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단지 이롭지만 도시전체 해 끼칠 수도.. 공공적 접근 필요

최근 단지별로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성을 위한 ‘용적률 완화’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각개전투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간 리모델링 사업에 대응하는 시 차원의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진제공=오마이뉴스]
최근 단지별로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성을 위한 ‘용적률 완화’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각개전투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간 리모델링 사업에 대응하는 시 차원의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진제공=오마이뉴스]

 

문촌16단지·강선14단지 조합설립
조례개정 통해 용적률 완화했지만
기반시설 포화, 주거환경 악화 우려
개별요구 넘어 통합적 접근 필요 

[고양신문] 일산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조합설립을 신고한 문촌16단지와 강선14단지를 비롯해 강선12단지 등 3개 단지는 조합설립 인가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합설립총회를 마친 단지들은 올 상반기 중으로 안전진단과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고양시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화답하고 있다. 최근 시는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할 경우 용적률을 현재보다 최대 50%까지 올릴 수 있도록 ‘고양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추진위 측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용적률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거환경 악화와 더불어 도시기반시설 포화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각개전투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민간 리모델링 사업에 대응하는 시 차원의 종합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문촌16단지 143세대 증축 희망 
용적률 상향요구 잇달아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노후화되고 있는 1기 신도시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고양시 또한 마찬가지다. 2018년 수립된 ‘고양시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 수는 460개 단지로 총 세대수는 20만8000가구에 달한다. 이중 3분의 2 가량이 15년 이상 된 구축아파트로 리모델링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중 가장 앞서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작년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컨설팅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된 문촌16단지다. 총 965세대인 이곳 아파트는 용적률 183%로 리모델링 사업 대상 기준(180% 이상)을 충족하고 있다. 현재 추진계획에 따르면 143세대를 증축해 총 1099세대가 들어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민의견조사 결과 각종 커뮤니티 시설과 주차공간 확대, 개별 주거공간 확대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주택조합을 창립한 문촌16단지 뉴삼익아파트
지난달 26일 고양시 최초로 리모델링 주택조합을 창립한 문촌16단지 뉴삼익아파트

 

문제는 용적률 확대다. 추진위 측은 그동안 고양시가 마련한 리모델링 자문회의에서 현재 도시계획조례에서 규정하는 250%를 상회하는 용적률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조례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300%까지 법적으로 보장되지만 실제 적용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자문회의에 참석하는 한 전문가는 “현재 자문회의에 들어가면 논의의 초점이 규제완화에만 맞춰져 있다. 사실 용적률 상향이 개별단지만 놓고 보면 추진하는 쪽은 사업성을 높일 수 있고 행정에서는 예산부담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도시전체 차원에서 바라보면 위험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용적률 상향만이 능사 아냐”
사적재산인 만큼 규제완화 신중의견 
 
특히 성남, 부천 등 고밀도로 설계된 다른 1기신도시 지역과 달리 일산신도시의 경우 도시인프라가 중밀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용적률 상향을 통한 리모델링 사업이 봇물 터지듯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주거환경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고양시 내에서도 사업을 추진하는 주택담당부서와 도시계획담당부서간의 입장차가 여전하다. 시 관계자는 “조례상 용적률이 300%까지 완화되더라도 지구단위계획이나 주택법상 별도의 지침기준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적용되긴 어렵다”고 답했다. 

지난 25일 고양도시관리공사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도 이러한 리모델링 사업에 따른 용적률 상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정광진 고양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론 리모델링 사업이 도시의 전반적인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사적재산에 해당하는 만큼 용적률 규제완화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뒤따라야 하는 부분”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목원대 이재우 교수 또한 “1기 신도시의 용적률 완화는 도시내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도시 등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며 “용적률 상향만이 능사가 아니다. 리모델링 기금 등을 적극 활용하거나 JDS 등 공공개발수익 일부를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사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집은 내가 돈 내고 고쳐야 한다는 자기분담금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센터 등 시 적극개입 필요
“민간건설사에만 맡길 일 아니다”

이러한 용적률 문제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공공적 접근의 필요성과도 연결된다. 현재 고양시는 리모델링 사업은 각 단지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시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상태다. 각 단지별 주거환경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세대수 증가에 따른 도시 인프라 포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을 수 밖에 없다.

리모델링 사업의 각종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고양리모델링센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남 등 리모델링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 중인 지자체의 경우 공공리모델링센터를 통해 사업컨설팅부터 자기분담금 데이터 제공, 나아가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관리까지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정광섭 고양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이미 민간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아파트단지들을 접촉 중인 상황”이라며 “민간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객관적인 자기분담금 데이터를 제공해야 혹시 모를 피해사례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용적률 상향 등 민감한 문제를 조율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고양시 내 리모델링 사업 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올해 재수립되는 고양시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통합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센터장은 “앞으로 리모델링이 필요한 아파트단지들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수직수평별동증축 같은 기술적인 문제만 논할 것이 아니라 도시체계 개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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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민간에만 맡겨선 안돼... 고양시 적극 개입해야”

정광섭 고양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사진>은 지난달 25일 토당문화플랫폼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문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 민간에서 개별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시가 공공적 시각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일 도시재생센터에서 정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해 화두를 던진 이유는.
현재 자문회의에 들어가면 논의의 초점이 규제완화에만 맞춰져 있다. 사실 용적률 상향이 개별단지만 놓고 보면 추진하는 쪽은 사업성을 높일 수 있고 행정에서는 예산부담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자. 도시 전체적인 차원에서 이게 옳은 방향일까.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추진위 입장에서는 용적률 문제가 중요하지 않나.  
공공성있는 시설들에 대해서는 시가 현물이 됐든 일정정도 규제완화가 됐든 지원책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주택 같은 부분은 정확하게 자기 돈 내고 수리하는 방향으로 하는 게 맞다.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하에 용적률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무턱대고 250%, 300%를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게 문촌16단지만의 문제도 아니고 앞으로 27개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이어질텐데 여기에 수반되는 인프라나 도시체계, 교통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다. 
 

다른 1기 신도시와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적으로 교통부터 행정서비스, 편의시설 등 삶의 만족도는 훨씬 떨어진다. 실제로 부천 같은 경우 소규모 정비 사업을 통해 용적률 다 풀어줬더니 지금 시민들의 불만이 매우 높다. 안 그래도 인구밀도 높은 도시에 난개발을 허용해 가장 살기 힘든 도시를 만들어놨다는 거다. 몇몇 분들은 성남, 부천 등을 거론하면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데 일산은 다른 1기 신도시와 달리 중밀도로 설계된 도시다. 도로뿐만 아니라 하수관 등 모든 인프라가 그렇기 때문에 고밀도로 리모델링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는데.
문촌16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전반적인 도시구조 재편문제로 다뤄야 한다. 이걸 누가 해야 되나. 민간건설사들은 사업성 높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고 리모델링을 통해 장차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진단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이 만든 리모델링 지원센터가 필요하다. 향후 단지별로 리모델링을 했을 때 용적률 시나리오와 거기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효과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순차적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여기에 부족한 인프라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어떻게 시가 재원을 마련해서 대응해 나갈 것인지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리모델링 기본계획이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나.
만약 1기 신도시 특별법까지 생기고 용적률까지 다 올려준다면 당연히 주변에 교통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교통영향평가까지 새로 해야 된다. 그리고 세대 수가 늘어난 만큼 주변에 여러 편의 시설이부족할 수 있으니 이런 부분까지 다 살펴봐야한다. 결국 1기 신도시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도시구조를 재편하는 차원에서 들여다봐야 된다. 개인의 주거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된다. 공공성과 사회적 문제를 함께 인식하는 가운데 개인의 주거환경 개선을 같이 담아낼 수 있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
 

분담금 문제도 함께 거론했는데.
주민의견조사를 보면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인식이 별로 없다. 리모델링 한다고 하니 평수도 넓어지면 좋겠고 부대시설도 생겨야 하고 주차장 확대에 아파트 외관까지 새로 바꾸고. 그런데 그렇게 다 해서 2억원씩 부담해야한다고 하면 ‘차라리 재건축으로 가자’ 이렇게 된다. 그런데 앞서도 말했지만 현재 일산신도시 인프라 상태에서 재건축은 사실상 어렵다. 결국 리모델링밖에 답이 없는데 그렇다면 충분한 정보제공과 설명이 필요하다. 시에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DB를 구축하고 분담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주민들이 건설업체들에게 받은 견적과 비교분석해서 최대한 이익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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