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고양시는 9월 1일 방탄소년단(BTS) 리더 랩몬스터(RM, 김남준)를 그린 인물 벽화를 공개했습니다. 지하철 정발산역 옆 일산문화공원 귀퉁이에 있는 고양관광정보센터 외벽에 설치한 대형벽화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RM의 생일인 12일에 맞춰 가로 18m, 세로 12m 규모 대형 벽화를 8월 21일부터 조성 중”이었군요. “BTS 팬클럽 아미(ARMY)와 협력”하는 사업으로 고양시 캐릭터인 ‘고양 고양이’도 함께 그려놓았습니다.

9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미래 세대와 문화를 위한 특별사절’로 임명장을 받은 BTS. 그 리더인 RM이 태어난 곳이 고양시 일산입니다. RM은 “일산은 참 아름다운 도시로 호수와 공원들이 있고, 매년 꽃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라고 고양시 일산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시는 이번에 시민과 관광객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으로 삼기 위해 벽화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SNS에 올린 사진. 스머프 집 같은 모양으로 꾸민 것이 메타세쿼이아 잘린 몸통이다.
이재준 고양시장이 SNS에 올린 사진. 스머프 집 같은 모양으로 꾸민 것이 메타세쿼이아 잘린 몸통이다.

이재준 고양시장도 “오래 회자될 문화 콘텐츠”라며 문화공원에서 정발산으로 넘어가는 육교 계단에서 벽화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9월 13일에는 시민들과 함께 포토존으로 조성한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군요. 이재준 시장은 “일산 출신이라고 국제무대에서 당당히 말한 RM의 벽화가 팬클럽의 후원과 작가들의 헌신적 노력 그리고 고양시 합작으로 관광정보센터에 완성되었습니다. 수준 높은 작품성과 하나하나 쌓여가는 소품들이 시민들 SNS 인증샷 공간으로 활용됨에 기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시장이 SNS에 올린 사진을 보니 몸통이 잘린 나무를 화려하게 장식해서 임시방편으로 눈가림하고 있군요. 9월 1일 언론이 보도한 사진은 이렇습니다. 벽화 아래 쪽에 청색 천막으로 뭔가를 덮어놓았습니다. 사람들이 얼핏 보기에는 벽화 조성을 위한 공사 물품을 싸놓은 것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9월 1일자 언론이 보도한 BTS RM 인물 벽화. 벽화 아래쪽 청색 비닐로 덮어놓은 곳에 무엇이 있을까.
9월 1일자 언론이 보도한 BTS RM 인물 벽화. 벽화 아래쪽 청색 비닐로 덮어놓은 곳에 무엇이 있을까.

청색 천막 속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울긋불긋 캐릭터로 치장한 곳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요. 뭘 감추려 했을까요. 그 속에는 몸통이 잘린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나무 세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가 들어 있습니다. 잘린 나무가 사진에 드러나지 않도록 청색 천막으로 감춘 것이지요. 벽화 아래 포토존을 조성하면서 무참하게 잘린 나무를 가리기 위해 난쟁이 집 모양 등으로 꾸며놓았습니다. 고양시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 인증사진을 찍고 SNS에 올렸을까요. 궁금합니다.

BTS RM 인물 벽화를 조성하면서 몸통이 잘려나간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와 느티나무.
BTS RM 인물 벽화를 조성하면서 몸통이 잘려나간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와 느티나무. [사진=김윤용]

고양시는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을 2019년 3월 선포하고 일산호수공원에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제1조 나무는 한 생명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제2조 나무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에 머무를 주거권이 있습니다. 제3조 나무는 고유한 특성과 성장 방식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제5조 나무는 인위적인 위협이나 과도한 착취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제7조 나무의 권리는 제도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일산신도시를 조성할 때 20년생 나무를 심었다면 나이가 50쯤 되었을 아름드리나무 네 그루는 벽화를 가린다는 이유로 몸통이 잘렸습니다. RM 생일인 9월 12일까지 벽화 조성을 하다 보니 잘린 나무를 뽑지도 못했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촉박해 잘랐을 것입니다. 아니면 이식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겠습니다. RM 벽화 조성을 탓하는 게 아닙니다. 살아 있는 나무를 함부로 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의 마음 자세가 문제입니다.

나는 분노합니다. 그리고 나는 고발합니다. 고양시 재산인 아름드리나무 네 그루를 함부로 베어버린 공무원들을. 고양시장이 알고 묵인했다면 더 분노할 일입니다. 전국 최초로 선포한 ‘나무권리선언’이 무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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