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종 기자의 하루여행]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경기 북부지역에 개관한 첫 국립박물관 
유물 14만 점, 아카이브 100만 점 소장
보존·관람 기능 아우른 ‘개방형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상징하는 3개의 타워형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상징하는 3개의 타워형 수장고. 

[고양신문] 파주 헤이리마을은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관광지로 손꼽힌다. 다채로운 테마를 가진 공간들이 가득한 까닭에 찬 바람 매서운 한겨울에도 주말이면 자유로를 달려온 방문객들로 주차장이 북적인다. 지난해 여름, 헤이리마을에 또 하나의 명소가 문을 열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다.

애초 이곳은 서울 경복궁에 자리한 국립민속박물관의 소장 유물과 아카이브자료를 보관하는 별도의 장소를 마련한다는 목적에서 건립이 추진됐다. 여기에 단순한 분류·보관 기능을 넘어 일반인들이 소장 유물을 직접 관람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더해져 ‘개방형 수장고’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전시공간이 완성된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고양·파주 시민들에게는 부담 없이 찾아갈 수 있는 대형 문화공간 하나가 선물처럼 주어진 셈이다.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건물 외관.
단순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주는 건물 외관.

시각적 쾌감 전하는 격자형 건물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첫인상은 단순하면서도 웅장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높이’로 위용을 과시하는 데 반해, 파주관은 가로로 길게 늘어선 형태의 ‘넓이’를 선택했다. 층수는 2층에 불과하지만 연면적은 1만㎡에 이른다. 규칙적으로 늘어선 세로기둥과 수평으로 펼쳐진 유리창이 탄탄하게 맞물려있고, 가까이 다가가 보면 유리창마다 또다시 격자무늬 창살 문양이 은은하게 그려져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로비 정면에 또다시 격자무늬로 직조된 타워 형태의 수장고가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네모난 유리블록을 가득 쌓아올린 듯한 세 개의 타워 수장고는 ‘시간이 축적된 거대한 창고’라는 박물관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개방형 수장고 내부 모습. 자연광을 배경으로 두른 유물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개방형 수장고 내부 모습. 자연광을 배경으로 두른 유물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소장 유물과 만나는 다양한 방법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민속유물 14만여 점, 민속아카이브자료 100만여 점 등 방대한 유물과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수장고라는 일차적 기능을 전제로 방문객과의 접점을 모색한 곳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박물관처럼 친절한 관람 동선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열린수장고 ▲보이는 수장고에서는 소장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볼 수 있고 ▲미디어 정보 월 ▲민속아카이브실 에서는 디지털 영상과 음원, 사진, 책자를 통해 보다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의 매력을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어린이체험실 ▲열린보존과학실을 적극 활용하면 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쾌적하게 꾸며진 민속아카이브실 독서공간.

박물관의 상징공간 ‘타워 수장고’

세 개의 타워 수장고 뒤쪽에는 출입문이 있어 관람자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서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1층과 2층에 각각 3개씩, 6개의 방으로 구성된 열린수장고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를 대표하는 상징공간이라 할 수 있다. 외부 유리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된 열린수장고에는 빛과 온도·습도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도기와 토기, 석재, 유리 등의 재질로 제작된 유물들이 전시됐다. 기능별로 살펴보면 항아리, 그릇, 등잔, 맷돌, 술병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온 6000여 점의 소장품들이 종류별로 모여 있다. 

박물관이니까 오래된 옛날 물건들만 있을거라는 생각은 오해다. 가까운 과거, 다시 말해 기자가 어린 시절을 보내던 때에 사용했던 물건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가 살아온 일상의 모든 삶이 민속아카이브의 수집 대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동일한 형태로 제작된 유리블록 선반 칸칸마다 서로 다른 모양의 전시물들이 진열된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전면에서 투사되는 자연광을 배경으로 수십개의 유물들이 실루엣을 드러내는 경관은 관람객에게 독특한 미적 쾌감을 전한다.

아름다운 목재 소장품 따로 전시

다른 박물관과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전시물의 밀집도다. 수장고라는 특성에 걸맞게 주어진 공간을 알뜰히 활용하면서도 전시물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도록 정성스럽게 배치했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전시물의 밀도가 높다 보니, 유물 하나하나마다 설명문을 달아놓지는 못했다. 대신 전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키오스크 화면을 활용해 상세한 정보를 검색하도록 했다.

1층과 2층 뒤쪽 벽면에는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를 배치했다. 이곳에는 빛과 온도·습도에 예민한 목재, 천연섬유, 또는 금속 소재로 제작된 유물들이 소장돼 있다. 목재 소장품의 일부는 1층 출구 옆 공간에 또 하나의 열린 전시공간으로 마련된 16수장고에 전시됐다. 이곳에서는 지역적 특색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반닫이, 흥미로운 조형미를 보여주는 소반, 다채로운 문양이 아름다운 떡살과 다식판 등 볼거리로서의 매력이 풍부한 전시물들을 만날 수 있다. 

나무 재질의 소장품을 진열한 별도의 개방형 수장고인 16수장고. 
나무 재질의 소장품을 진열한 별도의 개방형 수장고인 16수장고. 

미디어 정보 월과 민속아카이브실 

디지털 영상자료를 통해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 정보 월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여섯 개로 나뉜 커다란 벽면 스크린을 수천장의 소장품 사진이 모자이크처럼 가득 채우고 있고, 하나를 터치하면 사진이 확대되면서 상세한 정보 텍스트가 제공된다. QR코드 링크를 활용해 검색 자료를 스마트폰에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방문객의 보다 능동적인 관람 체험을 유인하는 멋진 장치다. 

박물관 2층에는 100만 점이 넘는 사진·음원·영상자료와 2000여 권의 도서가 소장된 민속아카이브실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인 기증자들이 제공한 자료를 ‘삶과 추억’이라는 테마로 시각적으로 갈무리한 상설전시 코너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진행하는 민속아카이브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진열대에 꽂힌 책들은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한 도서·자료집과 함께 지역의 역사, 지리, 전통등 민속문화와 관련된 것들이다. 장서가 많지는 않지만 하나같이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책들이 빽빽하게 채워진 일반 도서관 서가와 달리 여백이 넉넉하게 비어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책 한 권 골라 들고 파묻히기 좋은 편안한 자리도 구석구석 마련돼 있다.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미디어월.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주는 미디어 정보 월. 

열린보존과학실과 어린이체험실

열린보존과학실은 국립민속박물관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공간이다. 소장 유물 대부분이 우리 실생활에서 실제 사용됐던 물건들이기 때문에 훼손되거나 오염된 부분을 보완하고, 안전하게 보존 처리하는 과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일반인에게는 조금 생소한 유물 보존과학의 다양한 영역들을 방문자들이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공간은 즐거운 놀이를 즐기며 수장고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어린이체험실이다. 옛 물건과 요즘 물건들을 비교해놓은 전시물 앞에서 엄마나 아빠, 또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설명이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회차별 온라인 예약 관람이 원칙이지만,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입장 마감은 5시까지이고 월요일은 쉰다.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30
031-580-5800

흥미진진한 콘텐츠로 꾸며진 어린이체험실.
흥미진진한 콘텐츠로 꾸며진 어린이체험실.
민속아카이브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기증자료 기획전시. 
민속아카이브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기증자료 기획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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