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MBC강변가요제 금상, 나태주 시인과 협업해 작곡도
고봉산 이야기 담은 노래 짓고, 지역 알리는 곡도 쓰고파 

작곡가 레마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 시를 위한 노래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노래도 만들어보고 싶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시민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작곡가 레마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 시를 위한 노래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노래도 만들어보고 싶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시민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작곡가 레마(본명 김은선). 심플한 그의 어투와 화법에는 고향인 일산을 사랑하는 진심이 가득했고, 애착이 남달랐다. “어느 날 새벽 우연히 SNS를 보다가 일산에 대한 글을 읽게 됐어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일산에 대한 정보가 잘못 알려지고 있는 글을 봤고, 일산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고봉산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었어요. 물론 역사적·설화적인 의미도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라며 ‘고봉산 사랑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말했다. 안장왕과 한씨 미녀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는 지역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덕분에 동요와 일반 버전으로 음반까지 발표했다. 잔잔한 멜로디는 같지만 노래 가사는 약간은 다르다. 노래는 가수 동방현주와 유채은양이 불렀다. 

중산초등학교 '고봉산 사랑이야기' 공연 팜플렛과 작곡가 레마가 만든 고봉산 사랑이야기 악보
중산초등학교 '고봉산 사랑이야기' 공연 팜플렛과 작곡가 레마가 만든 고봉산 사랑이야기 악보

그의 고향은 당시 일산읍 일산5리이고 아버지는 카센터를 운영했다. 피아노학원장인 카센터 한 고객과의 인연으로 레마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1985년 처음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 하지만 자의가 아니어서 그런지 피아노를 오래 배우진 못했다. 자신보다 실력이 훨씬 좋아 보이는 또래들을 보며 주눅도 들었다.  
“대부분 저보다 먼저 학원에 들어와 어느 정도 건반을 익힌 상태였거든요. 어린 마음에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생각했어요. 첫 발표회 때는 반복된 실수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의기소침한 생각을 했고요.”

가수 하윤주씨와 나태주 시인, 작곡가 레마가 함께 했다. 하윤주 씨가 노래 부른 앨범 '황홀극치'
가수 하윤주씨와 나태주 시인, 작곡가 레마가 함께 했다. 하윤주 씨가 노래 부른 앨범 '황홀극치'

 그러다가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거리에 쏟아지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웬지 모를 벅차오름을 느꼈고 가슴이 뭉클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1살 소녀에게 큰 울림이 있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하얀 건반, 검은 건반이 생각났다. 다시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개인교습을 받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반주법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셨어요. 제 피아노도 생겼고요. 너무 기분이 좋아 마음에 날개를 단 듯했어요. 30년이 다 되어가는 그때 피아노로 지금도 작곡을 해요. 학생들 레슨할 때도 쓰고 있어요”라며 작업실에 피아노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작곡에 소질을 느낀 건 중학교 때다. 한번 들은 음은 바로 피아노 건반으로 칠 정도로 음감이 뛰어나다는 걸 깨달았다. 학교 합창대회에선 작곡을 맡았고, 3년간 음악을 늘 곁에 뒀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1994년 제2회 EBS청소년창작가요제에 ‘나를 찾아서’를 들고 출전해 입상했다. 이듬해에도 같은 가요제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았다. 한 단계 더 발전했고, 김춘수 시인의 ‘꽃’을 모티브로 해 만든 노래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를 만들었다. 그가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첫 곡이 됐다. 즐거웠고 점점 시를 가사로 만드는 매력에 빠졌다.

나태주 시인과의 협업으로 만든 앨범.
나태주 시인과의 협업으로 만든 앨범. '사랑에 답함'과 '한 사람 건너'

대학 실용음악과에 진학한 그는 1999년 MBC강변가요제에 밴드 ‘정글’을 구성해 출전했다. 같은 과 동기들로 구성된 5인조 밴드에서 리더로 작사·작곡과 키보드를 담당하며 ‘악어의 눈물’을 선보였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가수 장윤정씨 다음으로 금상을 수상했다. 이후 잠깐의 방송 활동을 했고, 소중한 추억과 경험이 만들어진 값진 시간으로 남았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 음악 학원에 취업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며, 경제활동을 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망으로 목이 말랐다. 서른 무렵에 대학원에 진학을 한다. 
“전 음악을 할 때 가장 행복했고, 존재 이유도 음악이었어요. 음악이 마음으로 전달될 때 행복했고, 힘이 들 때 위로와 치유가 되기도 했어요. 깊이 있는 공부는 새로운 세계를 알려줬어요. 음악이 있었기에 지금의 가족도 만날 수 있었고요”라며 음악에 대한 애착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초등학교때 부모님이 사준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있는 작곡가 레마
초등학교때 부모님이 사준 피아노로 연주를 하고 있는 작곡가 레마

2007년 결혼한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책 읽어주는 엄마’ 봉사를 했다. 이후 아들이 다른 초등학교로 전학하고도 활동을 이어갔다. 그때, 백석 시인의 ‘준치가시’라는 시를 노래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봉사를 했는데, 그게 계기가 돼 아들의 담임이었던 동요 작사가 김남숙 교사의 노랫말을 받아 곡을 만들게 됐다. 가사가 너무 좋아 ‘햇살 좋은 날’을 포함 20여 곡을 만들었고, 그중 6곡으로 앨범을 만들었다. 선생님 작사, 학부모 작곡이 됐다. 아들 학교에서는 2학년부터 6학년으로 구성된 중창단도 그때 구성했다.

중산초 어린이 중창단 앨범과 나태주 시인과 협업한 앨범 '노래되어 부르는 시'
중산초 어린이 중창단 앨범과 나태주 시인과 협업한 앨범 '노래되어 부르는 시'

그는 시와 연계된 작곡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8년에는 나태주 시인의 시에 큰 감명을 받아 곡을 만들었고 정식으로 발표하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다. 당연히 만나지는 못했지만, 놓고 온 곡을 보고 다음날 나태주 시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름답고 빛깔 고운 나태주 시인의 시에 자신의 노래를 스며들게 하고 싶은 마음이 전달된 것이다. 그렇게 연결된 나태주 시인과의 협업으로 16곡이 정식 발표됐다. 시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잔잔하지만 편안한 곡들은 동요와 가곡, 그리고 정가 보컬리스트 하윤주와 협업한 ‘황홀극치’, 가수 남궁송옥과 ‘사랑에 답함’ 앨범을 아름답게 완성했다.

작곡가 레마의 작곡과 연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를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그의 손이 아름답다.
작곡가 레마의 작곡과 연주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시를 사랑하고 노래를 사랑하는 그의 손이 아름답다.

“앞으로도 어린이를 위한 노래, 시를 위한 노래를 만들 겁니다. 그리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노래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과 시민들이 우리 고장과 마을에 대한 역사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고요”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앞으로도 시인과 함께 협업해 노래를 만들 계획인 그는 동요 작곡가와 시 노래 작곡가로 활동하고 싶어 한다. 그는 최근 충북 단양중학교와 대소중학교 교가를 만들었다. 이미 있던 교가를 새롭게 바꾼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와 새로운 시대에 맞게 창작한 아름다운 교가다. 
누구나 즐겁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 소중한 예술가이자 고양의 문화자산인 그가 들려줄 노래가 많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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