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별 인원 절반 차출당해
제비뽑기로 지원자 정하기도
노조 “왜 지방직만 희생하나”
고양선관위에 ‘부동의서’ 전달
선관위 “인력조정 협의 불가”
[고양신문] 대선을 앞두고 고양시 지방직 공무원들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고양시 통합공무원노조(위원장 장혜진)는 12일 “공무원의 동의 없이 선거 인력을 반강제로 차출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선거인력 차출 부동의서’를 고양시 선관위에 제출했다. 이에 선관위는 “지방직 공무원들의 도움 없이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요청 인원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일축해 벼량 끝 싸움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공무원노조와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고양시 선관위가 지방직 공무원(고양시청 소속)에게 요구하는 인력 규모는 적게는 1170명, 많게는 1400명 수준이다. 고양시 공무원 3000여 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인력을 선거관리 업무에 투입할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
이에 공무원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첫째는 강제차출에 대한 불만, 둘째는 코로나 방역 번아웃으로 차출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할당량 정해놓고 알아서 채워라”
장혜진 노조위원장은 “선관위는 차출 인력 규모에 대해 협의했다고 하지만 지금껏 협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 사실상 모든 선거가 강제 차출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직 공무원이 선거사무 종사자로 위촉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선관위는 매번 할당량을 일방적으로 시에 통보하고 그 수를 알아서 채우라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각 부서에서는 할당받은 수를 억지로 채울 수 밖에 없었는데, 지원자가 없다 보니 제비뽑기로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위원장은 “현행법상 공직선거 사무는 선관위 고유 업무이지 지방직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지방직 공무원들은 국가사무인 선거관리에 협조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참여자가 적은 기관이라면 그 수준에 맞춰서 차출 인력을 줄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역 위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근 내부 게시판을 통해 “인원 차출에 강제와 강압이 있다면 노동조합으로 연락하라”고 고지한 뒤 1400여명의 선거업무 부동의서를 받아 12일 의견서와 함께 선관위에 전달했다.
“지방직 도움 없인 선거관리 어렵다”
이렇게 되자 고양시 선관위는 대선 준비에 차질이 생길까 좌불안석이다.
현재 선관위는 투표소 총책임자격인 ‘투표관리관’ 등 핵심인력 383명에 대해 1차로 고양시에 협조공문을 보면 상태다. 하지만 법적 위촉기한인 이달 8일을 넘겼음에도 고양시는 해당 인력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선관위 업무협조를 담당하는 고양시 주민자치과는 “시청·구청 각 부서에 인력 추천을 요청했지만 ‘강제로 위촉하지 말라’는 노조의 의견이 있다 보니 지원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선 노조와 선관위 사이에서 난감할 따름이다. 이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답했다.
고양시덕양구선관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이번 대선에 필요한 선거관리 인력이 고양시 기준 5000명으로 추산된다. 선거관리에 투입되는 인력은 정치적 중립과 경험, 전문성이 중시되는데, 지방직 공무원만큼 적합한 인력을 찾기 힘들다. 지방직 외에도 교육행정직, 정부산하기관, 농협직원 등이 선거관리를 하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지방직이 맡는 게 보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1월 말까지는 고양시 공무원들의 협조가 있어야만 대선을 안전하게 치를 수 있다. 현재로선 우리가 요청한 인력을 고양시가 받아들이기만 기다리고 있을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장혜진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강제차출 반대를 선관위에 전달한 지 1년이 넘었다. 우리의 주장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님에도 선관위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총선 때와 비슷한 인원을 내놓으라고 한다”며 “자발적 참여자만이 선거관리에 투입될 것이다. 선관위는 타 기관에 요청해 인원을 보강하길 바란다”라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