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윤의 하류인문학-
[고양신문] 2021년 7월 2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의 이사회에서 한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되었음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물론 경제적 지표가 중심적 기준이 되었겠지만, 박수를 칠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내가 태어난 1964년도에 설립된 것이니, 우리나라는 58년 만에 다른 31개국과 함께 선진국의 대열에 동참한 것이다.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 생각해보았다. 과연 우리나라는 선전국이 된 것일까? 경제적 지표, 과학기술적 지표에서 우리나라가 선전국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정치적 지표, 문화적 지표, 인권적 지표, 환경적 지표에서도 선진국이라 자부할 수 있을까? 아마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힘들 것이다. 불평등과 차별이 더욱 심화되고 있고, 외국인과 난민의 혐오는 아직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고, 차별을 반대하는 포괄적차별금지법은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룩해 놓은 자랑스러운 것도 무척 많지만, 해결해야 할 부끄러운 과제도 넘쳐난다. 물론 이 과제들이 한날한시에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번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이에 대한 비전 제시와 토론이 후보 차원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 선거는 한 사람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에 우리가 선택할 대통령이 미래형 대통령, 세계적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코로나 사태나 기후 위기의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미래는 일국 차원을 이미 훌쩍 뛰어넘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면 우리의 대통령은 글로벌 리더로서도 책임감을 지녀야할 것이다. 미래 비전, 세계적 비전을 갖는 리더가 뽑혀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격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불평등과 차별을 극복하는 비전을 가진 대통령이어야 한다. 가난한 서민들이 웃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형태에 의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지역, 계층, 학력, 직업, 성정체성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포괄적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위력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둘째, 세계인권에 앞장서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재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모범적으로 지원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이나 난민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국제적 위상에 맞게 보호하고 수용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셋째,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러러면 무엇보다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이끌어내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전쟁과 혐오가 아니라 평화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우리의 위상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기후 위기의 해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과제이기도 하다.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는 더욱더 이 문제를 위한 적극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후 정의 실천을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지구적으로도 협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5년마다 돌아오는 대통령 선거지만, 이번 선거가 더욱 중요한 것은 정권이 유지되느냐, 교체되느냐의 문제보다 더욱 크고 두렵고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이 과제에 대한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그러한 미래를 여는 첫단추가 될 것이다. 선진국에 값하는 미래를 선택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