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저공원 인근 사는 최훈종씨 길고양이 위한 집 지어 화제

 

입소문타고 어느새 13호 분양
철거 계고장에 맘 졸이기도
“동물복지 잘된 곳이 선진국” 


[고양신문]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돌봐주며 중성화수술(TNR)도 병행하는 일명 ‘캣맘’들의 활동은 우리 주변에서 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길고양이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어주는 ‘캣대디’는 어떨까. 대화도서관 인근에 위치한 성저공원에 원목으로 예쁜 고양이집을 지은 한 나이 지긋한 중년남성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찾아가봤다. 

주인공은 성저공원 인근 단독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최훈종(67세)씨다. 직장은퇴 후 주로 국내외여행을 다니며 취미생활을 다니다가 코로나 이후로는 집 근처 공원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는 최씨.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띈 것은 공원의 한 귀퉁이에 설치된 길고양이 임시급식소였다. 

“이 동네 캣맘분들이 만든 거 같았는데 좀 허름하기도 했고 저걸로는 겨울나기 힘들겠다 싶었지. 마침 저도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관심이 생겨서 ‘얘들에게 집을 지어줘야겠다’ 결심하게 됐어.”

막상 집을 만들어본 경험은 전무 했던 그였다. 그래도 평소 손재주 하나는 자신 있었기에 원목 폐자재를 구해오고 유튜브를 통해 집 만드는 법을 익혀가면서 어설프게나마 조금씩 완성해갔다. 그렇게 작년 8월 경 처음 탄생한 작품이 바로 ‘호피의 집’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집주인인 ‘호피’뿐만 아니라 옆동네 길고양이까지 와서 쟁탈전(?)이 벌어지자 집을 한 채 더 분양하기에 이르렀다. 어느새 이 공간에만 멋들어진 급식소 1개와 보금자리 2개가 들어선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나니 욕심이 계속 생겼지. 기왕 짓는 거 사람도 그렇고 고양이도 잘 지으면 좋잖아. 안에 스티로폼으로 단열도 하고 입구에는 비바람 막는 용도로 칸막이를 달아줬는데 이게 또 반응이 좋았지. 고양이들도 들락날락하면서 사람과 친해지고 관리가 잘 되다보니 공원 이용하는 분들도 다들 좋아하더라고.”

어느새 이 지역 명소가 된 고양이집.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저곳에 지어주다 보니 어느새 13호 째 분양중이라고. 현재 성저공원 내에 지어진 3채 외에도 인근지역, 심지어 멀리 지리산에서도 찾아와 집을 얻어간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제작비용은 모두 무료다. 캣맘들의 수고와 헌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순탄한 과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달 고양시 공원관리팀에서 민원을 이유로불법시설물 철거 계고장을 붙이기도 했다. “갑자기 집을 없애면 여기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해봤지만 복지부동이었다. 다행히 시 동물복지팀과 연락이 닿아 사정을 설명했고 부서 간 협의를 진행한 결과 현재는 허가받은 시설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을 나가보면 선진국들은 다들 동물복지가 잘 되어 있어요.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같은 나라에도 고양이마을이라는 게 있거든. 고양시도 마스코트가 고양이인 만큼 행정에서 길고양이 정책을 좀 더 선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어느새 ‘캣대디’를 자처하게 된 최훈종씨는 마지막으로 “길고양이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캣맘들이 좀 더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도록 고양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고양이와 함께 더불어 공존하는 고양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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