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고양신문] 제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도 어언 30년 정도 됩니다. 그동안 ‘어떻게 하면 주식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책도 보고, 나름의 경험도 섞어서 이런저런 전략을 가지고 투자해 보지만 성과는 늘 고만고만합니다. 저는 독서를 좀 하는 편이라 투자 관련 서적도 일 년에 몇 권 정도는 꾸준히 보고 있습니다. 그중 최근에 읽은 박영옥의 『주식투자 절대원칙』은 주식을 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셨으면 하고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저자 박영옥님은 ‘주식농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개인투자자입니다. 농부처럼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터득한 주식투자의 본질이라고 소개합니다. 농부가 좋은 씨앗을 고르듯이 심사숙고해 투자할 기업을 고르고, 농부가 씨를 뿌릴 시기를 선택하듯이 투자의 시점을 신중하게 선택하며, 농부가 매일 농작물을 돌보듯이 투자한 기업을 살피고, 최종적으로 처음 세웠던 농사 계획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수확을 한다고 합니다. 좀 뜬구름 잡는 것 얘기 같지만 이 분 책의 핵심은 ‘같이 동행할 좋은 기업을 골라서 농부처럼 진득하니 기다리며 기업의 성과를 공유하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 명의로 청약저축을 조금씩 부어 주고 있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주식 계좌를 만들어서 주식으로 아이들 미래를 조금씩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 말부터 아이들과 자본시장과 주식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회사는 거의 다 주식회사인지, 왜 주식시장이 자본주의 발전에 꼭 필요한지, 우리가 주식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제 나름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조금 지겨워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생, 초등학생 딸아이 모두 귀를 쫑긋 세워서 듣더니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이 뭐에요? 왜 사람들은 주식을 사는 거에요? 주식은 어떻게 사고 팔아요? 이 주식은 왜 이렇게 비싼데 이 주식은 왜 이리 싸요?… 아이들이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아빠가 말하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부터는 너희들의 매달 저축액을 주식에 투자해 보자고 제안했더니 다들 눈을 반짝이며 찬성을 하더군요.

제가 아이들 명의 주식계좌를 만들어 올 동안 아이들한테 관심 있는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드디어 올해 초 제가 주로 거래하는 한국투자증권에 들러 아이들 명의 주식계좌를 만들고 각각 30만원씩 입금을 했습니다. 계좌를 만든 날 저녁에 아이들과 모여 각자 핸드폰에 증권사 앱을 깔고 계좌를 인증하니 아이들 계좌에 예수금 30만원이 입금되어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상상외로 신기해하고 신나 합니다. 

계좌를 만들기 전 아이들이 제게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주식은 기업의 일부분을 사는 것이니까 너희들이 진짜 소유하고 동행해 보고 싶은 기업을 골라보라고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들이 아이돌 관련 SM(에스엠)이나 인터넷 관련 네이버, 카카오 같은 주식을 선택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생 아이는 평소 자기가 일반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픈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 락토프리 우유를 만들고,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일 년에 두 번 공장가동을 중단하고 특수 분유를 만드는 매일유업을 골랐습니다. 아직 어려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초등학생 아이는 요즘 광고가 매우 핫하다며 평소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삼양식품이라는 종목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적지 않게 놀라고 감동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종목선택에 탁월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아이들과 저는 각자 핸드폰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보며 어떤 주식을 얼마에 살까 토론도 하고, 다음 달에 적립투자할 대상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 보자고 했습니다. 

이제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경제교육, 금융교육을 시켜야 하는 시대입니다. 자녀들에게 돈 관리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이상 부끄럽거나 저급한 일이 아닙니다. 유대인들은 자녀가 13세가 되는 성인식 때 잔치를 벌이며 친인척들이 마련해 준 종잣돈으로 투자를 하면서 경제공부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이 세계를 경제로 지배하는 요인이 아닐까요? 우리 자녀들이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통해 미래에 행복한 부자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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