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범 『시민과학자, 새를 관찰하다』(자연과생태, 2020) 저자

[고양신문] 고양생태공원에 흰까치가 찾아왔다. 처음 본 날은 7월 10일이었다. 다른 까치 가족의 영역에 들어왔는지 네 마리 까치가 쫓겨갔는데 그 중 한 마리가 흰까치였다.

[사진제공=조병범]
[사진제공=조병범]

이튿날 다시 흰까치를 봤다. 깃털이 온통 하얀 탓일까, 다른 까치보다 몸집이 작고 날씬한 느낌이 들었다. 막상 까치 무리에 섞여 있으니 전혀 작아 보이지 않는다. 깍깍대는 소리도 다른 까치들과 견줘 작지 않다. 다만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다니고 땅바닥으로 내려올 때 다른 까치가 움직인 뒤에 움직이는 것을 보니 더 조심성이 있는 듯 싶었다.

흰까치는 온몸이 하얀색이고 100만 마리에 한 마리 정도로 보이는 희귀종이라 예전부터 길조로 여겼다. 실제로는 색소의 결핍으로 생기는 돌연변이다. 야생에서 흰색은 천적에게 쉽게 눈에 띄어 다른 새에 견줘 살아가기 힘들다. 흰까치를 처음 발견한 뒤부터 걱정했다. 가족한테도 따돌림을 당하고 다른 무리에게 공격을 당하며 천적에게 죽임을 당할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흰까치는 가족과 어울려 다니며 잘 살아나갔다. 자라면서 가족들과 어울려 다니는 시간을 점차 줄여나가는 듯했다.  

옥수수 열매를 파먹고 있는 흰까치. [사진제공=조병범]
옥수수 열매를 파먹고 있는 흰까치. [사진제공=조병범]

흰까치가 옥수숫대에 앉은 모습을 보면서 생존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가족에게서 독립한 듯했다. 흰까치가 평소 잘 보이던 곳에 안 보여 찾아보니 근처 밭에 있었다. 밭은 사과와 옥수수, 고구마가 자라고 있었다. 사과를 따 먹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흰까치가 땅바닥에서 날아오른 곳은 옥수수였다. 옥수수 대에 앉아 열매를 먹으려고 껍질을 판다. 부리를 높이 쳐들었다가 중력까지 이용하며 힘차게 내리꽂는다. 그렇게 여러 번 되풀이하여 이내 옥수수 열매를 파먹는다. 흰까치가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는데 부리로 옥수수 껍질을 뚫고 열매를 파먹는 걸 보니 충분히 혼자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제공=조병범]
[사진제공=조병범]

최근에 본 흰까치는 건강해 보이고 움직임이 활발했다. 사람들이 없으면 홀로 잔디밭을 거닐며 먹이를 찾아다니고, 인기척이 나면 근처 나무로 날아올랐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다시 잔디밭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았다(사진 4). 깃털이 흰색이라 생존 환경이 다른 까치와 견줘 불리하지만 고양시의 좋은 자연환경 속에서 오랜 동안 살아갈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부디 믿음대로 흰까치가 오래오래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진제공=조병범]
[사진제공=조병범]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