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휘 고봉동 주민자치회장
토박이로 지역 애착심 남달라
주민자치위원회·마을통장 활동
커뮤니티센터 기능 조정 원해
교통·기반시설 꼭 확충되어야
심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틀 동안 냄새가 가시지 않을 정도의 악취였다. 미색 패널로 만들어진 2평 남짓한 공간은 열악함 그 이상이다. 장판을 들추니 쥐가 만들어 놓은 길이 선명했고 다 낡은 장롱 서랍에는 쥐의 흔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고봉동 커뮤니티센터 직원들과 고봉동 주민들은 회색 방호복을 입고 냄새와 싸우며, 봉사를 마무리했다. 바닥과 장판, 천장, 벽, 장롱은 훨씬 쾌적한 환경으로 변신했다. 아침 일찍 시작된 주거환경 개선 봉사는 오후 1시까지 이어졌고, 지역 기업 가구대통령이 후원에 동참했다.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 어르신은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 속에서 늦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 고봉동 커뮤니티센터 관장님과 직원, 고봉동 직능단체 회원들이 함께 봉사를 했어요. 보시다시피 마스크를 쓰고 방역복을 입었는데도 냄새가 진짜 심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여러 차례 저장강박증이 있는 집 청소와 정리정돈은 해봤지만, 오늘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라며 미처 어려운 이웃의 열악한 환경을 알지 못했다는 것에 미안함을 먼저 내보이는 조명휘 고봉동 주민자치회장.
고양시 토박이인 고봉동 주민자치회 조명휘 회장. 그의 고향은 고양군 벽제면 설문1리다. 성석초등학교(26회)와 일산·중고교를 졸업했고, 1961년생으로 62세다. 62년을 지역과 함께해와 고봉동 지리는 내비게이션보다 자세하고 GPS(위성항법장치)보다 정확하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조 회장은 농사일과 주민자치회 활동을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농번기라 주말마다 아이들과 설문동에서 논일과 밭일을 한다. 거기에다 평상시에는 주민자치회 감자·고구마·옥수수 심기와 마을활동 등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공과 사의 시간을 넘나든다. 주말에 불만 없이 농사를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가족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주민자치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고봉동 인구는 2만3200여 명이다. 평일에 활동하는 직장 인구를 포함하면 5만여 명이 고봉동에서 활동을 한다. 쉽게 말해 직장인 반, 지역민 반이다. 주민들 역시 원주민보다는 집을 짓고 새롭게 유입된 인구가 더 많다. 정서적 문화적 괴리감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에 주민자치회가 처음 출발하면서, 새로운 위원들이 들어오셨는데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하는 지역 정서가 다르더라고요. 새롭게 구성된 만큼 그 환경에 맞게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균형을 맞추려면 시간이 걸리겠더라고요. 서로의 생각을 인정하고 논의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있는 것 같아요. 기대와 걱정이 있지만 서로 노력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마음이 맞춰질 겁니다”라며 시작과 도전과 변화에 희망을 보였다.
고봉동 주민자치회는 지난 3월 말 고봉동 커뮤니티센터 3층 대강당에서 주민총회를 열었다. 성공적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주민의 참여도가 높았고, 인기도 있었다. 주민들의 의견을 촘촘히 들었고 탄탄하게 준비를 한 덕분이었다. 다양한 주민 의제가 발굴됐고, ‘모으자! 창조하자! 고봉동 아카이브’와 ‘고봉동을 내 품 안에’와 ‘사랑의 농사 체험 활동’, ‘마을별 울력(상부상조·봉사) 활성화로 깨끗한 환경 조성과 공동체 의식 향상’ 등 4건이 선정돼 올해 진행 예정이다. 주민 숙원사업으로는 주요 도로에 방범용 CCTV 설치와 거점구역 쓰레기 적치함 설치, 쓰레기 수거 차량 증차 및 수거 횟수 확대 등 3건이 채택돼 구와 시에 건의할 계획이다.
“처음 해보는 주민총회라 서툴겠지만 잘해보자고 서로가 독려하며 세밀하게 준비했어요. 간사님과 각 분과위원, 위원장님들의 노력과 시간 할애가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총회를 위해 다섯 번의 임원 회의를 할 정도로 여러분들의 관심과 기대가 컸습니다. 이 시간을 빌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라고 말했다.
고봉동은 사회기반시설과 특히, 교통환경이 아주 많이 취약하다. 도로도 왕복 2차로가 많아 위험성이 크다. 물류센터와 환경·제조·수리·물류·납골당 등 차량이 있어야만 하는 환경이라 트럭과 자가용은 쉴새 없이 다니고 출퇴근 시간은 교통지옥이다. 더해서 고봉동에는 제대로 된 마을버스도 없다.
“소형 버스만이라도 지원된다면 충분히 고봉동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운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년퇴직한 버스 운전기사님을 고용해 몇 년간 운영하고 지속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경력단절도 차단하고 주민들 이동이 편리해집니다”라며 교통 불편 해소의 아이디어를 말했다.
조명휘 회장은 이외에도 커뮤니티센터 기능 중 치매안심센터보다 작은 보건소 설치를 말했다. 농민이 많은 지역이고 물류와 유통시설이 빼곡한 곳이라 사고 후 상해에 의한 위험성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작지만 큰 기능을 하는 보건분소가 꼭 필요하다고 몇 번을 반복해 강조했다. 조 회장은 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불편함과 소외감이 없는 고봉동을 원했으며, 고양시와 구청 등 관계자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길 바라고 있다.
현재 고봉동은 28개 통으로 주민자치회 위원은 26명이다. 조명휘 회장은 앞으로를 걱정했다. 첫 구성에는 31명의 위원이 있었는데, 지역 정서가 낯선 위원들이 중간에 그만뒀다. 주민자치회의 성격과 특성을 모른 채 지원해 벌어진 일들로 주민자치회 활동을 몸소 겪으면 더 그럴 것 같아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숙련기간을 갖추고 제대로 주민자치회를 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고봉동은 오는 6월 인천 승봉도로 6개 직능단체장과 1박 2일로 워크숍을 간다. 새로운 고봉동의 시작점을 알리고, 발전적인 의견이 나와 서로의 간극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다. 하반기 마을총회와 마을축제 준비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올 9월에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마을축제를 2년여 만에 재개합니다. 오전에는 마을총회를 하고 이어서 오후에 마을축제를 할 계획이에요. 지역 두레패 공연과 문화센터의 참여, 주민들 장기자랑 등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될 거예요. 두 개를 동시에 하려고 하니 시간의 촉박함은 있지만 알차게 해볼 계획입니다. 모든 단체가 함께 차근차근 만들어갈 건강한 고봉동을 기대하세요”라며 특유의 미소로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