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마을다미 활동가- 『일산동 아카이브』 발간
일산종합사회복지관 프로젝트
6개월간 일산1·2동 살뜰히 기록
“일상가치 담을 두번째 책 준비”
‘마을을 보는 우리의 눈, 마을을 담은 우리의 마음’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대의 기록을 담은 일산동 아카이브가 책으로 발간됐다. 가로 14.8㎝, 세로 21㎝, 두께 0.7㎝, 총 120쪽. 한 손에 잡고, 두 손으로 펴기에 부담 없는 크기다. 흰색 표지에 세로로 두 줄 『일산동 아카이브』라고 큼지막하게 인쇄된 표지는 무슨 내용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산2동에 거주한 지 19년 됐다”는 배지영 활동가는 “자주 지나다니던 일산역~일산초등학교 길의 변화를 최근 많이 느꼈다”고 한다. “사라져가고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이 아쉽기만 했는데 이번에 활동하면서 지금껏 못 본 것들을 보고 지역을 뒤돌아보게 됐다”면서. “다음에는 준비를 더 꼼꼼하게 해 공간과 사람 기록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배지영·백경희·유현숙·이미선·이수민 5명의 ‘마을다미’ 활동가와 손동유 아카이브 네트워크연구원장은 지난해 5월 27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6개월간 일산1·2동을 기록했다. ‘마을다미’는 고양시일산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을기록 프로젝트에서 마을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을 전문가에게서 배웠다. 지역민과 소통하며 교육과 기록을 병행했고,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일산을 걷고 또 걸으며, 사람과 공간, 거리, 사물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백경희 활동가는 개인적으로 가족 기록실을 만들고 싶던 차에 마을활동가 공고를 보고 참여했다. 카메라를 드는 데 부담이 있어 사진은 모두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래도 일산시장과 같은 삶의 현장에 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찍는 데 많이 익숙해졌다. 시장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도 많다. “아직 못 담은 이야기가 많다”라는 그는 “계속해서 지역을 더 알고 싶고 기록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반나절이면 충분히 볼 만한 책자에는 지역과 이웃의 모습이 정감있게 담겼다. 사진을 읽고, 글을 보고, 기억으로 감상할 수 있는 2021년 여름과 가을이 사진과 글로 남겨져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동네를 가감없이 남긴, 처음이지만 훌륭한 책이다.
일산1동에서 20년 넘게 살았다는 유현숙 활동가는 “삶을 되돌아보며 생각을 하는 기회가 됐고, 그동안 지나쳤던 이웃들이 보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우리마을을 기록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과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는 것. 특히 ‘한국유리’와 ‘대명철물’처럼 시장을 오랫동안 지킨 이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했다. 그는 “글쓰기와 사진찍기, 정리 등이 쉽지 않아 놓친 부분도 있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와 지역을 알아가는 즐겁고 긴장된 도전의 시간이었다. 다음에는 벽화거리를 다시 조명하고 싶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책에는 마을의 평범한 일상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일산시장 등 다양한 기록이 빼곡하다. 우리마을 간판과 선전물, 전통시장 이야기, 우리마을 둘러보기, 옛날 국숫집을 소개한 ‘장인의 손맛’, 부록 속 51장의 사진 등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기록을 하다 보니 무분별한 개발이 아쉬웠다. 가까이 가서 현장을 직접 살펴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사뭇 정서가 달랐다. 사진과 스토리텔링에 대한 교육이 꾸준히 있으면 좋겠다. 아이디어가 무척 중요하다. 20대 활동가와 같이 작업을 하고 나의 윗분들과도 같이 작업을 하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들의 감각을 배웠다. 여기에 복지사님이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다. 양성필 관장님과 손 원장님, 강사들께 모두 고맙다”라며 이미선 활동가는 뿌듯해했다.
마을활동가들은 계속 활동하면서 교육과 사진의 중요성을 느꼈다. 일산종합사회복지관은 다음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현장 경험과 소통을 기반으로 두 번째 마을기록의 콘텐츠를 정하고, 교육구상 등 전반적인 기획을 같이 구상한다. 일산동 아카이브가 작고 소박한 출발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민들에게 추억을 소환하고 시대를 읽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록서로 평가받을 것이다.
20대 활동가 이수민씨는 “이번 활동을 하면서 아이디어에 대한 칭찬을 많이 들었다. 주변 분들이 존중과 경청의 문화를 만들어 주셨기에 가능했다. 기록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억하는 누군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사는 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되려 마을로부터 보살핌을 받는 듯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 기록이 마을에서 성장한 아이가 성인이 된 후 보게 된 현재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다음에는 주민분들이 기록하고 싶은 추억에 대해 더 집중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5명의 마을다미 활동가와 함께한 전문가들, 마을 주민들이 이번 기록에 큰 역할을 했다. 시대기록이라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활동하는 내내 따라다녔지만,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작지만 큰 역사를 기록한다는 사명감은 활동가들의 의지를 복돋았다. 두 번째 마을기록서를 준비하는 활동가들은 일상의 평범함을 가치 있게 담아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안나 일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일산의 현재와 과거를 남기고 싶어 진행한 프로젝트다.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활동가들은 아카이빙을 이해하고 필요성에 공감하며 콘텐츠, 자료 정리와 활용 방법을 익히고 열정적으로 기록했다. 마을다미 활동가와 손동유 아카이빙네트워크연구원장님, 전미정 메모리플랜트 대표님, 이경민 사진아카이브 연구소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큰 고마움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