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고양시민 녹색건축교실

박은영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박은영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

[고양신문] 고양지역건축사회가 주최하고 고양시와 고양신문이 후원하는 ‘제1기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의 세 번째 강의가 지난 25일 진행됐다. 강사로 초청된 박은영 중부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는 ‘정원의 기술-집안정원부터 마을정원까지’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소통했다. 

박 교수는 현재 대학원(정원문화산업학과)에서도 강의하고 있는데 “가드닝이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로 꼽히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가드닝의 인기를 소개했다. 그는 “가드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라며 “해가 갈수록 정원 산업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 내용을 요약한다.

공원 있는데 정원이 또 필요해?

집에 마당은 없어도 정원을 가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베란다나 거실에서도 다양한 식물을 키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반려동물보다 반려식물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샤넬 등의 명품패션업체에선 정원에서 패션쇼를 열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며 정원을 가꾸고 싶어한다. 베란다와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이유다. 도시에 공원을 실컷 만들어 놨는데도 사람들이 가드닝 하겠다고 난리다. 우리는 왜 정원을 가꾸고 싶어할까. 

녹색이란 키워드는 같지만 정원이 도시공원과 다른 점은 ‘사적’이라는 데 있다. 스스로 식물을 배치하고 키워서 계절별로 멋진 모습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흙을 만졌을 때의 기쁨,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는 기쁨을 온전히 사적인 공간에서 누릴 수 있다. 

최근엔 사적공간이 아닌 공적공간에서 ‘퍼블릭가든’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참여로 공원 내에서 공동체의 감성이 드러나는 정원이 시도되고 있는데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베란다를 활용한 홈가드닝.
베란다를 활용한 홈가드닝.


자연과 가깝게 ‘내추럴리즘’

정원은 생각보다 유행을 많이 탄다. 최근에는 내추럴리즘(자연주의)이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적 가드너인 ‘프에트 우돌프’가 대표적이다. 그는 다양한 식물로 다양한 색감을 표현하지만 생태적인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인공적인 화려함보다는 수채화 같은 색의 어우러짐을 강조하기 때문에 로맨틱한 정원이 만들어진다.

그의 정원은 꽃을 이미 피운 식물들도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둔다. 또는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들도 과감하게 식재한다. “브라운톤을 사랑하라”고 그는 말한다. 풀 종류의 식물은 원래는 정원에서 쓰이지 않는 식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정원)들이 명성을 얻자 갈대와 억새 종류의 식물(그라스)들이 세계 각국의 정원에서 유행하게 됐다. 겨울에 죽은 꽃을 베지 않고 그대로 두고 그 위에 하얀 눈이 쌓이는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도 그가 설계하는 정원 스타일이다. 

세계적 가드너인 ‘프에트 우돌프’가 만든 정원.
세계적 가드너인 ‘프에트 우돌프’가 만든 정원.

질감·모양·색, 잎이 가진 매력

‘프에트 우돌프’가 그라스(풀 또는 갈대나 억새 종류)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정원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꽃이다. 꽃은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계절별로 어떤 색의 꽃을 어디에 배치할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꽃은 단기간 피고 오래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 들어서는 아름다운 모양의 잎이 각광을 받고 있다. 꽃만큼은 아니지만 잎도 다양한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식물마다 잎의 질감이 다르다는 장점도 있다. 

정원은 식물(꽃)의 색상뿐 아니라 식물(잎)의 질감도 공간을 연출하는 요소가 된다. 색상과 질감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패턴이다. 정원의 패턴은 공간에 질서를 부여한다. 보통은 나무를 다듬어 동일한 모양을 여러 개 만드는데 요즘에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 최근 트렌드는 질감이다. 그라스가 주는 질감은 색이 화려하지 않아도 감성을 충분히 자극한다. 무엇보다도 유지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정원산업 ‘관광·복지·치유’ 확대

앞으로 정원산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정원관광’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잘 가꿔진 자연을 방문하는 것만큼 멋진 경험도 없다. 각 나라마다 정원의 특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여러 정원을 접해보는 것도 자연을 즐기는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정원을 통한 복지와 치유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발달장애인과 치매가족들을 위한 정원가꾸기 사업이 현재 국가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원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있는데, 조만간 기재부 승인으로 다방면에서 예산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에서는 홀트에서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어봤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정원은 직접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가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 가드닝산업과 관광산업이 모두 가능하다. 고양시는 꽃박람회가 열리고 화훼산업이 발달했다. 여건이 좋은 만큼 고양시가 정원산업에 더욱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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