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신청사 어떻게 설계되나-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낸 나우동인건축 정태영 대표

자연·도심·행정·문화 조화
여가 공간, 산책 공간으로 
수직으로 솟구친 딱딱함 배제  
풍부한 커뮤니티 시설 담아

[고양신문] 2025년 주교동에 준공되는 고양시 신청사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 신청사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이 작년 12월 발표된 이후 조감도 이상의 여러 궁금증도 생겨난다. 알려진 것은 당선작의 주제가 ‘캠퍼스 커뮤니티 플랫폼’라는 것. 그리고 중앙정원을 중심으로 3개동의 시청사 건물과 시의회, 모빌리티 허브 주차장 등 총 5개동으로 신청사를 구성했다는 것 정도다.  

당선작은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헤닝 라센 아키텍츠(덴마크)·아이엔지그룹건축사사무소 등 3곳 컨소시엄의 작품이다. 이중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설계에 참여했던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의 정태영 대표(디자인총괄사장)를 만나 신청사와 관련한 여러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정태영 대표는 디자인 콘셉트 결정과정을 이끌고 디자인을 작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태영 대표는 1989년 대학을 졸업한 후 처음 2년 동안은 국내 건축설계사무소에 몸담았다. 그러다가 건축 디자인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프랑스로 유학을 간 후 거기서 10년을 지냈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공부를 했지만 설계사무소 생활을 하며 현장 경험도 쌓았다.  정 대표가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건축을 더 잘 알기 위해서였다. 해외에서 바라보았을 때 오히려 우리나라 건축 세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2001년 국내로 돌아온 후에는 20년 간 건축설계 분야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나우동인건축의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대외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것으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리모델링 설계다. 이외에 말산업 복합휴양단지로 조성되는 ‘렛츠런파크 영천’ 국제 설계공모’ 국제교류복합지구로 탄천 수변공간 설계 공모에 당선되어 현재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준공된 것으로는 세종시립도서관을 꼽을 수 있다.

인터뷰는 12일 서울 양재동 나우동인건축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정태영 나우동인건축 대표는 고양시 신청사 설계를 총괄했다. 그는 ‘시민들이 잘 찾아가지 않던 시청사를 어떻게 시민들이 찾아가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를 가장 염두에 두었다고 했다.
정태영 나우동인건축 대표는 고양시 신청사 설계를 총괄했다. 그는 ‘시민들이 잘 찾아가지 않던 시청사를 어떻게 시민들이 찾아가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를 가장 염두에 두었다고 했다.

정 대표님은 이번 당선작 출품까지 어떤 역할을 맡았나. 
덴마크의 헤닝 라르센 건축사(Henning Larsen Architects)는 유럽에서 신청사를 많이 설계해본 경험이 있는 업체다. 저희와 부산의 아이엔지그룹건축사사무소는 우리나라 건축환경을 잘 알고 있는 업체다. 이들 업체들이 협업했을 때 좋은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저의 역할은 각각 업체의 여러 의견을 조율해나가면서 신청사의 전체적인 디자인(설계) 콘셉트 결정과정을 이끌고 디자인을 작업을 총괄하는 것이었다. 

공모전 당선작은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외에 덴마크 기업인 헤닝 라르센 건축사(Henning Larsen Architects), 아이엔지그룹건축사사무소 등 3곳이 공동 참여해 제출한 작품이다. 어떻게 역할분담이 이뤄졌나.
3곳의 역할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헤닝 라르센 건축사는 처음에 디자인에 대한 주도권을 가졌으면 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나우동인과 아이엔지그룹이 함께 작업해서 설계안을 마련할 터이니, 헤닝 라르센도 덴마크 현지에서 설계안을 따로 마련하라는 의견을 보냈다. 해외파, 국내파 이렇게 두 개의 설계안을 가지고 비교하고 조율하면서 최종 공모작을 도출하는 회의를 계속했다. 회의 과정에서 신청사 국제설계공모에서 원하는 측면이 무엇인지, 시민들을 만족시키는 측면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고 이것을 반영하면서 차츰 하나의 안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공모전 당선작이 됐다.   

당선작의 주제인 ‘캠퍼스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열 글자가 함의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지차체의 청사는 랜드마크로 보이기 위해 단일 건축물로 세워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신청사는 뽐낸다는 느낌을 주거나 관료적인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고양시 신청사 부지는 완전히 도심에 있는 부지가 아니다. 자연과 도심이 만나는, 그리고 도심을 놓고 보아도 구도심과 신도심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하면서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곳이다. 단일 건축물은 이런 복합적인 성격을 살려내는데 부적합하다. 자연, 도심, 행정, 문화가 조화로운 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건축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열린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들이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여러 가지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으로서 신청사 성격도 부여했다. 

다른 입상작에 비해 이번 당선작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단일화된 건물이 아니라 분산된 건물이라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과 상황 발생 시 공간별 차단 등을 통해 탄력적인 청사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서인가. 
펜데믹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아파트 단지, 어울림누리, 개발제한지역으로 보존된 자연환경이 만나는 공간이 바로 신청사 부지다. 따라서 신청사 부지가 가진 복합적인 성격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여러 건축물로 설계되는 것이 효과적이다. 복합적인 주변 환경을 신청사를 중심으로 동선으로 연결하는, 열린 산책로 개념도 구상하고 있다. 산책로의 어느 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신청사의 경관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수직으로 높이 올라간 단일화된 고정 건축물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서의 자율적 기능이 발휘되면서도 필요에 따라 기능이 유연하게 이합집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건축물로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양시 신청사 내 주로 1층에 배치될 주요 커뮤니티 시설. 위 설계안은 14개월 이상 진행될 기본 및 실시설계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고양시 신청사 내 주로 1층에 배치될 주요 커뮤니티 시설. 위 설계안은 14개월 이상 진행될 기본 및 실시설계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고양시는 특례시로 출범하면서 향후 행정기능 확장이 예상된다. 향후 확장될 행정기능이 효율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 설계에 무엇이 반영됐는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3개동의 시청사 2층마다 ‘커뮤니티 코리도(Community Corridor)’를 설치해 서로 왕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층에는 다른 부서들이 만나서 회의하는 공간, 상담하는 공간이 있다. 시청사가 3개동으로 나눠져 있지만 탄력적으로 부서 간의 조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또 다른 하나는 행정기능이 확장되고 부서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부지 동측에 별동을 증축할 수 있도록 여유 공간을 뒀다.  

주차기능을 담담하는 ‘모빌리티 허브’라는 건물을 따로 뒀다.   
모빌리티 허브는 3층으로 설계됐다. 이곳은 주차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각 층에는 가변적으로 행사장이나 회의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특히 1층에는 드라이브 스루 공간으로 조성되어 신청사를 방문하는 차량은 이곳에서 검사를 받고 나갈 수 있도록 했다. 옥상은 녹지공간으로 조성된다. 모빌리티 허브 가까운 곳에는 텃밭 관련 체험이나 교육을 할 수 있는 농장가든도 운용될 수 있도록 했다.

행정서비스나 정보를 온라인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시청까지 이동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열린 공간’으로서 신청사에 시민들이 매력을 느끼게 하는 점은 무엇인가.  
저희가 설계한 신청사의 콘셉트는 시민들이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 혹은 민원 때문에 방문하는 장소만은 아니다. 여가를 보내는 공간, 산책하다가 머무는 공간이라는 성격도 가미했다. 그래서 시청사 3개동의 각 1층은 행정기능을 최소화하고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공공 커뮤니티 공간으로 설계했다. 각 1층의 주요 커뮤니티 공간으로는 종합민원실, 작은도서관, 은행, 편의점, 생태식물원, 북카페, 직장어린이집, 장난감도서관 등이다. 그리고 실외에는 농장가든, 스포츠플라자, 작은 공연장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했다. 각 건물 1층은 되도록 외부와 경계 없이 트인 공간으로, 2층부터는 독립된 행정기능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스마트한 친환경 건축이 건축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당선작에서 친환경 건축을 위해 주안점을 둔 것이 있나.
보통 건물이 높게 서 있으면 건물 주변 바람의 강도가 커진다. 되도록 겨울의 강한 북서풍을 자극하지 않도록 건물 높이와 배치에 신경 썼다. 신청사는 최고층이라야 7층일 정도로 낮으며 건물 배치도 바람이 자연스레 흐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자연 채광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벽면 등 건물 외피 곳곳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해 냉난방이나 조명 에너지를 절감토록 했다.

. 배치도에 나타난 설계는 14개월 이상 진행될 기본 및 실시설계로 수정될 수 있다.
배치도에 나타난 설계는 14개월 이상 진행될 기본 및 실시설계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진행할 기본 및 실시설계를 주관하게 됐다. 현재의 설계안이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치면서 어떻게 바뀔 것으로 내다보나. 
기본 및 실시설계는 2월부터 시작돼 약 14개월 정도 진행되지만, 토지보상 등이 지연되면 더 걸릴 수도 있다. 저희가 공모작으로 제출한 설계안은 어디까지나 저희의 시각과 아이디어가 담긴 안이다. 고양시청 공무원들의 시각과 아이디어는 또 다를 것이다. 공무원들의 요구도 받아들이겠지만 무엇보다 고양시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정리하고 설계에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 신청사의 디자인 콘셉트를 흩트리지 않는 범위에서 고양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설계안을 조정할 것이다.  

현재의 설계안이 향후 추가되는 것도 있고 변형될 수도 있는데, 기본 및 실시설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어떤 것이 있는가. 
모든 공공건축물 설계는 아무래도 공사비가 변수가 될 수 있다. 공사비가 넉넉지 않다면 대장천 주변의 생태환경을 단계적으로 조성하면서 천천히 보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내부기능 중에서는 자연채광을 끌어 들이기 위해 많이 오픈한 면적을 줄일 수도 있다.   

새로운 고양시 청사를 기대하는 고양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국제공모에 입상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시청건물 같지 않다’라는 평도 있는 줄 안다. 저희가 설계를 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은 시민들이 잘 찾아가지 않던 시청사를 어떻게 시민들이 찾아가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였다. 그리고 직원들의 행정서비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공간을 구조화할 것인가였다. 이런 물음에 대해 저희가 낸 최선의 대답이 이번 설계안이다. 모쪼록 신청사가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서 이곳에서 많이 교류하고 체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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