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 및 뇌은행장

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 및 뇌은행장
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 및 뇌은행장

[고양신문] 최근 급속한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치매 환자도 급증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한 개인이나 가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9만명이던 치매노인이 2030년에는 136만명, 2050년에는 302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아직 완치 방법이 개발되지 않은 퇴행성 뇌신경계 질환의 확진은 사후 뇌조직 검사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뇌조직 검사가 활성화되지 않아 임상적인 진단만 되고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제약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명지병원은 올해 상반기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정 ‘치매 뇌은행’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9월까지 비교적 짧은 시간에 다수의 뇌 자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지난 2016년 치매 뇌은행 지정 국가사업이 시작된 이래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에 이어 명지병원이 4번째로 뇌은행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충분한 인프라와 역량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 뇌은행은 치매 대상자의 뇌기증 등록을 통해 사후 뇌조직을 확보하고 치매 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체계적인 임상자원(뇌영상·뇌척수액·혈액 등)과 뇌조직 수집·관리, 치매 연구 활성화를 위한 뇌자원 분양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신경계 뇌질환 사망자의 부검을 독려하고, 다양한 부검사례가 축적되면 질환별 통계작업을 바탕으로 의료정보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그 역할이 있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을 비롯한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호주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뇌은행이 운영돼왔다. 일본과 중국 역시 뇌은행 운영을 통해 다기관 연구자들에게 뇌조직을 공유하고 신경병리학적 진단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UK Brain Bank는 뇌은행 네트워크로 구성돼 1만 개 이상의 뇌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 통합하여 중앙집중식으로 자원 관리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뇌 부검을 통한 치매 진단이 보편화 됐는데 국내의 경우 문화적 요인으로 인해 관련 연구가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수년간 여러모로 뇌기증에 대한 홍보와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한 덕분에 인식에 많은 변화를 이루어 뇌자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이루는 것이 가능했다. 

더욱 적극적인 뇌기증을 통해 확보된 뇌자원으로 사후 신경병리진단이 이뤄지면 남은 가족들과 후손들이 치매 발병 가능성을 미리 가늠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뇌기증 희망등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명지병원 뇌은행센터(031-810-5502) 혹은 24시간 핫라인(010-3510-5502)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기증된 뇌조직은 연구에 활용돼 난치성 뇌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 등 의학 발전에 소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한현정 명지병원 치매진료센터장 및 뇌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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