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고양신문] 7~8년 전인가 저도 실손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워낙 보험가입을 꺼려하니까 아내가 자신의 보험을 들면서 제 것도 하나 가입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한 3년 정도 지나니까 보험회사 상담원이 전화가 와서 한 달에 2만7~8000원 하던 보험료가 3만5000원대로 오른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놀라서 왜 이리 보험료가 많이 오르냐고 묻자 손해율이 높아져서 다음 갱신 때 또 보험료가 오를 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실손보험 가입하고 거의 병원에 간 적이 없어서 내심 아까운 마음이 있던 차에 쿨하게 보험을 해지하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별다른 일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어깨와 목에 통증이 와서 급하게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얘기하자 일단 엑스레이부터 찍자고 해서 여러 부위 엑스레이를 찍고 났더니 처음 하시는 말씀이 “실손 있으시죠?” 하시는 겁니다. 내가 실손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자 조금은 난감한 표정으로 치료 방향에 대해 설명을 하셨습니다. 도수치료는 40분 정도 회당 18만원인데 5~10회 정도 받으면 좋겠고, 일단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가 있는 주사로 통증을 줄여 보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비용이 엄두가 안 나서 일단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타서 병원을 나왔습니다. 

최근 백내장 수술 폭주로 보험업계가 시끄럽습니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회백색으로 혼탁해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병으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로 치료합니다. 그런데 백내장 수술이 너무 증가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백내장 수술 보험사기를 엄벌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하고, 금융감독원 고위 인사가 대한안과의사회를 방문해 백내장 수술보험금 청구 급증과 관련한 우려사항을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백내장 실손보험금 청구금액은 2016년 779억원, 2018년 2553억원, 2020년 6480억원에서 급기야 2021년 1조1528억원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3월 11일까지 약 70일간 2689억원의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자 금융당국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던 거지요. 오죽 다급했으면 올해 4월 18일부터 6주간 백내장 보험사기 특별 신고·포상제도를 운영해 최고 3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코로나19 같은 전염병도 아닌 백내장이 왜 갑자기 이렇게 수술이 폭증한 것일까요? 견디다 못한 보험사들이 올해 4월부터는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검사결과(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제출하도록 하자 3월말까지 막차를 타기 위해 수술이 몰린 탓도 있을 듯 합니다.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상경해서 새벽까지 수술하고 갔다는 얘기도 들렸으니까요.

실손보험은 보험회사에겐 애증의 대상입니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의 보완형으로 도입되어 국민의 사적(私的)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보험으로 성장했지만, 반면 보험을 악용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인해 매년 엄청난 손실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가입대수는 2423만대인데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3900만건을 넘어 섰습니다. 하지만 실손보험으로 보험사는 2020년 약 2.5조원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2021년에는 손실액이 3조원에 육박할 거라고 하네요.

보험회사가 계약 갱신 때마다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음에도 이렇게 손실이 증가하는 것은 당초 예상보다 보험금 청구가 훨씬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은 선의를 가진 다수가 십시일반으로 보험금을 납부하고, 불의의 사고나 질병을 입은 소수의 고통을 분담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실손보험은 일부 이기적인 가입자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의료진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가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잉진료로 의심가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도수치료, 요실금, 리쥬에이드·키오머3 미용시술 등이 있습니다. 특히 도수치료는 우리나라 정형외과의 진료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파장이 컸습니다. 

모든 것에는 절제가 필요합니다. 실손보험으로 불의의 질병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공짜라는 인식으로 선을 넘어서는 과잉진료(치료)는 자제해야 할 것입니다. 실손보험이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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