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양신문] 지난 10월 7일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미국의 저명한 대학교수 2명의 글이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려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이는 당사국인 한국의 입장을 도외시한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급변하는 작금의 국제 정세에 비추어 볼 때 미국 정책의 변화를 에둘러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종전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남북 통신선이 재개통되는 등, 남북관계가 호전되어가는 시점에서 볼 때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두 교수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첫째는 날마다 고도화되어가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자국의 보호가 절대적일 터이고, 또 하나는 갈수록 그 세력을 확장해가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지정학적 방어벽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금까지 혈맹 운운하던 우리의 이익보다는 자국의 보호와 세력권을 잃지 않기 위한 책략이라는 셈법이 된다. 만약 우리가 이를 수용하면 그 후 야기될 국제적 비난 여론은 북한의 불법 핵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된다는, 두 교수가 서술한 글의 결론을 보면 이는 더더욱 분명해진다. 더구나 10월 18일 ‘북의 핵무기를 인정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미국의 전 대북특사였던 디프라니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지구촌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주권국가인 195개국이 유엔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인구 또한 금년 6월 26일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78억7500만여 명이라는 수치가 나와 있다. 이처럼 지구촌엔 자신들의 전통적 문화와 풍습, 제도와 사상을 가진 국가와 국민들이 존립한다. 따라서 핵무기란 지구촌에서 하등 필요가 없는 위태로운 존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핵은 그동안 패권주의에 매몰된 강대국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개발 발전시켜 왔으며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핵은 이제 강대국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어서 파키스탄이나 인도도 보유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이란, 미얀마,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도 이미 개발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높다. 그런데도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는 자위적 차원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비핵화를 강요하며 경제제재까지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이유야 있을 터이지만, 이와 같은 시점에 그런 차별화가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은 다시 돌아봐야 할 일이다. 리비아 비극의 역사를 알고 있는 북한에게 선제조건으로 비핵화부터 고집하는 전략이라면 애당초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공염불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돌아보면 세계2차 대전 후 한국을 식민지화 하려고 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집권자가 바뀔 때마다 수시로 변해왔다. 그것이 결국은 한국전쟁의 빌미가 되었으며, 또 70년이 넘도록 전쟁이 끝나지 않은 땅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런데 비핵화 운운하던 그들이 이번엔 다시 핵으로 핵을 막겠다니…. 만약 우리가 그들의 뜻에 발맞춰 핵을 개발한다면 이는 남북간 적대감 고조로 인한 긴장이 더욱 심화될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가 핵 전쟁터로 변할 공산마저 있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그토록 염원하던 평화통일은 영원히 물 건너가게 된다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드 때보다 더 심화될 게 분명한 중국과의 외교 마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뿐더러 그로 인해 받을 국제적 위상 추락과 고립도 문제이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어서 일관성 없는 미국의 정책 또한 도마에 오를 게 분명하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사태처럼.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번 두 교수와 전 대북특사의 발언이 우리를 떠보기 위한 미국의 사전 여론몰이가 아닌지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이에 상응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그들이 자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면 우리 또한 우리의 이익을 준비해야 하는 건 마땅하지 않은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먼저 이 땅에 핵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당국은 국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국민은 하나가 되어 이처럼 겉과 속이 다른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강력히 규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당근과 채찍으로 북한을 우롱했던 미국은 금년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서 ‘우리의 주적은 남한이나 미국이 아닌 전쟁, 그 자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새겨들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