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박수택 시민, 생태환경평론가
박수택 시민, 생태환경평론가

[고양신문]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 인격자입니다! 전에 자기 상점에서 법을 어기고 술을 판 적이 있습니다! 이런 불법행위자가 상원의원이 된다면 이 나라 법과 질서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습니까? 링컨은 절대로 당선돼서는 안 됩니다! (더글러스) / “제 얼굴이 정말 두 개라면 하필 이렇게 중요한 날에 이렇게 못 생긴 얼굴로 나왔겠습니까? 제가 상점에서 술 팔았다는 더글러스 씨 말, 맞습니다. 그런데 거기 와서 술을 가장 많이 드신 분이 더글러스 씨였습니다. 또 하나, 저는 이미 상점을 떠났는데 더글러스 씨는 아직도 술 파는 상점에 단골 고객으로 남아있습니다.”(링컨)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링컨의 유명한 일화다. 경쟁 상대가 거칠게 비방하며 시비를 걸어와도 링컨은 흥분하며 맞대꾸하지 않고 의연하게 받아넘겼다. 청중은 폭소를 터뜨리며 링컨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이 되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은 격전지 게티스버그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기리며 명 연설을 남겼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짧고 쉬운 단어의 문장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집약한 보석같은 명언이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가 2차대전을 일으켜 영국은 바람 앞의 등불같은 위기를 맞았다. 거국 전시 내각의 총리가 된 처칠은 1940년 5월 13일 하원 의회 연설에서 ‘내가 드릴 것은 오직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뿐(Blood, Toil, Tears and Sweat)’이라면서, 오직 승리를 위해서 ‘모두 단결된 힘으로 함께 나아가자(let us go forward together with our united strength)’고 외친다. 처칠의 리더십 아래 영국은 하나로 뭉쳐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승리를 거둔다. 처칠은 유머 감각도 뛰어났다. 환호하는 대중 앞에서 연설을 마치고 내려온 처칠에게 미국의 여성 정치학자가 저렇게 많은 청중이 모여서 기쁘시겠다고 말을 건넸다. 처칠의 대답 – “기쁘죠, 그런데 내가 교수형을 당한다면 청중이 두 배는 더 많이 모여들 거라는 생각으로 정치를 합니다.” 뼈있는 농담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기 생각을 적절히 전달하고 결국 상대방이 따라오도록 이끄는 언변이야말로 위대한 정치가 처칠의 재능이며 실력이었다.

미국의 35대 대통령 케네디의 1961년 1월 취임식 연설은 영어 학습 교재에도 등장한다. 특히 미국과 세계 시민들에게 봉사와 헌신을 호소하는 부분은 명문으로 꼽힌다.  “친애하는 미국 시민 여러분, 나라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묻지 마십시오. 다만 여러분이 여러분의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으십시오(And so, my fellow Americans: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친애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미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 묻지 마시고, 다만 인간의 자유를 위해서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물으십시오(My fellow citizens of the world: ask not what America will do for you, but what together we can do for the freedom of man).” 선거에서 공화당 닉슨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이겨 당선한 케네디였다. 취임식 연설을 통해 희망을 향한 도전을 제시한 새 대통령에게 미국민의 75%가 감동하고 지지를 보냈다. 링컨, 처칠, 케네디를 기리는 재단이나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역사를 만들어 낸 지도자의 생애와 어록을 음미해볼 수 있다.

정치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일이다. 정치인의 도구는 말이다. 정치인의 말은 국민에게 갈증을 씻어주는 물이어야 하고 암흑 속의 등불이어야 한다. 망망한 바다에서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며, 주저앉은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에너지원, 영양제도 되어야 한다.

내년 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마당에 한창 말 풍년이다. 귀 담아 듣고 마음에 새길 말을 기대하고 싶지만 쏟아져 나오는 말마다 송곳, 갈퀴, 창, 화살, 칼날이다. 유머는 커녕, 도량은 커녕, 품위는 커녕, 서로 말꼬리 잡으며 편협하고 조잡하고 상스럽기까지 한 쪼가리 말들을 토해낸다. 유권자 시민들 마음마저 후비고 긁고 찌르고 베어 댄다. TV, 휴대전화, 인터넷을 타고 흉포한 말의 파편은 빠르게 널리 퍼져나간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 말하는 사람의 인품을 엿볼 수 있다’고 법정 스님은 일깨웠다. ‘말은 마음의 심부름꾼(言葉は心の使い)’이라는 일본 속담도 있다. 말씨는 마음씨와 이어져 있는 법이다. 선동하는 정치꾼을 걸러내고 희망과 감동 주는 정치가를 골라야 한다. 흠모하고 어록을 음미할 만한 정치 지도자를 키워내야 한다. 그건 마땅히 유권자의 몫이다, 나와 그리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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