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전시] 2021 지구라트 페스티벌
20년간 폐쇄됐던 연천 벽돌공장 배경으로
다양한 조형작품과 흥미로운 아카이브 전시
주변지역 자연과 마을 주민들의 삶도 담아
[고양신문] 한적한 농촌마을에 오래도록 방치됐던 폐벽돌공장이 흥미로운 예술작품으로 채워진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1 지구라트 페스티벌이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에 자리한 ‘연천 아투하우스’(구 신중앙요업 공장)에서 열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페스티벌은 폐공장이라는 공간적 매력에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는 조형예술작품, 그리고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아우르는 아카이브 전시가 어우러져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독특한 매력 전하는 폐벽돌공장
페스티벌의 타이틀인 ‘지구라트’는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인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벽돌 건축물에서 따온 이름이다. 폐벽돌공장이라는 공간적 특징과 함께 작은 예술적 시도들이 모여 거대한 역사적 장소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전시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오랜 세월 폐쇄됐던 벽돌공장이라는 장소 자체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1980년대에 문을 열어 전성기에는 수십여 명 직원들이 근무하며 매일 수만장의 벽돌을 생산했던 공장은 2001년 폐업 후 오랜 세월 방치됐는데, 지난해 연천군이 이곳을 매입해 DMZ 접경지역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구석구석 배치된 인상적인 조형작품
참여작가들의 조형작품은 폐공장 곳곳에 골고루 배치됐다. ▲작가목수 장태산은 건축에 사용되는 목재로 관람자의 동선을 연결하는 격자형 파사드를 세워 안과 밖의 경계의 벽을 허물고자 했다. ▲정동암 작가는 허공에 일렬로 매달린 신체모형이 쉬지 않고 움직이는 ‘노마드’라는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작품)를 통해 어디든지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한순간도 쉬지 못하고 노역을 해야 하는 현대인의 이중적 특성을 표현했다. ▲조각가 박찬용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을 대면하고자 하는 일관된 테마를 ‘가까운 것들의 관계-마주보는 개’라는 작품에 담았다. 또한 ▲장용선 조각가는 도심 녹지에서 채집한 강아지풀과 점멸하는 조명을 결합해 자연의 생명력을 형상화했다.
공장 외부에 전시된 작품들도 인상적이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언덕에는 박찬용 작가의 ‘동굴의 우상-들소’ ▲건물 전면에는 갈라진 나무로 사슴의 형상을 표현한 최은동 작가의 ‘사슴 나무 사슴’ ▲높다란 굴뚝 옆에는 6·25전쟁 격전지인 화살머리고지에서 수거한 잔해물을 활용한 이민수 조각가의 ‘백두사람 한라사람’이 관람객과 만난다.
공장과 인연 맺은 사람들의 흔적
전시는 폐공장이 자리한 연천지역의 사람과 자연의 표정도 아우른다. ▲사진작가 이한구는 연천지역의 자연과 공장이 자리한 은대리 이웃들의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냈다. 한탄강 재인폭포의 힘찬 물줄기와 하늘로 치솟은 공장 굴뚝이 병치되고, 공장 모습을 배경으로 마을 주민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식물학자 김경훈은 연천 일대와 공장 주변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채집하고 분류해 표본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작가들의 예술작품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다채로운 아카이브 작업이다. 공장 앞 사무동에서는 신중앙요업의 공장과 사무실에서 직접 사용했던 물건과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손글씨로 적은 각종 서류들, 브리핑에 사용했던 괘도, 직원들이 사용했던 도장과 작업화 등이 왕성했던 산업 현장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런가하면 공장 뒤편에는 20여년 간 폐공장 부지를 관리했던 ▲지역주민 민천희씨가 모은 각종 트랙터와 농기구 등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DMZ 접경지역 대표 문화공간 구상
지구라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연천군 일대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 현무암 협곡지대를 비롯해 다채로운 관광자원이 산재해 있다. 고양시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페스티벌을 관람하고 재인폭포 등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한나절 가을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하지만 연천 아트하우스가 세련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좀 더 세밀한 공간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아직은 날것 그대로의 폐공장 건물에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접목한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부지가 워낙 넓고 시설이 복잡해 활용과 리모델링 방안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DMZ 접경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비 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1 지구라트 페스티벌
기간 : ~11월 19일까지
장소 : 연천 아트하우스
(연천군 전곡읍 은대리 26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