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숲과 나무는 녹색 탄소 비축하는 저장고
나이 든 나무도 저장속도 줄뿐 저장량 늘어

이왕이면 어린 나무 나대지에 심어야 효과   
공원·하천 등 지속적으로 도시숲 확대해야   

녹색탄소 저장소인 공릉천 하천 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녹색탄소 저장소인 공릉천 하천 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고양신문] 바야흐로 가을이 코앞이다.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밤공기가 서늘해졌다. 지난주까지 에어컨을 만지작거렸는데 한 주 만에 전기요를 찾고 있다. 탄소중립시대에 절전은 필수라고, 그래야 생태문명인이라고 끊임없이 머리는 훈수를 두지만 내 두 손은 냉난방기의 리모컨을 찾고 있다. 내 머리와 손은 멀어도 참 멀다. 누군가 현대인류를 전기의존인간이란 뜻으로 ‘호모 일렉트로닉쿠스’라 한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이왕 화두를 잡은 김에 요즘 핫한 이슈인 나무심기와 탄소중립에 대해 얘기해 보자. 

기후학자들은 대기 중에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의 양을 낮추지 못하면 곧 대재앙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행동가들은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mitigation)시키고 탄소배출을 제로화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태학자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미 배출된 탄소를 지상이나 토양, 바다에 보다 효율적으로 잡아 두어 적응의 시간을 벌어 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녹색탄소 저장고인 장항습지 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녹색탄소 저장고인 장항습지 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유엔환경계획(UNEP)은 탄소가 저장된 장소와 특성에 따라 4종류의 색깔로 구분한다. 숲과 초지, 습지와 같은 육상생태계에 잡혀있는 탄소를 녹색 탄소(그린 카본), 바다와 갯벌, 맹그로브 숲과 같은 해양생태계에 잡혀 있는 탄소를 청색 탄소(블루 카본)라고 한다. 또한 산업현장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탄소를 갈색 탄소(브라운 카본), 불완전 연소되어 초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그을음과 같은 탄소를 흑색 탄소(블랙 카본)라고 한다. 

그 중 시민들이 일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용이한 생태학적 탄소 저감법은 녹색 탄소를 늘리는 것이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단순하다. 나무를 심고 숲을 보호하는 일이다. 숲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습지, 초지, 공원과 같은 도시의 녹색 탄소 저장고를 보호하는 일이다. 보호의 첫걸음은 ‘지켜보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 말하자면 시민생태모니터링에 참여하는 것이 녹색 탄소를 지키는 시작임을 잊지 말자.  

녹색탄소 저장고인 정발산 서어나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녹색탄소 저장고인 정발산 서어나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나무 심기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자. 녹색 탄소를 늘리려면 나무를 심어야 한다. 왜 풀이 아니고 나무일까. 해답은 광합성과 목질소에 있다. 생명이 살려면 먹어야 하는데 식물은 그 일용할 양식을 스스로 만드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때 식물은 빛과 이산화탄소와 물이 있어야 한다. 잎의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먹고(!) 이를 엽록소에서 빛에너지를 이용해 탄수화물로 전환하여 몸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탄소덩어리는 나무의 목질소 속에 저장되며 우리는 이것을 녹색 탄소라 부른다. 풀은 가을에 시들어 다시 탄소를 자연으로 방출하게 되지만, 나무는 기둥 속에 길게는 수백 년 동안 탄소를 저장한다. 

녹색탄소 저장고인 일산호수공원 습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녹색탄소 저장고인 일산호수공원 습지.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그러나 나이가 들면 대사가 떨어지는 법, 나무도 늙어 갈수록 생장 속도가 느려지고 연간 탄소저장량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 저장량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살아있는 한 전체 저장량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종국에 나무가 쓰러져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탄소는 다시 자연계로 방출되지만, 목재를 수확해서 건축재로 사용한다면 건축이 존재하는 기간만큼 녹색 탄소 저장기간은 늘어나는 것이다. 당장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면 나무를 심고 숲을 늘리는 것이 탄소 저감의 원칙이다. 그리고 이왕 나무를 심을 거면 어린 나무를 나무가 없는 나대지에 심어야 한다. 공원숲, 도로숲, 하천숲, 학교울타리숲 등 도시숲을 더 만들어 내야 한다. 이미 잘 유지되고 있는 숲은 잘 돌보고 말이다. 

녹색탄소 저장고인 대화천 제방 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녹색탄소 저장고인 대화천 제방 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그런데 이와 반대로 최근 정부가 30년 이상 된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방법을 탄소 중립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나대지에 어린 나무를 심는 것이야 누가 반대하리요만은 나이든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는 일은 사유림이든 국유림이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생태계에는 맞교환(trade-off)이라는 것이 있다. 식물이 생존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얻기 위해 기공을 열지만 이로 인해 수분을 잃게 되는 광합성 같은 현상이다. 나무가 비록 수분을 잃더라고 탄소를 저장한 덕분에 인간은 숲으로부터 녹색 탄소라는 선물을 받는다. 이처럼 자연이 인간에게 혜택을 주었으니 갚는 것은 인간의 도덕이요 윤리다. 나무에게 건강하게 살 공간을 내어 주고 돌봐주어야 한다. 

고양시는 나무권리를 선언한 자랑스러운 도시이다. 선언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무들의 권리를 존중해 주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나무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지켜주고 늘려주고 돌봐주는 나무 친화적 도시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무 한 그루를 살리면 작은 우주(microcosmos) 하나를 살린 것이다.    

녹색탄소 저장고인 일산호수공원 회화나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녹색탄소 저장고인 일산호수공원 회화나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청색탄소 저장고인 맹그로브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청색탄소 저장고인 맹그로브숲,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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