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휴 사과나무치과병원 과장의 건강칼럼

최선휴 사과나무치과병원 과장
최선휴 사과나무치과병원 과장

[고양신문] 최근 면역학적으로나 아기와의 유대감 형성 등 모유 수유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들이 늘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모유 수유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임은 더 말할 여지가 없다. 이는 엄마에게 투여한 약물이 모유를 통해서 아기에게 전달되는 기회도 많아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치과 치료로 인해 약을 처방받는 환자들이 ‘수유 중인데 약을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하곤 한다. 엄마가 복용한 약물이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돼 부작용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약을 먹어야 하는 엄마가 모유 수유를 중단할지 계속할지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엄마에게 그 약이 꼭 필요한지 ▲약 때문에 모유의 양이 줄어들 수 있는지 ▲먹은 약이 모유에 얼마나 포함이 되는지 ▲모유에 포함된 약이 아기의 몸으로 얼마나 흡수되는지 ▲흡수된 약이 아기에게 이상 반응을 줄 수 있는지 ▲아기는 몇 개월인지 등이다.

수유 중인 엄마가 복용한 대부분 약은 모유에 포함돼 아기에게 간다. 하지만 약의 종류에 따라 어떤 약은 아주 적은 양이 모유에 포함되고 또 어떤 약은 모유에 전혀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절대적인 양을 따지더라도 모유에 포함되는 약의 양은 엄마가 먹은 양의 1~2% 미만이며, 이는 약리학적으로 아기에게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치과에서는 엄마의 염증이나 통증 또는 수술 후 감염 방지를 위해 약을 처방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항생제와 진통소염제, 위장관계 약물 등을 처방한다. 치과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목시실린이나 오구멘틴, 세팔로스포린 같은 항생제는 수유 중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고, 같은 성분의 약을 소아에게 처방하기도 한다.

진통제는 일차적으로 타이레놀을 처방하고 염증이나 통증이 심한 경우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를 처방한다. 타이레놀은 임산부에게도 쓸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로 모유 내로 이행이 적으며 아기는 엄마가 먹은 양의 최대 2%만 섭취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아기에게 투여하는 용량보다 훨씬 적은 양이지만 적은 양이라도 엄마의 체내에서 빨리 사라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방정(유효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만든 알약)은 피하게 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약물의 특성상 모유 내로의 이행이 잘되지 않는 약이다. 이부프로펜이 가장 이상적이며 모유로의 이행이 거의 혹은 전혀 없다. 나프록센 역시 모유에 이행은 적으나 장기간 치료 후에는 일부 아기에게서 위장장애가 보고 되지만 단기간(1주)의 사용은 안전하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에 의한 속쓰림을 예방하기 위한 위장관계 약물 역시 수유 중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수유를 중단해야 할 만큼 금기시되는 약물의 종류는 적고 치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약물은 아기에게 큰 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래도 아기에게 약이 전달되는 것이 걱정된다면 약물이 모유 내에 최소한의 농도가 되는 시점에 수유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하루 3번 복용해야 하는 약이라면 8시간마다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고, 약을 먹은 후 4시간이 지난 이후에 수유함으로써 모유로부터 전달되는 약물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

미숙아에게 수유 중일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단순히 ‘수유 중’이라고만 하지 말고 ‘미숙아에게 수유 중’이라고 말해야 한다. 만삭의 건강한 아기에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적은 양이라도 미숙아나 신생아 신장 기능이 저하된 아기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픈 것을 참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수유가 더 힘들어지며 아기를 위해서라도 의사의 진료를 받는 편이 좋다. 약을 처방받으면 반드시 수유 중임을 밝혀 안전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선휴 사과나무의료재단 사과나무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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