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사례1】 최억울씨는 시장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데 하루하루의 삶이 녹록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홀로 키우는 딸이 하나 있는데 인터넷 도박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된 후 집에는 어쩌다가 한 번씩 들르곤 합니다. 최억울씨는 이런 딸이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도 안부라도 듣고 싶어서 자신 명의로 핸드폰을 개통해 딸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신한은행으로부터 대출연체 안내장이 오더니 연이어 카카오뱅크, NH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5000만원의 대출이 최억울씨의 명의로 실행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억울씨는 신한은행이나 여타 은행에서 대출 신청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너무 억울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사례2】 김황당씨는 얼마 전 신규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 SKT대리점에 방문했습니다. 대리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삼성 갤럭시 폰을 선택했고 적당한 요금제를 약정해 가입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몇달 후 자신이 가입한 갤럭시 폰 외에 아이폰이 추가로 자신의 명의로 개통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연이어 수협과 카카오뱅크로부터 각 300만원씩 총 600만원의 대출까지 이루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김황당씨는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대리점을 방문해 확인한 결과 핸드폰 개통 당시 대리점 직원이 김황당씨의 가입정보와 신분증을 이용해 아이폰을 개통하고 이를 이용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의 사례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민원 내용을 일부 각색한 것으로 이러한 사례는 최근에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러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누구(무엇)일까요? 바로 여러분과 가장 가까운 친구 ‘핸드폰’입니다. 첫 번째 사례에서는 최억울씨의 딸이 평소 엄마의 신분증을 핸드폰으로 촬영한 후 모바일대출 신청시 핸드폰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고 최억울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것입니다. 두 번째 사례에서는 대리점 직원이 김황당씨의 핸드폰을 몰래 개통한 후 여기에 가입 당시 미리 촬영해 둔 김황당씨의 신분증을 이용해 역시 모바일대출을 받은 것입니다. 동 사례의 결과를 말씀드리면 최억울씨는 자신의 명의로 등재된 채무연체로 인해 금융거래가 중지되었고 결국 채무를 갚아가고 있고, 김황당씨는 대리점이 직원을 잘못 고용한 책임을 지고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요즘은 핸드폰이 단순히 통화를 하는 기계가 아니라 개인 신분증 역할을 하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핸드폰 관리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렇게 핸드폰을 이용한 명의도용 대출은 주로 가족, 친척, 친구 등 가까운 사이에서 대부분 발생합니다. 그럼 부주의나 실수로 핸드폰을 빌려주었다가 이렇게 명의도용 대출을 당한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와 관련해 법원 판례는 아버지가 신용불량자인 아들에게 핸드폰을 개통해주고 아들이 이를 이용해 아버지 몰래 대출을 받은 사건에서 아버지가 카카오뱅크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하였으나 원고(아버지)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아버지는 카카오뱅크가 영상통화를 시도하지 않는 등 비대면 본인인증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채무를 부담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카카오뱅크가 전자금융업자로소 비대면 실명인증 방식 3가지(본인명의 휴대전화, 신분증 사진제출, 고객명의 다른 은행계좌 확인)를 모두 이행했기 때문에 본인확인절차 의무를 준수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사례나 판례 등을 보면 역시 부모가 자녀를 위해 핸드폰을 개통해 주었다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 명의 핸드폰을 도용해서 대출을 받은 사례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자식이 웬수네요. 예전에는 빚보증 서달라는 자식 있으면 호적 파가라고 했다는데 앞으로는 장성한 자녀가 핸드폰 만들어 달라고 하면 호적 파가라고 해야 할 듯싶네요. 예전에 보면 가끔 타인 명의 핸드폰(일명 대포폰)을 개통해주면 얼마씩 주겠다고 광고하는 글도 있었는데 이런 건은 대부분 범죄와 연루되어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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