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연구클러스터 연구위원

[고양신문] 어떠한 경우라도 겨울공사는 최선책이 될 수 없다. 아무리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과연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1월 초순에 공사를 강행해야만 했을까? 

겨울공사를 강행하기 된 주된 이유는 ‘스마트한 건설관리’가 되지 못해서다. 겨울공사 중단기간도 여유 있게 설정하지 않고 만들어진 공정관리에 의해 마치 등 떠밀린 것처럼 겨울공사를 강행하게 된 듯하다. 이는 마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갈 경우 물이 얼어붙는 것처럼 건축물의 주요 뼈대가 될 레미콘을 ‘냉동병’이 들게 한다. 한번 ‘냉동병’이 든 콘크리트는 설사 건축 중 붕괴사고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건축 후 약한 어린아이처럼 평생 각종 병을 달고 살게 된다. 

이번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겨울공사 붕괴사고를 접하면서, 우리나라 도시의 SOC인프라 건설에 있어 겨울공사는 문제가 없는지 다시 되짚어 보게 된다. 겨울 공사는 시공 중 안전만이 아니라 시공 후 품질에도 큰 영향을 미쳐 SOC인프라 유지관리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를 통해 다시금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우리나라 도시는 매년 겨울이 오면 각종 건설공사로 시내 곳곳이 몸살을 앓는다. 이번 광주아파트 붕괴사고를 보니 그동안 빈번하게 이어져온 겨울철 보도블록 보수공사나 도로 굴착공사 등은 단순히 안전 우려를 낳거나 시민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도시를 골병 들게 하는 원흉이었다.  

겨울공사 강행과 건설안전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필자는 도시의 인프라 건설과 유지관리부문에서 다음과 같이 2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보도, 상하수도, 도로굴착 공사 등 도시 인프라 관련 겨울공사는 스마트하지 못한 건설 회계 운영상의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관급 건설공사의 경우 불용재원을 없애기 위해 집행 잔액을 재원으로 소규모 민원 공사를 ‘한꺼번에 모아서’ 연말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정부 예산이 편성되거나 변경될 경우 지자체는 이에 맞추기 위해 수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데 이는 동절기 공사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회계예산을 결정하고 점검하는 절차를 기존 1년 단위가 아니라, 최소 3년 단위로 중첩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조기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도시 건설 뼈대를 골병들게 하는 동절기 공사를 근본적으로 감소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연구클러스터 백남철 연구위원
백남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연구클러스터 연구위원

둘째, 급변하는 디지털 생태계에 맞춰서 도시 인프라 관리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도시 인프라 건설공정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한 방식으로 도시인프라 관리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 프로젝트 간 협업, 부서 간 협업, 관련기관 간 협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통합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도시 인프라 공사일정과 구간에 대해서 티맵, 카카오맵 등 네비게이션 정보 민간업체와도 실시간으로 협업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 도시의 거리는 살얼음판이다. 겨울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두세 발자국 물러서서 도시를 바라보고 여유를 가지는 시기다. 영하의 겨울에는 건설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주고 각자의 보금자리를 돌보게 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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