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도입 10년 성과와 과제는

올해 100건 95억, 내년 107억 예산이 반영되는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10년차를 맞이해 참여폭과 예산비중은 크게 확대됐지만 제안사업 선정에 있어 더 많은 공론화과정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작년 진행된 2020 시민참여예산 한마당 행사 모습.
올해 100건 95억, 내년 107억 예산이 반영되는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10년차를 맞이해 참여폭과 예산비중은 크게 확대됐지만 제안사업 선정에 있어 더 많은 공론화과정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작년 진행된 2020 시민참여예산 한마당 행사 모습.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결과
475건 반영, 누적예산 516억
내년부터 일반회계 0.5% 고정 
공론화로 단순 민원창구 넘어야

[고양신문] 주민이 예산과정에 직접 참여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우리 동네에 필요한 사업까지 제안한다. 고양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반영된 시민제안사업 수는 작년까지 기준 총 475건. 누적예산 규모는 516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18년 36억원, 2019년 45억원이 배정됐던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작년 95억원으로 대폭 확대됐으며 내년부터는 일반회계 예산규모의 0.5%(2022년 107억원 예정)가 고정적으로 배정될 예정이다. 

내년 주민참여예산 또한 현재까지 총 250여개의 시민제안사업이 접수돼 오는 25일(월)까지 우선순위 선정을 위한 온라인 주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공모한 제안사업은 이후 주민참여예산 조정협의회 심의와 시의회 의결을 거쳐 내년 본예산 반영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민선7기 이후 역할과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주요내용과 성과,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제안사업, 투표로 우선순위 결정   
저소득 어르신 대상 장수사진(영정사진) 촬영 지원, 가라산 공원 산책로 보수, 안곡습지공원 펜스 교체, 백마역 광장 열차버스 행선안내 전광판 설치 등등. 

내년 주민참여예산 반영을 앞두고 온라인투표가 한창인 시민제안사업 목록이다. 후보에 오른 10건은 모두 담당부서 검토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6개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사업들로 일주일간 투표를 거쳐 오는 26일 ‘2021 고양시 시민참여예산 한마당’행사를 통해 최종 결과가 공개된다. 

“시민들이 제안한 사업 중 참여예산위원회에서 사전에 뽑은 10건을 투표대상에 반영했어요. 참여예산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높이고 직접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마련했죠. 선정된 사업들은 조정협의회를 거쳐 내년 예산에 반영됩니다.”

신영호 예산담당관의 설명이다. 내년 주민참여예산으로 책정된 예산은 107억원. 재작년 45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액된 규모다. 늘어난 예산규모만큼 반영되는 사업 수도 늘어날 예정이다. 신 예산담당관은 “예전에는 시민제안사업 200건이 들어오면 40~50건 정도 반영됐지만 올해는 예산이 늘어난 만큼 100건 가까이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까? 고양시에서 현재 운영 중인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전년도 7월부터 당해 6월말까지 접수된 시민제안사업을 사업담당부서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선별해 최종 선정한다. 제안통로는 각 동별 지역위원회를 비롯해 홈페이지, 민원실 등을 통한 시민제안, 청소년 제안대회 등 다양하게 진행되는데 특히 온라인 접수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시 관계자는 “작년의 경우 온라인 제안사업이 28건에서 117건으로 4배 이상 급증하는 등 온라인 참여 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론 제안된 사업이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주민참여예산사업의 경우 작년 접수된 사업 수는 총 219건이지만 선정된 수는 100건에 불과했다. 예년에 비해 예산액이 늘었다고 하지만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여전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우선순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반영된 시민제안사업 중 상위 3건.
최근 3년간 반영된 시민제안사업 중 상위 3건.

 

이처럼 접수된 시민제안사업 중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예산편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다. 위원회는 각 동별 지역위원회에서 추천한 1인(총 39명)과 예산전문가 11명, 추첨위원 50명 등 총 100인으로 구성되며 6개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활동한다. 사실상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시민제안사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만큼 그 역할이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위원 임기는 2년으로 1회 연임이 가능하며 매년 예산학교 등을 통해 역량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시행 8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특히 작년부터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폭 확대된 예산규모다. 2020년 45억원에서 올해 9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내년부터는 아예 본예산 일반회계 0.5% 이내로 예산책정(사전 실링 정률화)을 명시했다(107억원). 2018년 본예산 대비 0.2%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단순히 금액증가를 넘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참여예산의 비중이 늘어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재정사업까지 참여 확대 
이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주민의견수렴 절차의 경우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에만 한정해 진행됐지만 올해부터는 일반예산 주요재정사업에 대해서도 참여범위를 확대했다. 그동안 시의회 예산심의에 앞서 주민참여예산 선정사업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올해부터는 예산 설명서에 별도표기하기로 결정했다. 작년부터 도입된 온라인 예산학교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분과별 ‘찾아가는 예산학교’, 맞춤교육을 실시해 위원 역량강화에도 힘쓰는 모습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 홍보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2020년 시민제안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103건이나 증가한 배경에는 SNS서포터즈 홍보단과 ‘고양고양이’ 홍보웹툰의 역할이 컸다. 시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로 인해 예산학교 강의를 온라인으로 운영하면서 남은 예산 500만원을 활용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예산 홍보콘텐츠를 생산·확산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구상했다”며 “고양고양이 웹툰 또한 시민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해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 실제 활용사례를 소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작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주민참여예산제도 홍보부문 우수사례에 고양시가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행정안전부 주민참여예산제 홍보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된 고양고양이 웹툰
작년 행정안전부 주민참여예산제 홍보부문 우수사례로 선정된 고양고양이 웹툰

 

“참여 넘어 숙의 과정 필요”
이처럼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제는 시행 8년째를 맞이하면서 예산규모와 참여도 면에서 이제 안정화단계에 도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예산에 대해 단순히 주민참여를 넘어 ‘숙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위원이었던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는 “단순히 사업에 대한 주민투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정책이 왜 좋은지 논의하고 고민하는 숙의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자칫 참여예산제도가 민원해결 창구에만 활용될 소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은평구의 경우 시민제안사업 선정에 앞서 공론화 과정과 논의과정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김범수 박사는 “고양시의 경우 내년 전면 실시되는 주민자치회 총회를 통해 동네 미래비전을 논의하고 그 속에서 필요한 사업과 예산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여예산의 본질은 단순히 예산사업을 주민이 선택하는 것을 넘어 우리 동네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질문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사업과 예산이 필요한지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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