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제로웨이스트숍 일산 정발산동 ‘산두로 상점’

 

포장지 없애고 플라스틱 줄여
친환경품, 리필스테이션 인기
20~30대 젊은 층 관심 높아
“쓰레기 줄이는 습관 안내”

[고양신문] 넘쳐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행동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재활용을 넘어 쓰레기배출 자체를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자는 이른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이 그 중 대표적인 사례다. 브라질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의 ‘어택운동’을 통해 표면화됐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타고 국내에도 녹색소비를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숍’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 6월 마포구 망원동에 ‘포장지 없는 알맹이만 판매’한다는 슬로건으로 문을 연 알맹 상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100여 곳의 제로웨이스트숍이 문을 열었다. 고양시에도 지난 6월 정발산동에 일산 최초 제로웨이스트숍인 산두로 상점이 생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장재 없는 리필, 친환경제품 판매
일산지역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밤리단 길. 각종 빈티지 가게들을 지나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서면 조금은 생소한 풍경의 상점이 눈에 들어온다. 제로웨이스트, 리필스테이션, 무포장가게를 표방하고 있는 이곳의 명칭은 ‘산두로 상점’. 동네 거리명인 ‘산두로’를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화장품, 비누, 샴푸, 세제 등 다양한 생활제품을 포장재 없이 판매하고 있다.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하는 대나무 칫솔, 천연수세미, 코코넛화분 등 각종 친환경 제품을 살 수 있으며 집에서 용기를 따로 가져와 각종 천연세제, 곡물류 등을 리필해 갈 수도 있다.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고체치약, 실리콘 면봉 등 다양한 친환경 아이디어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난달부터는 전국 제로웨이스트 가게들과 함께 우유팩과 멸균팩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

 

“우리가 상품을 살 때 내용물을 구매하고 싶은 거지 포장지를 사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특히 요즘 새벽배송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편리함과 별개로 포장 쓰레기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산두로 상점은 이처럼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를 막기 위해 무포장과 최소포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산두로 상점을 운영하는 문소라 대표의 설명이다. 문 대표가 표방하는 산두로 상점의 또 하나의 모토는 바로 ‘우리 동네 제로웨이스트 숍’이다. 

“우연히 알맹상점 인터뷰를 봤는데 고양시민들도 망원동까지 큰 캐리어를 끌고 가서 상점을 이용한다고 하더군요. 특례시를 앞둔 108만 도시에 제로웨이스트숍이 없어서 저 먼 곳까지 가야하나 살짝 충격 받았어요. 마침 일을 그만두고 가게를 낼까 고민하던 차에 동네주민들을 위한 제로웨이스트숍 컨셉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무분별한 플라스틱 사용 문제의식 느껴
문 대표는 평소 텀블러와 에코백 활용 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개인적인 실천을 해왔지만  막상 제로웨이스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환점이 됐던 몇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오디오콘텐츠 작업가로 일하던 시절 겪은 경험이었다. 

“2018년쯤인 거 같아요. 평소처럼 회의를 하면서 카페 음료를 주문했는데 끝나고 난 뒤 플라스틱 컵이 버려져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답답한 마음이 들었어요. 마침 같이 작업했던 가수 요조씨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때부터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예민함을 느끼기 시작했죠.”

'우리동네 제로웨이스트 숍' 산두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소라 대표.
'우리동네 제로웨이스트 숍' 산두로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문소라 대표.

 

그때부터였을까. 문 대표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각종 글과 다큐를 보면서 좀 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마침 2019년 이사를 온 고양시에 아직까지 제로웨이스트숍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단 가게를 열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난 뒤 모든 과정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전까지 차고지로 쓰인 공간을 임대해 꾸미고 나니 주변 빈티지 가게들과 분위기도 어울렸다. 실제로 이곳 밤리단 길에 놀러온 젊은 층들이 이곳 산두로 상점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처음 문을 열 때 타깃은 주로 동네 주민들이었어요. 그런데 두 달 정도 운영하고 보니 의외로 20~30대 손님들의 호응이 매우 크더군요. 아무래도 젊은 층에게는 환경문제가 본인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도 하고 이곳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치는 계기도 되는 것 같아요.”

일산서구청소년수련관과 함께한 ‘병뚜껑 프로젝트’ 호응 커 
‘우리 동네 제로웨이스트숍’이라는 모토처럼 산두로 상점은 지역기관들과 의미 있는 실천활동도 펼치고 있다. 일산서구청소년수련관과 함께하는 ‘플라스틱 병뚜껑모으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표는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반응이 좋았던 사업이라 고양시에서도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참여도가 높아서 놀랐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시작 한 달 만에 모인 병뚜껑 수는 약 4540개. 참여인원만 100명이 넘었다. 

“다들 병뚜껑 재활용을 통해 직접 결과물까지 보다 보니 하나의 놀이처럼 느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참여자들이 일산에도 제로웨이스트숍이 생겼다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죠.”

최근 기후위기 사태 등과 맞물려 환경문제는 이제 우리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문소라 대표는 “환경문제가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 쓰레기배출을 줄이기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산두로 상점
주소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109번길 32, 1층
운영시간 화~토 12:00~20:00
     일 14:00~18:00   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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