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아는 한 청년은 얼마 전에 실직을 하고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하철과 공원에서 신문지 한 장을 덮고 잠을 자며 몇 몇 노숙자들과 어울려 구걸해 온 술로 세상을 비관하는 세월을 보낸 것이다. 안타까운 나머지 그 청년을 쫓아다니며 몇날 며칠을 설득했다.
“네가 죽어도 네 가족 곁에서 죽어야 한다. 옛말에 까마귀 노는 곳에 가면 검어진다고 했다. 네가 나이도 젊은데 어찌 이런 무리에 끼어 드느냐.”
결국 그 청년은 노숙자 무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청년의 소식이 궁금해질 즈음 며칠 전 갑자기 박카스 2상자를 들고 찾아와 취직이 되었다며 겸연쩍게 웃는 것이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다. 살다가 몇 번의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자 그 뉘겠는가?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자기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절망의 늪에 빠져 자신을 미워하고 나아가 세상을 증오하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 세상은 항상 노력한 만큼 대가가 따르는 것이다.
누구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부자가 되고 잘 산다고? 천만의 말씀! 그건 극소수의 이야기이다. 부자가 된 사람은 어찌되었던 그만큼의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떨어진 10원짜리라도 주우려면 최소한 발 밑은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누군가를 아무리 미워한들 어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힘들 때는 서로 돕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이요 이는 유교의 사상뿐만 아니라 우리민족의 기본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실패는 죄가 아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주위를 둘러보면 손을 뻗칠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나라에는 불충이오, 부모에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다. 인생이 가시밭길이라 걸으면 걸을수록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걷다 보면 행복한 길로 접어드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경무 고양 유림서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