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고양신문] 세계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로 당선된 가브리엘 보리치다. 1986년에 태어난 그의 이름 앞에 ‘최연소 MZ세대 대통령’ 혹은 ‘좌파 대통령’ 수식어가 붙는다. 세계 최연소 대통령 탄생에 정치권보다는 언론의 관심이 더 높다. 정치권의 관심이 언론보다 덜 한 이유는 칠레 대통령 선거에는 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는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만40세 미만 국민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무려 헌법에 명기된 사항이라 칠레와 같은 상황을 맞이하고 싶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 대통령선거 후 84일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도 피선거권 연령이 문제다. 투표할 수 있는 만18세 국민은 지방의원으로 출마할 자격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청년 표심 잡겠다며 피선거권 연령 인하 약속이 줄이었다. 21대 국회가 다가올 지방선거에서부터 정치를 더 젊어지게 할 결단을 내릴지, 그저 사탕발림이었는지 확인할 시간이 머지않았다. 

1차 투표에서 2위한 보리치가 당선될 수 있었던 건 결선 투표 때문이다. 이 역시 대한민국에는 없다. 결선 투표는 국회 정개특위 논의 사항으로도 다뤄지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이루어진 정개특위는 거대양당 체제를 크게 바꿀 결선투표를 안건으로 부칠 수 있는 구조도 아닌 것이다. 

정치 제도뿐만 아니라 칠레 대선에는 있지만 대한민국 대선에선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이 있다. 증세에 대한 논의다. 모두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고 복지도 강화할 것이며, 감염병 예방과 국민 건강을 위한 공약을 말하면서도 정작 꼭 필요한 증세를 얘기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증세는커녕 연일 부동산 감세를 약속하고, 며칠 전 ‘시민최저소득 100만원’ 등 소득보장정책을 발표한 심상정 후보조차 재원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전북대에서 가난에 대한 발언으로 또다시 구설수에 오른 윤석열 후보는 상당한 정도의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면서도 어떤 소득보장정책도 발표한 바가 없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 [사진=오마이뉴스]

소득보장정책과 함께 재원 계획도 공약한 후보는 ‘월 65만 원 기본소득’ 공약한 기본소득당 오준호 대선 후보가 유일하다. 소득 및 자산 불평등과 기후 불평등 해소를 위해 토지세, 탄소세, 시민세 등 신설을 공약했다. 지속가능한 기본소득 재원을 위해 국가 투자 산업에 국가가 지분을 얻어 수익을 배당하는 공유지분 배당 기본소득 역시 제안했다. 국민 모두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공유부를 기본소득으로 되돌린다는 취지다. 

정책 실행에는 예산이 필요하고, 재원 마련 방안은 대한민국의 고쳐할 부분을 겨냥해야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불평등으로 드러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도 증세는 불가피하다. 지금의 대한민국 불평등은 예산 조정하는 정도로는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 계획 없이 공약하는 소득보장정책과 복지강화는 기본소득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으로 자주 언급되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보리치는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약속하고 당당하게 당선됐다. 대한민국 정치권도 증세 논의를 통한 증세 동맹을 맺어야 ‘대전환’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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