가로질러 알미공원과 호수로를 연결해주는 녹색 도보로. 

70년대 포니자동차 ‘반가워라’ 

이은영 활동가는 “13블록 나들이를 즐기려는 분들을 위해 4개의 테마를 추천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테마는 큰길과 접한 녹지대를 따라 들어선 카페들이다. 점점 다양하게 분화하는 젊은세대의 취향과 문화를 반영하듯, 13블록의 카페들도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한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읍천리 382’다. 카페 이름부터 간판 디자인까지, 첫인상부터 레트로 감성 뿜뿜한 ‘읍천리 382’ 입구에는 연노랑색 클래식카 한 대가 찾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50대 이상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킬 추억의 자동차, 1970년대 생산된 ‘포니 픽업’이다. 차의 측면에는 옛스런 글씨로 ‘샐러드·샌드위치·디저트·음료 딜리버리 카페’라고 적혀있다. 이은영 활동가는 “일회용 캔 모양의 용기에 음료를 담아 배달하는 것으로 SNS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카페”라고 귀띔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조명과 전시물, 결혼식장 포토존 등 구석구석 레트로 정서를 세련되게 연출한 인테리어가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레트로 감성 가득한 카페 '읍천리 382'.
레트로 감성 가득한 카페 '읍천리 382'.

얼마전 문을 연 ‘멜로우 터틀’은 이름 그대로 깔끔한 수족관에서 귀여운 거북이가 헤엄치는 스타일리시한 브런치카페다. 화사한 실내 분위기와 통유리창 뒤편으로 펼쳐진 초록색 녹지대가 편안한 시간을 제공한다. 

블록 안쪽에 자리한 ‘클래식다방’은 클래식을 비롯해 재즈,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LP판을 소장하고 있는 음악마니아들의 아지트다. 턴테이블과 스피커를 통과해 흘러나오는 아날로그 멜로디가 특별한 청각여행을 선사한다. 
그밖에 ‘카페 인 브릭’을 비롯한 몇몇 카페들은 멋진 테라스와 쾌적한 야외테이블을 갖추고 손님을 맞는다.  

LP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아날로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다방'.
LP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아날로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클래식 다방'.

가죽 두드려볼까, 도자기 빚어볼까

13블록 골목나들이 두 번째 테마는 바로 ‘공방’이다. “나만의 취미, 또는 재미있는 체험을 즐기기에 참 좋은 동네”라는 게 이은영 활동가의 자랑이다. 공방들은 대체로 커다란 간판이나 안내판 등을 내걸지 않는 까닭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골목나들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보니 다양한 종류의 공방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었다. 

‘마틴가죽공방’은 색색의 가죽을 두드리고 자르고 꿰매어 핸드백, 지갑, 홀더 등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가죽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두 개의 공방이 연이어진 ‘마을공작소’에서는 각각 목공과 향초공예를 배울 수 있다. 또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면 솜씨 좋은 장인으로부터 도자기를 배울 수 있는 몰리스토 도자기작업실이 나타나고,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쿠킹 클래스, 커피를 배우는 바리스타 클래스도 찾을 수 있다. 

'몰리스토' 도자기공방의 내부 모습. 
'몰리스토' 도자기공방의 내부 모습. 

앵무새, 물고기, 파충류 옹기종기

세 번째 테마는 ‘특수동물 펫숍’이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인공인 펫숍은 어느 동네든 한둘쯤 있겠지만, 13블록에는 좀 더 특별한 펫숍들이 한쪽 골목에 모여 있다. 

‘버드가든’에서는 앵무새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귀엽고 예쁜 새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옆 ‘재미난 수족관’은 이름 그대로 물속에 사는 형형색색의 어류와 말미잘 등을 재미나게 구경할 수 있고, ‘뉴런렙타일’이라는 특이한 간판을 내건 가게는 도마뱀, 육지거북, 카멜레온 등 각종 희귀애완동물과 용품들을 판매하고 분양하는 매장이다. 13블록의 특수동물 펫숍들을 차례로 둘러보면 사람들의 취향과 욕구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뉴런렙타일'은 다양한 특수동물들로 가득한 흥미로운 펫숍이다. 
'뉴런렙타일'은 다양한 특수동물들로 가득한 흥미로운 펫숍이다. 

단골들이 추천하는 전통 맛집들

13블록 나들이의 마지막 테마는 뭘까. 골목나들이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게 역시 맛집이다. 13블록에도 종류도 메뉴도 다양한 맛집들이 줄지어 있다. 이은영 활동가는 “맛집이 너무 많아 대표맛집을 추리기 어려웠다”면서도 오랜 시간 손님들의 입소문 검증을 마친 대표 맛집들을 추천했다.

갈촌칼국수는 해물칼국수와 판모밀, 수제돈가스가 대표메뉴인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인기가 높단다. 호수로변에 자리한 장수삼계탕은 일산의 대표 삼계탕집 중 한 곳이다. 복날이 이어지는 요즘에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그밖에 강남육면, 신신면가, 홍천강 다슬기, 산야 쭈꾸미, 북경 중화요리 등 나름의 요리 내공을 자랑하는 맛집들이 두세 집 건너 이어진다.

푸짐하고 맛있는 '북경 중화요리'의 탕수육.
푸짐하고 맛있는 '북경 중화요리'의 탕수육.

최고의 여행 테마는 ‘사람 사는 냄새’ 

골목나들이를 하는 도중 우연히 남신현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만났다. 이은영 마을꿈활동가와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이웃사촌의 살가움이 가득 묻어난다. 13블록의 자랑거리를 묻는 질문에 남신현 위원장은 “사람들의 정”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이사를 가지 않고 오래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서로 잘 알고 지내지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일이 생기거나, 마을에서 무슨 일을 추진할 때면 너나 없이 자기 일처럼 나서주시고요.”

멋진 카페, 흥미로운 공방, 신기한 이색동물 펫숍, 다양한 맛집들…. 13블록의 다채로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를 만든 특급 재료는 바로 ‘사람 사는 냄새’였나보다. 

백석2동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남신현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 
백석2동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남신현 백석2동 주민자치위원장. 
13블록의 매력을 구석구석 소개해 준 이은영 백석2동 마을꿈활동가(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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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은 지난 5월 생활정보 유튜브채널 ‘고양신문 하루여행’을 개설하고 고양의 맛집, 카페, 나들이코스를 소개하는 영상 콘텐츠를 매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한 ‘백석2동 13블록’ 골목나들이 영상도 유튜브 ‘고양신문 하루여행’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고양신문 하루여행’ 동영상 콘텐츠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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