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스마트도시연구클러스터 연구위원 백남철
[고양신문] 초등학생 막내딸이 수학교과서를 잃어버렸다고 톡을 하더니, 수학 교과서를 사기 위해서는 시내 교보문고까지 가야 살 수 있다고 구매방법까지 나에게 설명했다.
딸 덕분에 오랜만에 주말에 교보문고에 갔다. 대도시의 대형서점은 첨단 문화 네트워크 거점이다. 없는게 없다. 막내딸에게 가지고 싶은 것을 골라 오라고 하고서...나도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을 살펴보았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수학’이 제목으로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딸애가 수학책을 사러오자고 해서 오기도 했지만... 자기개발서나 소설이 아니라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그 책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브라이트)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다. 딸애가 언제 내 곁에 왔는지도 모르게 나는 책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갔다.
저자인 송용진 인하대 교수는 20여년간 대한수학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만큼 수학에 관해 통찰력이 있는 분이라는 이야기다.
송 교수는 수학이 만들어 온 인류의 문명사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주말에 대형서점 베스트셀러칸 앞에서 책 절반 너머를 읽히게 하는 책의 힘. 바로 이거구나 라는 탄복이 계속되니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런 중에서도 다음 구절이 지금의 현재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저 자신과 딸아이가 살아갈 방향과 우리 시민들 모두의 삶에 울림이 되는 바 큰 것 같아 소개드리고자 한다.
“ 유럽에 참혹한 재앙을 불러온 흑사병도, 그리고 종이, 화약, 나침반 등과 같은 문명의 이기도 모두 .... 나중에 유럽이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는 데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그 것은...... 유럽이 중세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 필요조건이었던 것이다. A는 B가 발생할 필요조건. 수학에서 이 뜻은 B는 A가 없다면 발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송교수의 책을 읽으며 지금 코로나(A)는 미래 스마트도시(B)의 필요조건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1347년 시칠리아의 메시나항부터 시작. 1348년 이탈리아 베니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1351년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다다랐다는 흑사병. 21세기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된 코로나 참사의 양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중세의 대도시들은 절멸되다시피 했던 대도시의 기능을 다시 살릴 수 있었을까? 어떻게 현대 코로나 A가 미래 스마트시티 B의 필요조건이 되게 할 수 있을까? 그 것이 나의 질문이었다.
송 교수는 그러한 나의 질문에 ‘14세기에는 21세기 디지털 혁명보다 더 거대한 디지털 혁명이 있었다’고 그 것에 화답한 도시가 근대 도시 재건을 주도했다고 대답한다. 흑사병과 함께 유럽에 들어온 종이, 금속활자, 화약, 나침반이 근대 도시 혁명의 필요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14세기 종이와 금속활자는 21세기 디지털 변혁과 매우 유사하다. 아날로그 필사본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인류의 지혜가 금속활자로 디지털화 대량 보급된 것이다.
21세기 디지털 혁명은 14세기 금속활자처럼 지식을 재생산 진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비대면시대 도시 물류 로봇, 자율주행 공유교통, 인간 신뢰사회의 커뮤니티 체인화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흑사병이후 중세 대도시 파리와 런던은 도시의 판을 다시 만들고 근대로 선도했다. 지금으로 치면 도시재생, 도시재개발을 適時 短期(적시단기)에 한 것이다. 또한, 미국으로 건너간 유럽인들은 뉴욕처럼 버려진 바닷가 연안에 ‘메가시티급 신도시’ 개발에 나섰다.
지금 우리도 근대 유럽과 미국처럼 “도시의 승리”를 대한민국의 후세들에게 맛보게 할 수 있다. 그러자면 ‘흑사병이후 파리와 런던’처럼 기존 도시를 개조 설계해 다시 건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양시는 파주, 김포, 인천과 연결해 바다와 대하천 하류의 광역접경권에 ‘메가시티’를 건설할 수 있다. 부울경이나 대경권도 마찬가지다.
22세기의 뉴욕, 광저우가 될 수 있는 도시 지리적 잠재력이 있는 도시가 대한민국에는 여러 곳 있다. 단, 적시단기에 ‘기술 혁신과 아울러’ 도시 변혁 재건을 준비해야 코로나가 미래 스마트시티의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