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람사르협약 맺어진 지 올해로 50년
안타깝게도 습지 소실은 현재 진행형
교란에 대응하는 ‘회복탄력성’ 지켜야
한강 하구 손잡고 습지보호 나섰으면
[고양신문] 2월2일은 람사르협약이 맺어진 날이다. 이를 기념하여 ‘세계 습지의 날(World wetlands day)’라고 한다. 특히 지난해 8월 유엔총회에서는 습지의 날을 유엔지정 국제 기념일로 승격시켰다. 람사르협약이 맺어진 지 딱 50년만의 일이다. 전 세계 지도자들이 습지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습지의 소실을 막아보자는 목소리에 공감한 것이다. 우울한 이야기지만 람사르협약이 맺어진 이후에도 습지는 끊임없이 사라졌으며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50년간 35%이상의 습지가 소실되었고 지난 300년간 85%가 사라졌다. 고작 15% 정도 남은 습지를 위해서 이제는 그냥 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기후위기만큼이나 습지위기는 심각하다. 그래서 올해 습지의 날 주제가 ‘습지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다.
우선 습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그동안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민들의 습지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도 습지를 절대 변해서는 안되는 문화재나 박제처럼 보는 경향도 많다. 습지가 사람이나 자연에 의해 끊임없이 교란되지만 변화에 반응하는 유기체와 같은 계(시스템)라는 것을 간과한다. 습지의 생김새와 성질도 물의 성정에 따라 변하는 열린 생태계라는 것도 쉽게 간과한다. 심지어 습지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이 시간과 계절에 따라 주변 강과 호수와 숲으로 이동하고, 때론 지구 반대쪽에 있는 번식지와 월동지까지 육지와 바다와 하늘길을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도 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습지는 변한다. 사람의 마음처럼 변화무쌍하게 말이다.
비단 일반 시민들만이 아니라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습지를 강이나 개울, 도랑과 분리하고, 하천이나 호수의 수체(물)와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산속이나 산밑의 습지를 주변의 숲과 떼어 내서 관리하려 들고, 얕은 바다와 연안습지인 갯벌을 분리하여 인식하려는 식자들이 있다. 인공습지도 마찬가지다. 둠벙, 논우물, 농수로와 농업용 저수지를 논과 분리하여 논습지를 이해하려한다. 또한 도시에 조성한 습지공원을 녹지와 하천과 호수와 분리하여 이해하려 하고 관리하려 한다. 습지는 ‘물과 땅이 접하는 환경’이라고 정의하면서 말이다. 습지는 물과 땅의 연결성, 말하자면, 서식지간 수리적, 생태적 연결성이 핵심이란 뜻이다. 습지는 성질이 다른 다양한 서식지를 통합하면서 끊임없이 교란되어왔고, 스스로 회복되어 온 자연의 치유사요 통합자다.
특히나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의 한강유역의 습지들은 교란 강도가 꽤나 높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해온 과정은 비슷하다. 밤섬의 경우 한강개발로 인해 폭파되고 골재가 여의도 윤중로 제방에 묻혔지만, 50년 남짓 동안 자연이 새로운 밤섬을 복원하였고, 지금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장항습지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초 물길이 휘어지는 하강하류 변곡 구간에 사미섬을 비롯해 제주초도, 저도, 오염도, 홍도평 등 섬들이 있었던 곳에 모래를 퍼서 자유로와 김포제방도로를 쌓은 뒤 지금의 갯물숲 습지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산남습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월평천 하구에 범람원 습지가 자유로로 단절되면서 바깥쪽에 드넓은 습지가 자연적으로 회복되었다. 자유로 안쪽에는 인공습지로 출판도시 갈대샛강이 만들어졌다.
이런 습지의 훼손과 회복은 비단 한강만이 아니라 시화호, 화성호, 평택호, 금강호, 새만금을 비롯해 심지어 우포늪, 순천만까지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국토의 개발과정에서 교란되어 과거의 모습과는 달라졌지만, 자연적으로 회복되거나 인공적으로 조성된 습지가 대부분이다. 특히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은 끊임없이 변형되는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습지는 유기체와 같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습지가 이러한 교란에서 소생하는 회복탄력성이다. 회복력을 지켜주는 것이 습지를 사랑하는 것이다. 더불어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물이 드나드는 것을 막거나 말리는 행위를 중지시키고, 복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작년 5월 장항습지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이제 장항습지는 고양시민만이 아니라 세계시민들과 공유하는 자연자산이다. 세계 시민들과 함께 습지 보전활동을 할 때가 된 것이다. 가령 매년 1월 중 약 보름정도는 국제적으로 물새 센서스를 한다. 자기나라의 주요 습지에서 겨울을 나는 물새들을 탐조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람사르습지나 세계유산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는 필수다. 대개 겨울 월동지에는 물새들이 습지에서 집단을 이루고 있으니 지구촌 전체 습지의 새를 파악해보자는 것이다. 또한 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 조류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확인하는 시기도 이때이다. 이는 시민들이 과학적 방법으로 자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민과학의 일환이다.
나는 소망한다. 세계 습지의 날에 한강하구 고양, 파주, 김포, 강화의 지자체장들이 함께 새를 보며 한강하구 전체를 람사르습지로 지정하는 결의를 하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한강하구의 맞은편에서 북한의 개풍군, 연백군, 개성시 역시 함께 새를 보며 호응하는 날이 오기를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