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회 "예민한 주제 민원 우려한 '검열'", 시 "영상 완성도 문제"
[고양신문] 최근 고양시 민관거버넌스 기구인 고양여성네트워크에서 진행한 '가족 다양성'을 주제로 한 행사에 대해 시가 뒤늦게 영상 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고양여성민우회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고양시는 2021 고양여성네트워크 공감과 함께 CGV일산 영화관에서 토크쇼 ‘다양한 가족, 공동체를 상상하다’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가족구성권연구소, 비혼여성공동체 에미프(EMIF), 비혼지향공동체 공덕동하우스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현행 법률혼과 혈연관계 중심의 가족제도에 속하지 않은 시민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정책적 대안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역 여성단체 및 시민 60여 명이 참석했으며 고양시에서 별도의 행사영상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담당부서가 뒤늦게 촬영영상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고양시가 비공개 주요 사유로 토크쇼에서 나왔던 ‘커밍아웃’ ‘비혼주의’ 등 예민한 주제에 대한 민원우려를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전검열’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에 고양여성민우회를 비롯한 10개 단체들은 3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시청 항의 방문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고양시의 행사 영상 비공개 결정은 다양한 가족과 공동체에 대해서 논한 해당 행사의 취지, 나아가 거버넌스 기구인 여성네트워크의 역사와 의미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고양시는 본 행사와 고양여성네트워크의 취지에 맞게 행사 영상을 공개하고 나아가 다양한 가족구성권과 더불어 가족을 구성하지 않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고양여성민우회 김지현 사무국장은 “이 사안은 미리 검토하기도 한 토크쇼 내용의 공개 타당성 여부를 따진 ‘검열’이나 마찬가지”라며 “비혼·동거 커플 등으로 가족의 정의를 현실성 있게 넓혀가야 할 시점에 민원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특정 시민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행태는 거꾸로 가는 행정결정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담당부서인 여성가족과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홍보를 목적으로 촬영된 것은 맞지만 행사영상을 확인해본 결과 코로나 방역수칙 관련 민원이 제기될 소지가 있었고 음질도 좋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비공개를 결정한 것”이라며 “행사내용에 대한 민원 우려 때문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우회 측은 방역문제 때문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며 민원 접수 등을 통해 행사 영상 공개 요구를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민우회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양한 가족구성권과 더불어 가족을 구성하지 않는 개인의 권리 보장을 의제화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