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정치학 박사)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고양신문] 우리는 공동체의 구성원이기에 정치를 긍정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정치를 멀리 두려고 하고 심지어 정치에 무관심할 때도 많다. 정치를 몰라야 삶이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는 필요하다. 우리에게 정치는 왜 필요하며, 정치는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해 보았다.

정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때 필요하다. 동호회에 가입함으로써 구성원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본다. 동호회는 회원과 회비에 관한 규정이 있으며, 회장이나 임원으로 구성하는 조직이 있다. 규정과 조직, 그리고 활동을 결정한다. 구성원들 다수가 결정하는 민주주의 방식의 정치인가 혹은 소수 임원이 결정하는 비민주적인 방식의 정치인가로 나뉠 뿐, 정치는 인간이 공동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인간 활동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정치는 무엇일까? 정치에 관한 대표적인 정의가 떠올랐다. 1960년대 미국의 정치학자인 데이비스 이스턴 교수의 정의이다. 정치는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가치는 돈과 같은 경제적 가치, 자리와 같은 정치적 가치가 있다. 돈과 자리는 풍부하지 않다. 희소하다. 배분은 희소한 돈과 자리를 나눈다는 의미이다. 동호회의 회비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가 배분이다. 그런데 배분은 권위적이다. 권위란 구성원들이 배분 결정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다. 권위는 구성원이 동의할 때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정치는 공동체의 희소한 가치를 배분하고, 그 결정을 구성원들이 권위가 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이는 일련의 행위이다. 나는 가족 공동체, 종교 공동체, 직장 공동체, 고양시 공동체, 대한민국 공동체 등 여러 개의 공동체 구성원이다. 공동체는 예산과 사업계획을 하고, 대표와 임원으로 조직을 구성하며, 1년의 활동을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모든 공동체는 희소한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정치공동체이다. 

정치는 누가 하는가? 동호회와 같이 구성원이 100명 이내인 정치공동체는 구성원이 모여 회비를 결정하고, 사업을 결정한다. 그런데 회장과 임원들의 역할과 회원의 역할은 같지 않다. 회원들이 회장을 뽑으면, 회장은 임기 동안 동호회를 이끌어 간다. 이끌어 간다는 말은 정책을 주도한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기구를 이스턴 교수는 정치체(political system)라 불렀다. 동호회에서 정치체는 회장과 임원진으로 구성되는 집행부이다. 회원은 정치체인 집행부에 요구하는 정치를 하고, 집행부의 회장과 임원은 회원의 요구를 정책으로 만들고 집행하는 정치를 한다. 연말에 회원들은 집행부의 정책과 활동을 평가하고 새로운 집행부를 선출한다. 회원과 임원의 역할은 다르지만 모두 정치를 한다. 정치의 분업이다. 

정치의 분업은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이라 한다. 1789년 미국의 헌법 승인과 함께 그리고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지금의 대의민주주의가 출범했다. 현대 민주주의는 정치지도자들이 공동체의 정책을 제시하며 경쟁하고, 구성원은 제시한 정책들을 비교한 후 적임자를 선택하는 경쟁적 정치체제라고 미국의 정치학자인 샤츠슈나이더는 정의했다.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에도 전쟁을 위한 지도자와 예산관리를 위한 지도자는 투표로 뽑았다.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운영했고 정치지도자가 있었다. 다만, 고대 민주주의는 아테네 시민 모두가 추첨으로 정치체에 들어가 직접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일을 담당하는 직접 민주주의 특성이 강하다. 노예와 여성이 경제활동을 담당했기에 남자 시민에 의한 직접 민주주의 정치가 가능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시민이 정치에만 전념할 수 없다. 시민들은 경제, 문화 활동 등을 하며 바쁘게 살아간다. 그러함에도 최소한의 정치는 필요하다.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정치지도자들이 제시한 정책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정치가 최소한의 정치이다. 우리가 TV를 살 때, A사 혹은 B사의 제품을 비교하여 사는 것과 같다. 정치지도자는 좋은 정책을 제안하고, 다른 정치지도자들과 경쟁하는 정치를 한다. 최대 정치이다.

우리는 정치적 역할이 다를 뿐 모두 정치를 한다. 가정에서는 부모로서 가족 공동체의 예산과 미래를 계획하는 지도자이다. 동호회에서 임원이 되면 구성원의 요구를 정책을 만드는 정치지도자로서 정치를 한다. 고양시민은 유권자로서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이 제시한 정책들을 비교하고 선택하는 정치를 한다. 우리는 공동체의 대안을 만드는 정치지도자의 정치를 하거나, 제시된 대안 중에서 선택을 하는 구성원으로서 정치를 한다. 

정치는 우리 공동체 삶의 일부이다. 그러니 정치를 친한 친구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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