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도시재생, 마을관리협동조합 뜬다

[고양신문] 도시재생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과 시설을 바꾸는 사업이 아니다. 지역 내 기업가, 활동가, 공동체 등 인적자원을 발굴·육성하고 마을문제를 주민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동반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사업기간 동안 투여되는 공공, 중간지원조직, 전문가들의 조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업 특성상 이들은 언젠가 떠나야 하고 남은 과제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직접 마을을 관리운영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비즈니스형 커뮤니티 모델로서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정광섭 고양도시재생센터장은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 중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지향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대표성 확보다. 뉴딜사업 특성상 사업기간 동안 설치된 앵커시설을 지역주민 대표조직인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위수탁 받아 운영할 수 있게 설계됐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마을조합이 해당지역 주민을 아우르는 대표성을 띠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마을관리협동조합은 지역주민,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중소기업 등 다양한 도시재생 경제주체를 포괄할 수 있는 조직체계라는 점에서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까닭에 고양시 내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역 모두 인프라 조성뿐만 아니라 행정조직이 떠난 뒤 자립할 수 있도록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육성지원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사업이 종료된 원당의 경우 주민자생조직인 배다리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설립돼 다양한 지역기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화전은 올해 초 출범한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들을 준비 중이다. 능곡 또한 지역의 대표명소로 거듭난 토당문화플랫폼을 장기적으로 주민들이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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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소독방역 모습
배다리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소독방역 모습

집수리·행사기획… 지역기반 비즈니스 모델 ‘안착’

원당 ‘배다리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마을을 잇는 다리가 되겠습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만들어진 경기도 지역 1호 마을관리 협동조합 ‘배다리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원당 도시재생 지역 내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마을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공동체 회복과 역량강화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법인이다. 도시재생 사업과정에서 결성된 자생적인 주민조직이 지속가능한 마을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비즈니스형 커뮤니티로 발전한 것. 특히 원당 배다리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 협동조합은 작년 5월 발기인모임을 시작으로 6월 창립총회를 거쳐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설립절차는 어렵지 않았지만 막상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직접 운영하는     과정이 문제였다. 신동수 이사장은 “다들 사업을 해본 사람도 아니었고 거기에 지역기반형 비즈니스모델을 대체 어떻게 발굴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처음에는 밤잠을 못 이뤘을 정도”라고 말했다.

약 6개월간의 심화교육과 논의를 거쳐 조합 구성원들은 마을관리사업부, 공동체사업부, 마을교육사업부 등 3개 분야로 사업모델을 정리했다. 먼저 마을관리 사업 분야의 경우 도시재생 사업구역 내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집수리 교육, 소독·방역, 공구대여사업을 마련했다. 특히 소독방역사업은 코로나 상황을 맞이해 예상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집수리 교육 또한 최근 설립된 고양시 주거복지지원센터와 연계해 앞으로 다양한 사업모델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각종 사회적경제 관련 네트워크사업, 공모사업, 마을행사 기획운영 등을 포함한 마을공동체 사업 분야와 평생교육, 도시재생 선도사례 견학프로그램 및 교육프로그램을 포괄하는 마을교육사업도 배다리마을관리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 분야 중 하나다. 신동수 이사장은 “원당 도시재생 사업이 끝난 뒤 다른 지역으로부터 사례탐방 문의가 많이 오고 있어서 아예 선진지 답사 프로그램 형식의 콘텐츠 수익모델을 마련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토당문화플랫폼에서 진행된 ‘도시재생 2.0 주거안정화 방안 세미나’의 행사운영을 총괄하는 등 기획운영분야에서도 점차 사업반경을 넓혀나가고 있다. 

최근 완공된 원당 도시재생 거점시설인 ‘배다리 사랑나눔터’ 1층 상점 또한 배다리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빵과 지역상가와 기술제휴를 통한 팥빙수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 덕분일까. 배다리 마을관리 협동조합은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4000만원 이상의 매출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을 멀기만 하다. 

“현장지원센터가 내년에 떠나고 나면 이제 주민들이 스스로 그 역할을 해야 하잖아요. 동네에 마련된 거점공간들을 운영할 역량도 키워야 하고 또 수익을 높여서 마을에 환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은 유지하기 급급한 상황이죠.”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행정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신동수 이사장. 마지막으로 그는 “대표성 확대를 위해 협동조합의 문을 보다 활짝 열어두고 역량 있는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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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반찬구독서비스 시범사업을 준비중인 화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반찬구독서비스 시범사업을 준비중인 화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지역주민 위한 반찬 구독사업 ‘성공예감’

화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소갈비찜(1㎏) 1만9000원, 모듬전(500g) 1만원, 가오리·조기찜 8000원 등등’

명절을 앞두고 화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간편한 추석명절 상차림을 위한 반찬구독서비스 시범사업이 바로 그것. 당초 20세트 정도를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홍보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주문이 40세트나 들어오는 등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안희정 화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는 “당초 주민축제 기획단을 준비하면서 반찬사업 아이디어도 함께 기획했는데 실제 시식평가를 진행해보니 반응도 좋고 구매의사도 많아서 협동조합 사업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며 “때마침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시범적으로 가볍게 해보자고 시작한 사업인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음식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인근 덕은동 공유공간을 급하게 섭외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오랜만에 협동조합 구성원뿐만 아니라 주민협의체 식구들도 음식을 준비하면서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내년 사업종료를 앞둔 화전 도시재생지역 내에서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돼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 8~10월 총 7회의 기초교육과 이후 5회의 설립 컨설팅 과정, 직무교육 등을 거쳐 올해 4월 국토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았다. 이곳 협동조합은 뉴딜사업 종료 후에도 도시재생이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마을 공동체성 회복, 지역상권 활성화,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관리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사업분야는 크게 로컬푸드 사업(마을농산물 재배·유통 및 식품 제조사업), 마을상점 운영사업, 마을공간 운영 및 유지관리 사업, 마을교육 체험사업, 마을환경개선사업 등이다. 로컬푸드 사업의 경우 주민거점공간을 활용해 반찬구독서비스나 절임배추 판매, 막걸리·맥주 시음행사 등을 세부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장성석 이사장은 본인이 해오던 절임배추 판매 사업을 협동조합에 흔쾌히 내놓기도 했다. 

마을공간 운영관리 업무 또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화전의 경우 올해 말 완공 예정인 화전 복지회관 옥상 루프탑 공간을 협동조합이 맡아 운영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커피 및 음료판매와 함께 공연전시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업모델을 준비하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것들도 여전히 많다. 타 도시재생 지역과 달리 화전의 경우 부족한 앵커시설로 인해 마을관리협동조합의 안정적인 수익보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수익성 추구와 공공성 확보라는 양갈래 길 사이에서 주민주체들이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는 부분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화전 마을관리협동조합의 핵심사업인 로컬푸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으려면 공유부엌 같은 주민거점공간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안희정 이사는 “화전 마을조합의 경우 음식관련 사업을 많이 기획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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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곡 도시재생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교육 모습
능곡 도시재생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교육 모습

토당문화플랫폼 운영역량 키우기 ‘총력’

능곡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고양시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선정된 능곡 도시재생 뉴딜사업 지역에서도 마을관리 협동조합 출범을 위한 준비과정을 조금씩 밟아 나가고 있다. 작년 사회적경제 기초교육을 시작으로 현재 20명 내외 주민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교육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권유철 능곡 도시재생센터장은 “7월부터 지역주민들을 위한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교육과 컨설팅 교육을 시작해 10월까지 온라인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에 주민주도로 마을관리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3일에는 도시재생큐레이터 최광운 대표, 명학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이웅장 이사장, 배다리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유영훈 이사 등을 초빙해 사례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민협의체와 달리 마을관리 협동조합은 직접적인 수익창출에 나서야 하는 만큼 준비과정에도 상당한 공이 들 수밖에 없다. 권 센터장은 “예비조합원 간의 신뢰형성도 중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역 앵커시설 운영관리뿐만 아니라 이 지역만의 독자적인 사업모델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능곡지역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따르면 현재 고양도시공사에서 위탁운영 중인 구 능곡역사 리모델링 시설인 토당문화플랫폼 내 공유부엌 키친1904 공간을 향후 주민관리 협동조합이 맡아 운영할 예정이다. 권유철 센터장은 “공사가 맡고 있는 2년 동안 주민들의 역량을 키워내 마을관리협동조합이 무사히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며 “장기적으로 토당문화플랫폼 건물 전체에 대한 관리운영을 마을조합이 맡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향후 조성될 80면 규모의 마을공영주차장 또한 능곡 마을관리협동조합이 운영관리를 맡게 된다.   

이처럼 마을관리협동조합은 사업기간이 끝나고 현장지원센터가 철수하고 난 뒤에도 능곡지역이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춧돌이 될 전망이다. 정광섭 센터장은 “뉴딜사업 지역에 마냥 행정력을 쏟을 수 없고 사업을 통해 조성된 시설들도 다 시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해당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동네를 운영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을관리협동조합이고 이러한 관리비용을 스스로 마련할 수 있도록 시설운영권 등 수익창출 방안도 함께 지원하는 게 기본적인 설계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 센터장은 “협동조합이 토당문화플랫폼 시설을 직접 운영관리 할 수 있으려면 경영회계, 전기, 건축, 조경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한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라며 “남은 과정동안 심화교육을 통해 주민들이 무사히 넘겨받을 수 있으면 이곳에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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