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고양신문]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은 호흡기와 피부에 약점을 가진 사람들에게 감기와 비염의 계절이기도 하다. 상쾌한 가을을 보내기 위해서는 면역력이 중요하고 온도변화에 따른 적응력도 필요하다. 그럼 왜 누구는 면역력이 넉넉하고 누구는 부족해서 힘들어지는 걸까? 더위와 추위에 대응해서 일정하게 기초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조절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 자연계의 1년 주기를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 즉 ‘태어나고, 자라고, 변화하며, 수렴되고, 감추어진다’는 말로 표현한다. 이중 가을은 수(收 걷을 수)에 해당하는데, 만물의 생명력을 갈무리하면서 내적인 충실도를 높여 건강을 함양하고 외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면서 한편으로는 겨울을 대비하는 계절이다. 그런데 외부 변화에 부담을 느끼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온도차에 대해 을씨년스러운 추위를 느끼고 몸이 움츠러들면서 내적인 충실도가 떨어져 건강이 흐트러지게 된다.

호흡기 점막은 면역계의 1차 방어선 
초가을 환절기의 온도차로 인해 기초체온 조절력이 떨어지면 피부가 부담을 받게 돼 추위, 피부의 건조감, 가려움증, 수족이 차가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호흡기 점막도 부담을 받아 감기와 비염에 걸리고, 눈의 결막이 부담을 받아 결막염이나 눈 가려움증이 드러나게 된다. 특히, 호흡기 점막에서 코는 코의 역할과 맞물려 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호흡기 점막은 점액을 매개로 해서 온도조절, 습도조절, 여과, 살균, 섬모 운동 등 면역계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그런데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해서 점막 온도가 낮아지면 가온 가습을 하지 못하고, 코의 점막이 건조하고 차가워지면서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져서 가중된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고 세균에 쉽게 감염되어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가을에 온도차와 함께 습도까지 낮아지면 코에서부터 온 몬 전반에 걸쳐 기초체온 유지가 어려워지면서 인체의 전반적인 대사균형이 흐트러지면서 면역력도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가을철 호흡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초체온 조절력을 길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건강을 길러서 코점막의 순환과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 

환절기 면역력은 일차적으로 코 내부의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것이 코가 기초체온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준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정하는 것이지만, 좀 더 적극으로는 비염 전문 한의원에서 제공하는 코 세정제를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또한 코의 세정방법에 따라 세정의 효율이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가장 효율적인 세정법에 대해 지도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 역시 코의 습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과 몸 관리로 소화능력 키워야 
호흡기 점막의 온도가 떨어지면 소화기 점막도 온도가 떨어져 운동성 저하를 초래하여 소화를 담당하는 비(췌장)와 위(위장)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여러 가지 소화효소들을 만들어 영양소를 소화하고 흡수할 수 있게 하는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식욕부진, 대사기능 저하와 더불어 위산을 중화시키지 못하면서 산과 염기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소화기 점막, 코를 비롯한 호흡기 점막이 충혈되고 건조해지면 코 막힘 상태가 지속된다. 위장도 온도가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정체되고 운동성이 떨어지기 시작해 초기에는 소화가 느려지거나 소화불량이 되지만 심해지면 체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소화기 점막의 순환이 정체되면 같은 점막 구조와 기능을 가진 호흡기 점막마저 같이 정체되면서 차가워져서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게 된다. 점점 악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소화능력을 개선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진료에 따라 적절하게 몸을 관리하고 운동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초체온 조절력 높여 선순환 이뤄야
한방에서 외부와 접하는 금(金)의 영역에 해당하는 피부와 점막, 폐 대장, 그리고 발끝, 손끝, 코끝은 말단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내부적으로 심장과 폐의 순환이 활발해지고, 한방의 단전(대장과 부신)의 기운이 단단할 때 이러한 말단이 원활하게 순환되면서 외부 환경에 적응할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외부적인 원활한 순환과 변화는 내부 환경인 심장과 폐, 대사의 효율을 증가시켜 기초체온 조절력을 올릴 수 있도록 해서 선순환을 이루게 한다. 이와 같은 내외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한방 치료의 원칙이다. 한약과 침치료가 도움이 되며, 어린이들에게는 패치를 이용한 선침 시술이 적절하다. 이밖에도 발바닥에 바르고 자면 숙면을 도와주는 한방 연고 ‘방풍통성고’가 말단 순환을 도와준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유산소 운동, 자갈밭 걷기, 손뼉 치기, 족욕 등이 도움이 된다. 

수승화강(水升火降)과 두한족열(頭寒足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한방 비법을 통해 가을 환절기 면역력을 높이고 기초체온 조절력을 확보해 건강하고 쾌적한 일상을 보내자.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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