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근 칼럼 [꼬장꼬장 밥보샘]

9월 22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처와 둘만 남았다. 휑하다. 밤 11시경, 갑자기 목구멍이 스멀거린다. 무언가가 목젖을 간질이듯 쌔하다. 걸렸구나! ‘목감기’를 검색하니 하나같이 뜨악하다. 감기나 세균 감염으로 급성인후염이 생기고, 면역 능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급성신장염•류마티스 관절염•패혈증을 유발하고, 코로나와 증상 차이가 없다고 했다. 오만 가지 상념이 인다. 

지난 한 주를 되짚어 본다. 일상적인 일뿐이다. 3개 초교 교정가꾸기활동, 홍제천 생태모니터링•마포가로수학교•시민정원사 수강,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8가족 22명 대상 생태 수업, 봉제산 모니터링 등이 전부다. 그리고 추석 때 아들 내외랑 딸 내외가 번갈아서 집에 다녀갔다. 면역력이 떨어진 탓일까? 그렇다고 코흘리개 손주들한테 옮은 건 아니겠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이 보내준 사진이다. 아들네는 천안 토아빈으로, 딸네는 고양 창릉천으로 나들이를 갔다. 가을빛 짙어가는 핑크뮬리(Pink muhly)와 살살이꽃! 해맑게 웃는 우리 아이들 위로 명징한 하늘이 짙푸르다.  [사진제공=박춘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이들이 보내준 사진이다. 아들네는 천안 토아빈으로, 딸네는 고양 창릉천으로 나들이를 갔다. 가을빛 짙어가는 핑크뮬리(Pink muhly)와 살살이꽃! 해맑게 웃는 우리 아이들 위로 명징한 하늘이 짙푸르다.  [사진제공=박춘근]

 9월 23일. 
눈을 뜨니 말하기가 거북할 정도로 목젖이 내렸다. 시간이 갈수록 바짝바짝 보타버린 목구멍 언저리가 통째로 탑탑하다. 

엊저녁부터 나를 격리했다. 거실로 나갈 때도 마스크를 했다. 아침을 먹자마자 일산서구보건소로 갔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정문과 후문 모두 쪽문만 열려 있다. 오전 9시가 되지 않았는데, 앞마당에는 사람들이 빼곡하다. 이것저것 잴 때가 아니다. 일산동구보건소로 향했다. 하지만 정문 50여 미터 앞에서부터 차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어렵게 정문을 통과했지만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하 4층 주차장에서 회차했다. 

막막했다. 먼저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목이 조금 부었다고 하면서, 약을 먹고도 낫지 않으면 이틀 후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어림없는 말이라고 되뇌면서 고양종합운동장 부설 주차장으로 내달렸다. 드라이브스루 임시선별검사소가 있는 곳이다. 검체물을 채취할 때만 차에서 잠깐 내렸다. 그만큼 안전하고 편했다. 운이 좋았을까?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양시 드라이브스루 임시선별검사소 정경(사진 설명 : 위에서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종합운동장 앞 사거리에서 대기 → 입구 → 문진표 교부 → 문진표 제출 및 검체 도구 수령 → 하차 후 검사) [사진제공=박춘근]
고양시 드라이브스루 임시선별검사소 정경(사진 설명 : 위에서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종합운동장 앞 사거리에서 대기 → 입구 → 문진표 교부 → 문진표 제출 및 검체 도구 수령 → 하차 후 검사) [사진제공=박춘근]

아무때나 아무데고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복된 삶인가? 나다니는 사람 모두 다시 보인다. 도망치듯 집으로 달려왔다. 침대에 누워 지난 방송 ‘다시 보기’ 하다가, ‘EBS 다큐’를 탐닉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저녁을 먹고 다시 쫓기다시피 내 방으로 들어간다. 뉴스 검색하다가 ‘인간극장’ 보는데 아내가 달구경하라고 부른다. 아이들 떠난 빈자리를 채워 주려는 듯 유난히 둥두렷하다. 

9월 24일 
차도가 전혀 없다. 목이 여전하고, 이젠 코까지 맹맹하다. 다급한 맘에 다른 병원을 물색하는데, 09시 09분에 문자가 왔다. 검사량 증가로 결과 안내가 지연된다는 안내문이다. 태연한 척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조하다. 09시 26분,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자가 또 왔다. 아내가 네트워크병원을 소개한다. 직방으로 낫는 병원이라고 했다. 집에서 5분 거리다. 의사는 당뇨나 고혈압 유무와 특정 약에 대한 부작용과 상비약을 묻는다. 일체 무관하다고 말하고,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순간 의사는 흠칫하더니 정색을 한다. 
“무슨 일 생기면 방역법 위반으로 다른 사람 치료비와 위자료까지 모두 부담하셔야 합니다. 저는 안 들은 걸로 합니다. 약은 아주 쎈 걸로 사흘치 드릴게요.”
그러면서 곧장 집으로 가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고개를 돌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이놈의 코로나가 이젠 날 범법자로 만들 요량이었구나. 마스크 코편을 미간까지 추켜올리고 병원을 나서는데 사람들이 날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다. 

“박춘근님, 코로나19 유전자검출검사 결과 음성입니다.”
11시 13분, 마스크를 벗었다. 헛기침을 하면서 거실로 나갔다. 바느질을 하던 아내가 웃으면서 손사래를 친다.
“코찔찔이 영감, 침 튀기지 말고 아이들한테 빨리 문자나 보내유.”

2021년 9월 24일(금), 일산서구보건소에서 09시 09분, 09시 26분, 그리고 11시 23분에 보낸 문자이다. 1, 2차 문자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한편, 9월 24일 고양시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는 71명(확진번호 #6314~#6384)이고, 타지역 고양시민은 8명이다(고양시, 고양시 코로나19 대응 현황).  [사진제공=박춘근]
2021년 9월 24일(금), 일산서구보건소에서 09시 09분, 09시 26분, 그리고 11시 23분에 보낸 문자이다. 1, 2차 문자는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 한편, 9월 24일 고양시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는 71명(확진번호 #6314~#6384)이고, 타지역 고양시민은 8명이다(고양시, 고양시 코로나19 대응 현황).  [사진제공=박춘근]

 


❚‘밥보샘’ 박춘근 
- 한겨레온 편집위원
- 서울교육인생이모작지원센터 그린에듀교육지원단장
- 서울강서양천교육지원청 유치원컨설팅 장학위원
- 전 숲생태문화협동조합 대표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