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집, 공공도서관 여행 ➊ 별꿈도서관 

 

 

[고양신문] 우리가 지금 여기, 고양에 같이 살고 있는 것은 우연일까? 가끔 이런 질문을 해본다. 거대한 우주공간에서 인간으로 살고 있다는 것, 어떤 부모 아래 태어났다는 것, 우리의 존재가 시작되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의지나 필연은 없어 보인다. 우리가 지금 다르게 살아가는 것은 이 우연 속에서 펼쳐진 다양한 삶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다양한 삶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인식을 확장하는 일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다른 삶을 이해하는데도, 내 삶을 선택하는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삶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읽기가 아닐까 싶다. 책은 더구나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을 주선해준다.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은 마을의 집이다. 내 집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마을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으뜸을 꼽으라면, 마을도서관을 꼽겠다. 마을도서관이 마을 주민들에게 평화롭고 따듯하게 문을 열어주면 좋겠다. 작아도 좋다. 집 가까이 매일매일 갈 수 있는 곳에 따듯한 도서관이 있다면 마을사람들의 삶도 따듯해질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마을도서관에서 자랄 수 있도록 고른 기회를 준다면, 마을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는 셈이다. 

고양의 마을도서관은 최고다. 일단 곳곳에 많아서 좋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공도서관이 있다. 종합도서관 19곳과 작은도서관 17곳 등 36개의 공공도서관이 있고, 민간 작은도서관도 70여 곳이다. 고양시에서 내거는 ‘도서관 천국’이라는 슬로건이 아직은 낯설지만, 차근차근 달라지는 모습이 기대된다. 천국이라는 말이 낯선 것은 아마도 도서관 공간이 주는 공간적 만족감이 아직은 모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화정도서관과 마두도서관 등 오래된 도서관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완료하고 새로 문을 열었다.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느껴지는 도서관이 되었다. 고양의 도서관은 대부분 공원이나 숲을 끼고 있다. 아쉬운 점은 숲이 도서관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숲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이고, 도서관이 숲으로 확장된다면 고양은 도서관 천국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고양의 마을도서관을 몇몇 곳을 돌며 공간과 숲을 소개한다. 도서관과 숲을 오가며 하루 책읽기 여행을 즐기기 좋은 코스이다. 첫 코스는 고양의 막내둥이 도서관, 삼송동 별꿈도서관이다. 공간이 주는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서관이자 공간과 자연이 하나로 이어지는 곳이다.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는 도서관을 구성하는 궁극적인 요소를 4가지로 꼽았다. 책과 서가, 빛, 그리고 공간이다. 도서관은 책이 주는 행복감과 공간이 주는 행복감이 교차할 때 삶속으로 온전히 들어온다.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의 충족감을 도서관에서 느낄 수 있다면 아이도 어른도 자꾸 집을 나와 도서관을 찾게 되지 않을까. 집에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도서관만한 공간이 없다. 별꿈도서관은 고양에서 그런 시공간의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고양시 공공종합도서관 중 가장 작은 규모지만 공간이 주는 행복감은 제일 크다. 스타필드에 근린공원 지하를 주차장으로 내어주고 대신 얻은 도서관인데 몇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기본 골격이 예뻐서 차츰 다듬어 간다면 공공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별꿈도서관은 126평의 작은 단층 건축물이지만, 높고 단아하다. 자연과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창은 빛의 따듯함도 그대로 투과해 겨울에도 아늑하다.
별꿈도서관은 126평의 작은 단층 건축물이지만, 높고 단아하다. 자연과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창은 빛의 따듯함도 그대로 투과해 겨울에도 아늑하다.

나무와 공원, 산을 들인 공간 
별꿈도서관이 주는 만족감은 안과 밖, 도서관과 자연을 연결하는 열린 구조에서 나온다. 삼송스타필드 앞 근린공원 한편에 있는 도서관은 나무와 광장, 그리고 멀리 있는 북한산까지 주변의 자연을 최대한 실내로 투과시키고 있다. 스타필드와 이어지는 뒷면을 빼고 모두 창으로 열려있다. 계절의 변화, 하루의 변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고 시간의 흐름에 하늘과 빛과 나무, 건축공간이 어떻게 교감하는지 볼 수 있다. 빛에, 모든 생명과 공간을 빛나게 하는 힘이 있음을 시각적으로 쉽게 느낄 수 있다. 빛을 투과시켜주는 고마운 창이지만 창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빛을 적정하게 막아주고 터주어야 하는데, 별꿈도서관의 창은 이런 실용적 요구에 친절하게 응대한다. 모든 창에는 자동식 블라인더가 설치돼 햇빛의 각도에 따라 빛의 투과를 조절해준다. 블라인더를 모두 내려도 나무와 빛은 사라지지 않고 은은하게 실내로 들어와 색다른 평화로움을 준다. 도서관 앞면 창은 특이한 구조다. 평면 사각이 아니고 지그재그 모형의 삼각구조로 입체감을 준다. 설계자에게 물어보니 빛의 각도에 따라 빛을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단다. 자세히 보니 한편은 통유리고, 다른 한편은 블라인더 띠처럼 나무자재를 길게 세로로 설치해 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창과 맞붙은 독서대도 창의 구조에 따라 지그재그로 마무리 되는데 변형이 주는 재미와 작은 삼각의 여유 공간도 덤으로 있어 좋다. 

작지만 머무는 행복감은 으뜸
별꿈도서관의 공간이 주는 두 번째 만족감은 공간의 높이에 있다. 작아서 답답할 수 있는 현실을 높이로 메워 오히려 탁 트인 시원함이 느껴진다. 도서관 높이는 4.5미터로 일반 건축물보다 2미터 안팎 높다. 높은 공간 덕분에 책장도 높다. 별꿈도서관을 설계한 전재필 건축가는 “공간이 넓지 않아서 높이를 통해 개방감을 주고 외부에서 보아도 작지 않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도서관의 색은 진한 갈색이다. 지붕과 외장재는 진한 갈색의 알루미늄 시트를 사용했고 내부 마감재는 갈색과 흰색을 기본으로 일부 녹색을 활용했다.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갈색을 선택했고, 갈색을 보조하는 바탕색으로 흰색을 썼다고 한다. 흰색 점무늬 석고보드로 천장은 단아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어린이 서가 투시도
어린이 서가 투시도
실제 건축된 공간
실제 건축된 공간
어린이 서가 반대편에는 어른들이 책을 볼 수 있는 조용한 공간(아래)이 배치돼 있다. 두 공간 사이에는 높은 책장과 긴 책상이 있어 어린이와 어른이 넘나든다.  공간은 경계 없이 흐르고 배려가 곧 질서가 된다.
어린이 서가 반대편에는 어른들이 책을 볼 수 있는 조용한 공간(아래)이 배치돼 있다. 두 공간 사이에는 높은 책장과 긴 책상이 있어 어린이와 어른이 넘나든다. 공간은 경계 없이 흐르고 배려가 곧 질서가 된다.

의자 책상 조명도 자연과 조화 
공간에 대한 만족감을 마무리하는 조건은 역시 인테리어이다. 별꿈도서관은 의자와 테이블, 책장, 조명까지 일관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단절된 어색함이나 불편함이 없다. 나무재질의 갈색의자와 통나무 테이블, 나무와 철이 조화로운 책장, 특히 높은 고도를 아름답게 비춰주는 조명이 돋보인다. 천장에 작은 조명이 촘촘히 이어지고, 어린이 서가에는 구름처럼 냇물처럼 흐르는 무정형의 입체조명이 높게 걸려있고, 어른 서가에는 심플한 철 재질의 긴 조명이 테이블 가까이 단아하게 붙어있다. 

아이 청년 노인이 어울리는 곳 
126평 정도의 아담한 도서관은 공간구분 없이 모두 트여있다. 높다란 책장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나누어준다. 때문에 어린이 서가와 어른서가, 열람실과 자료실이 따로 없다. 유모차를 타고 온 아기부터, MZ세대로 불리는 청년, 백발의 어르신까지 나란히 책을 읽는다. 한편은 어린이 서가, 반대편은 성인 서가로 구분되고, 가운데 서가는 어린이 어른 누구나 자리 잡아도 괜찮다고 느껴질 뿐, 인위적인 구분은 없다. 넘나들어도 괜찮다. 아이들이 뛰고 떠들면 민원이 생기고 경계가 생길 텐데, 아직까지는 무사하다. 서로에 대한 배려에 익숙해지고, 규제 없는 질서가 유지된다면 새로운 도서관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작은 공간을 책과 꽃과 식물로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이야기가 있는 서가를 위해 애쓰는 사서들의 정성도 잔잔하게 빛난다. 숲속의 오둑막을 상상하며 설계
전재필 건축가는 “숲속의 오두막 같은, 자연속의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며 “산책하다가 쇼핑하다가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는 카페 같은 도서관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건축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과 사람, 공간을 이어주는 도서관을 상상했고, 건축가의 품을 떠난 도서관은 지금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애를 쓰고 있다. 온마을이 공유하는 집이 아름답게 성장하고, 이 집에서 함께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무한한 기회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별꿈도서관 곁의 숲 북한산과 창릉천수변공원 

별꿈도서관은 북한산과 가장 가까운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의 높은 창으로 북한산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 책을 읽다가 북한산과 파란 하늘이 선명하게 와닿는 날에는 거침없이 산자락으로 달려가도 좋다. 도서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삼송역 6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077B번 버스를 타면 20여분 만에 북한산 입구까지 데려다 준다. 도서관 주변에는 잔디광장과 나무, 간간히 조각품이 설치돼 있는 근린공원이 있고, 도서관 뒤 스타필드를 지나면 바로 창릉천 수변공원이 나온다. 창릉천 수변공원은 북한산 자락에서 흐르는 창릉천을 따라 삼송 원흥 행주산성까지 이어지는 긴 수변산책로로 이어진다. 겨울이라 나무가 우거지진 않지만 겨울 공원이 주는 적막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누리며 산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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