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진문학관’ 개관한 공석진 시인
직장생활로 전념하지 못했지만
개관 기점으로 시에 더욱 충실
공 시인의 삶 엿볼 수 있는
시집·시화·신문기사·사진 전시
시 강의하는 공간으로 활용
[고양신문] 현대자동차 지역 대리점 대표로 활동해오다가 은퇴 후 자동차를 판매하던 바로 그 대리점을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으로 바꾼 시인이 있다. 이 시인은 34년간 현대자동차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시를 써 총 8권의 시집과 1권의 시창작론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2011년 경에는 자신이 운영하던 현대자동차 봉일천 대리점을 전국 최우수대리점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이 해 봉일천 대리점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884대를 헤아린다. 시 창작과 자동차 판매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시인은 두 방면에서 모두 성취를 이룬 사람이다.
주인공은 장항동에 거주하는 공석진(62세) 시인. 그는 지난 5일 파주 조리읍에서 ‘공석진문학관’을 개관했다. 이날 개관식에서 많은 문인들이 개관을 축하하기 모였다.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한 김송배 시인을 비롯해 박남희 고양작가회의 회장, 강성재 아시아문화경제진흥원 회장, 강진구 고양문인협회 회장, 송연주 종로문인협회 회장, 주재철 국제라이온스 1415협의회 회장 등이 얼굴을 비쳤다. 공 시인이 2년 동안 시창작 강의를 했던 파주문예대학 출신의 작가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 시인은 이날 개관식에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한 터닝포인트로 오늘로 정했다. 최선을 다해 후학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시 강의 공간이기도 한 문학관
공 시인은 현대자동차 봉일천 대리점 건물 한 층을 온전히 시인으로 살면서 남긴 흔적들로 채워 넣었다. 이곳에는 지난 2007년 봄 ‘한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후 낸 첫 시집 『너에게 쓰는 편지』, 시 부문 베스트셀러로 오르기도 했던 『당신의 마음은 빈집』, 그리고 여섯 번째 시집이자 경기도 문학상 수상작인 『당신의 마음은 빈집』 등 그의 저서 9권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여기에는 출판이 안 되었지만 시인에게는 각별했던 두 권의 자작시집까지 포함됐다.
또한 문학관 내부 벽면 곳곳에 ‘들국화’, ‘의자’ ‘가을비’, ‘앉은뱅이 꽃’ 등 시화작품을 내걸었다. 신간 시집 소개 기사, 인터뷰 기사 등 지금까지 공 시인을 조명한 잡지와 신문 기사들을 따로 모아 전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시인, 직장인, 자원봉사 활동가로서 받은 각종 상패, 공 시인과 가족사진이 문학관 한 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해타산을 따지는 냉혹한 공간이 시인의 노력으로 ‘문학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시인으로서의 자의식 과잉으로 볼 수 있지만, 시인이라는 업이 그다지 명예도 밥벌이도 되지 않은 세상에서 이렇게라도 해야 고단했던 그의 삶이 보상받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시인 개인적 삶의 궤적을 엿보게 했지만 공석진 문학관은 단순한 전시공간이라고 볼 수 없다. 이곳은 공 시인이 제자에게 시를 가르치는 공간이자 시를 배우고 쓰는 이들의 친교 장소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스크린을 갖춘 강의실이 문학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글쓰기 욕망, 1615편의 시로 나타나
경기도 송탄에서 태어난 공석진 시인이 최초로 글쓰기 재능을 발견한 때는 경동고 2학년 학창시절.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의 일상을 써 내려간 생활수기를 써서 교내에서 최고상을 받은 이후부터 글쓰기는 공 시인에게 내밀한 욕망이 됐다.
이후 대학을 국문과로 진학하기를 원했지만 부모님은 굶기 십상인 문과보다는 당시 중동 건설경기가 호황인 이유로 공대를 진학하기를 원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건축과를 졸업하게 됐다. 그에게 있어 대학시절은 작가가 되려는 꿈을 타의에 의해 접고 오로지 숙련된 기술자로 자신을 동화시키는 과정일 뿐이었다. 그것은 젊은 날의 가장 컸던 혼돈과 고민이었다.
공 시인은 “대학 3학년 때 결혼을 해 졸업 후의 삶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절박함 그 자체였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사내 잡지인 ‘현대모터誌’에 실리게 될 문학 공모에 어릴 적 기억을 바탕으로 쓴 수필 ‘누렁이 이야기’가 당선됐다. 그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시 창작에 박차를 가해 마침내 2007년 봄, ‘처마 밑’, ‘산행’이라는 작품으로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때부터 나의 시창작은 날개를 달아 현재까지 1615편의 시를 창작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에는 시 ‘가을 사랑’이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가요로 만들어져 발표가 되기도 했다. 공 시인은 파주문예대학 시창작 교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현재 고양문인협회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고 고양시 바르게살기협회 이사로 5년간 봉사한 고양의 이웃이다. 그는 간간히 서울 삼청동 갤러리카페인 ‘사차원’에서 주말마다 시 콘서트를 진행하며 독자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