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근 칼럼 [꼬장꼬장 밥보샘]

[고양신문] ‘주의 요망/ 이곳은 화장실이 아닙니다/ 소변 금지’
문산행 풍산역에서 내리면, 개찰구로 오르는 계단 바로 옆 벽이다. 풍산역장 명의로 벽 양쪽에 각각 한 장씩 붙여 놓았다. 바로 위에는 CCTV가 설치돼 있고 ‘작동 중’임을 밝히고 있다. 언제부터 이런 방(榜)을 붙여 놓았을까? A4지 크기의 방은 습기로 여기저기 얼룩이 지고, 붙인 자국마저 너덜거린다. 빛바랜 종이색이 꾀죄죄하다.

풍산역 '소변금지' 경고문 2장. [사진제공=박춘근]
풍산역 '소변금지' 경고문 2장. [사진제공=박춘근]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벌건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역사에서 누가 그런 짓을…. 나가다 말고 사무실에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교실 만한 크기의 공간이 나온다. 텅 비어 있다. 가로질러 닫힌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이번에는 교실보다 조금 좁은 공간이다. 책상 네댓 개가 붙어 있다. 모두 외근 중인지 여직원 한 분만 보인다. 이상하게 여길까 봐, 먼저 용건부터 말했다. 경계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이내 미소를 띤다. 

한 마디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다. 소변은 고사하고 엘리베이터 안에 똥을 싸놓고 도망간 적도 있다고 했다. 전혀 예상 밖이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아하, 그래서 승강기를 비추는 CCTV가 따로 있었나?

풍산역 승강기 앞 CCTV.[사진제공=박춘근]
풍산역 승강기 앞 CCTV.[사진제공=박춘근]
모래내 시장 앞. [사진제공=박춘근]
모래내 시장 앞. [사진제공=박춘근]

=‘소변투척금지’
일전에 모래내 시장(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버스정류장에서 본 문구다. 자세히 보니 어떤 체육관에서 자기네 업체 홍보 겸해서 만들었다. 빨강, 노랑, 파랑, 하양, 검정 등 말 그대로 오색찬란하게 만든 현수막이다. 눈에 확 띄게 하려는 전략이다. 

그나저나 오줌을 투척한다니? 오줌은 ‘싸다•누다•마렵다•갈기다’와 함께 쓰는 말이다. ‘소변투척’이란 말이 낯설다. 괜한 짓이려니 하면서 검색해 보니 놀랍다. 이미 이 정도라면 비록 뜨악해도 보편적인 용어로 인정해야 할 듯 싶다. 

▲차 70대에 묻은 액체… 50대女, 부산 강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돌며 소변 뿌렸다(중앙일보, 2021. 7. 23.) 
▲부산외대 2층 보건실 옆 화장실 쓰레기통에 오줌봉지 4개 투척(한스경제, 2019. 11. 13.) 
▲21일 낮 12시께 최모(41)씨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 너럭바위 위에 준비해 온 소변을 뿌리다가… (MBN뉴스, 2016. 7. 24.) 

내친 김에 공공장소에서 실례한 일을 검색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낯뜨거운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몇 가지만 추려본다. 

 ▲동대구역 육교 밑은 '문없는 화장실', 도심공원·뒷골목 등은 야간 취객 '단골 방뇨지' (영남일보, 2008. 4. 22.)
▲SBS 예능 프로그램 ‘야심만만 만 명에게 물었습니다’ 시즌1 83화, 가수 이◯영이 엘리베이터에 노상방뇨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무위키)
▲네덜란드항공 우슬루 회장이 소변을 본 곳은, 소치 올림픽 기간 푸틴 대통령이 머무르는 숙소의 담장! 러시아 군인들이 벙커로 끌고가… (경향신문, 2014. 2. 12.)
▲'이게 웬 망신이야' 호날두, 노상방뇨 중 경찰에 적발 (jtbc 뉴스, 2015. 6. 3.)

jtbc 뉴스 갈무리 [사진제공=박춘근]
jtbc 뉴스 갈무리 [사진제공=박춘근]

남의 콩밭에 소 풀어 놓고도 할 말이 많은 세상이다. 들어보면 나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성인이 공공장소에서 일을 치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변기송’ 정도는 이미 유치원 때 충분히 익히지 않았는가? 중독성이 강해서 웬만한 유아는 노래를 부르면서 다 따라한다.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서/ 쉬! 쉬! 쉬!/ 쉬야는 변기 타고/ 랄라랄라 랄라라/ 변기야 쉬야할 때 또 만나자…(하략).

❚‘밥보샘’ 박춘근 
- 한겨레온 편집위원
- 서울교육인생이모작지원센터 그린에듀교육지원단장
-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유치원컨설팅 장학위원
- 전, 숲생태문화협동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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