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어르신, 지병에 못 길러... 동물보호센터 “주인 있다” 거절

 

독거어르신, 지병에 못 길러
동물보호센터 “주인 있다” 거절
길에 버리면 최고 300만원 벌금

[고양신문] 덕양구 대자동에 홀로 거주하는 한 어르신(86세)은 요즘 고민거리가 생겼다. 작년 11월경 집에서 기르던 개(러시아산 라이카)가 무려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도저히 이 강아지들을 혼자 기를 자신이 없었다. 자녀들은 모두 외국에 있는데다 아내마저 떠나보낸 뒤 개를 돌보며 외로움을 달래왔으나 최근 지병이 도졌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강아지들을 맡을 사람을 어렵게 찾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강아지들을 다시 돌려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11마리의 강아지들로 인해 생기는 이웃의 민원 때문에 도저히 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어르신은 "지인이라서 돌려주겠다는 걸 거절할 처지가 못된다"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에 사정을 얘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센터에서도 맡을 수 없다는 것. 센터가 맡을 수 있는 동물은 주인 없는 유실·유기동물에 한정하기 때문이다.  

고양시 동물보호팀 담당자는 “가정에서 기르다가 여러 사정으로 센터에서 맡아달라는 전화가 하루에도 5건 이상 온다. 하지만 주인이 있는 동물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렇게 안내하면 그렇다면 동물을 내다버려야 하나라고 따지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내다버려도 고발대상이 된다. 이 문제는 저희도 딜레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국의 각 지자체마다 동물보호센터를 두고 있는데, 이들 센터도 애완동물을 맡아달라는 하소연을 듣기 일쑤다. 단순히 예산, 인력의 문제뿐만 아니라 얼마간 애완동물로 기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맡길 데를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보니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상 동물 유기 행위는 고발대상이 되고 적발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매겨진다. 이러한 벌금형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빌라 등 다세대주택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다보니 짖는 소리에 민원이 생길 수도 있고, 병이 들면 위생문제, 비용문제까지 생기면서 몰래 버리는 행위는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유기 동물의 주인을 쉽게 확인하고 주인의 책임 의식을 높이기 위해 2013년부터 동물 등록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동물 유기 행위를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 보통 동물등록제는 애완동물의 목덜미에 쌀알 크기의 무선전자개체식별장치(RFID칩)를 삽입하는 방식 등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양시에 따르면 매년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는 유실·유기동물은 적게는 1200마리 많게는 1700마리다. 1일 평균 개 149마리, 고양이 73마리, 기타 3마리 등 225마리가 보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유실·유기 동물이 접수되면 발견 장소, 신고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고를 의무적으로 7일간 한다. 공고 이후 1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해당 동물의 소유권이 동물보호센터로 전환된다. 이후 센터의 분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이후 안락사 시킨다. 

시 동물보호팀 담당자는 “기를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생길 경우 사설 동물보호시설이나 동물보호단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로 이송해서 재입양해야 하는데 현재 이런 시설들도 대부분 맡을 여력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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