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벌은 도시 생태계 건강성 보여주는 지표
고양시 꿀벌농장에서 고품질 완숙꿀 생산 
장항습지의 다양한 식물종 덕분이라 추측
꿀벌과 꽃의 온전한 공생 위한 노력 필요

갈퀴나물과 재래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갈퀴나물과 재래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얼마 전 토종벌을 치기 위해 산청으로 귀농한 지인을 만났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양봉(養蜂)을 포기한 사연을 듣게 되었다. 귀농 초기 수년 동안 오로지 토종꿀벌(재래꿀벌)에 매진하여 제법 많은 벌통을 가지게 되었는데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벌 전염병이 번져 키우던 벌이 전멸해버렸다는 것이다.

2010년 강원도에서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삽시간에 남부지방까지 덮쳐서 일대의 한봉 농가들이 모두 같은 처지가 되었단다. 그나마 서양꿀벌은 이 병에 내성이 있어서 일부는 양봉(洋蜂)으로 전향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한동네에서 한봉과 양봉을 할 수가 없는데, 왜냐면 몸도 크고 집단크기도 큰 서양꿀벌이 토종꿀벌집을 공격해 꿀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란다. 결국 지인은 벌 치는 일을 포기하고 산림경영을 시작했단다. 

망초와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망초와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만만치 않은 도시 양봉 시도

나의 또 다른 지인은 일산에서 도시양봉업을 하고 있다. 봄이면 남쪽에서부터 꽃이 피는 순서대로 벌통을 이동해가며 꿀을 따기도 하고, 한곳에서 다양한 꽃들에서 꿀을 따기도 한단다. 그러나 올해는 남부와 중부지방에 동시에 개화가 되고 봄꽃과 초여름 꽃이 한꺼번에 개화하여 이동 양봉을 포기했다고 한다.

또한, 꿀벌의 천적인 장수말벌이나 등검은말벌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꿀벌집단이 몰살당하기 일쑤라서 매일 보초를 서고 있으며 특정 농약성분에 노출될 경우 집단 폐사하기도 한다 하여 늘 노심초사다. 이래저래 요즘은 벌 키우기가 참 어려운 환경이다. 

가시박 암꽃과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가시박 암꽃과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멸종한다”

혹자는 도시의 생태적 질은 벌에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도시에 사는 우리 도시민들에게 벌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오히려 독침이 있어 위협적이고 두려운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많은 이들은 벌의 멸종을 걱정하고 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만약 우리세상에서 꿀벌이 멸종한다면 “인류도 4년 안에 같은 길을 갈 것이다”라고 확언했다.

또 뒤엉벌 연구자인 데이브 굴슨은 꿀벌이 30%, 나머지 야생벌이 70%의 꽃가루받이를 담당하니 야생벌이 멸종한다면 더 큰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더불어 유엔은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UN World Bee Day)로 정해 놓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 이렇게 학자들이 확언하고 전세계가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일까. 

민들레와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민들레와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꽃가루받이 통해 환경조절서비스

생태학자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서비스를 생태계 서비스라고 한다. 특히 벌들이 주는 꽃가루받이 서비스는 환경조절서비스의 하나로 간주한다. 벌이 꽃가루받이를 돕기 때문에 식물은 종자를 맺고 자손을 늘려나간다. 만약 벌이 줄어들면 종자가 줄고 새로운 개체가 줄며 식물에 의존하는 초식동물이 피해를 보게 된다. 이러한 먹이연쇄의 파괴는 결국 많은 종의 멸종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꽃가루받이 서비스는 인간의 생존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수분 매개 곤충이 감소하면 식량과 과일의 수확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손해를 볼까. 안동대 연구진에 따르면 꿀벌이 우리 채소류에 이바지하는 가치가 약 6조 원이라고 한다. 전 세계에 꿀벌이 멸종한다면 370조의 농작물 피해가 온다고 그린피스는 예측한다. 그러므로 꿀벌의 멸종은 가히 인류에게 재앙에 가깝다. 

삼잎국화와 서양뒤영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삼잎국화와 서양뒤영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풍요로운 환경에 보답하는 벌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보다 해법은 간단하다. 우리 주변을 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가꾸어 가는 것이다. 꿀벌이 좋아하는 꽃나무와 덤불과 풀꽃을 심고, 야생벌에게 필요한 맨땅과 습지를 도시 주변에 남겨두자. 그리고 기업들이 벌에게 해로운 농약을 만들지 않도록 행동하자. 그러면 벌은 반드시 우리에게 더욱 좋은 양질의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다. 

실제로 도시 양봉을 하는 지인의 벌 농장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보통 꿀은 봄부터 가을까지 2~6회정도 따서 열로 농축하는 농축꿀인데 반해 지인의 꿀은 자연 숙성되길 기다려 연중 1번만 따는 완숙꿀이었다. 그런데 이 완숙꿀에서 해외의 좋은 꿀보다 항산화 성분이 자그마치 9배가량 높게 나온 것이다. 

여왕벌과 함께 있는 양봉꿀벌집단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여왕벌과 함께 있는 양봉꿀벌집단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이 꿀벌농장은 장항습지 근처에 있어 추측건대 벌들이 사시사철 다양한 식물과 접촉했을 것이다. 장항습지에는 440여 종의 식물이 있으며 차례대로 개화하니 다양한 꿀과 꽃가루를 제공했을 것이다. 종이 다른 식물은 2차 대사산물도 다양하니 꿀 성분도 다양한 것이 자명한 일이고, 꿀벌들이 연중 내내 생리 효소로 숙성시켰으니 그 효능이 높은 것은 실로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필자는 올 한해 버드나무와 민들레, 씀바귀와 같은 우리꽃, 망초와 같은 외래종, 벼와 연꽃과 같은 수생식물은 물론이고, 생태계교란종인 가시박이나 돼지풀 꽃까지 벌들이 이용하는지를 관찰하였다. 역시나 벌들은 사시사철 주변에 꽃이 피는 식물들에서 관찰되었다.

애호박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애호박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효능 높은 완숙꿀을 고양시 상징물로

올해 세계 벌의 날에 안젤리나 졸리 배우가 온몸에 벌을 붙이고 ‘벌을 살리는 것은 우리 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래서 고양시민으로서 참여의 방법을 제안하자면, 우리 도시의 공원과 도롯가에 헛개나무나 피나무, 산벚나무, 튤립나무 등 꿀 나무를 심자. 그리고 나무 밑과 나대지에는 민들레와 같은 국화과, 찔레꽃과 같은 장미과, 들완두와 같은 콩과의 야생화를 심고 하천변에는 좀목형과 호랑버들을 심어 밀원다양성을 증가시키자. 그리고 양봉교육을 활성화하고 완숙꿀의 효능을 검증하여 도시의 상징물로 만들어 내자. 꽃과 꿀벌의 도시가 된다면 진정 생태도시 고양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씀바귀와 재래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씀바귀와 재래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연꽃과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연꽃과 서양꿀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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