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이것만은 해결하자
②덕양구

고양시 덕양구청 일대 화정동 모습.  항공사진=네이버
고양시 덕양구청 일대 화정동 모습.  항공사진=네이버

신규택지와 자연부락이 혼재
새 아파트 많아 집값 올랐을 뿐 
구도심 상대적 박탈감 그대로 
고양~은평선, 4곳에서 역 요구 

[고양신문] 지난주엔 일산의 지역별 민원을 정리해 봤다. 이번엔 덕양이다. 덕양과 일산은 하나의 도시라고 하기엔 지리적으로 연결성이 매우 부족하다. 두 도심 사이에 대곡역 일대로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산황산과 영주산은 녹지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외곽순환도로)가 장벽처럼 덕양과 일산을 갈라놨는데, 최근엔 고가도로로 설계된 ‘39번국도 대체 우회도로(작년 12월 개통)’가 능곡에서 시작해 고양시청 앞을 지나면서 두 도심은 더욱 단절된 느낌을 받는다. 

덕양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피해의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소외’다. 수도권 시민들조차도 ‘일산’이라는 지역명을 ‘고양’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덕양’은 외지인들에게 낯선 이름이 됐다. 도시브랜드 관점에서 일산은 유명하지만 덕양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요즘 들어선 ‘1기신도시 재건축’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1기신도시인 일산만 주목을 받다 보니 덕양주민들의 소외감은 더욱 심해졌다. 

“덕양구에 있는 화정·행신동 아파트 준공시기가 94~95년으로 일산신도시 아파트들과 거의 같아요. 그런데 재건축이 일산만 되고 덕양은 안 되는 겁니까? 덕양은 없는 셈 치는 거예요?” 이 같은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이런 피해의식 속에서도 최근 덕양은 일산의 집값(평당 가격)을 따라 잡았다. 2018년까진 일산동구와 서구에 모두 뒤지던 덕양은 2년 전부터 일산의 두 개 구를 집값에서 만큼은 모두 눌렀다. 하지만 대부분 서울과 가까운 신규택지 지역의 집값 상승 때문으로, 화정과 행신 등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큰 가격상승을 누리진 못했다. 집값 상승 속에서 덕양 구도심의 상대적 박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덕양구 삼송역 인근 상업용지에 49층 높이로 지어진 ‘주거용 오피스텔’.  삼송역 일대는 이와 같은 신규 주거단지과 구도심이 공존하는 곳이다.
덕양구 삼송역 인근 상업용지에 49층 높이로 지어진 ‘주거용 오피스텔’.  삼송역 일대는 이와 같은 신규 주거단지과 구도심이 공존하는 곳이다.

여기저기 쪼개기 택지개발로
도시 연결성 많이 떨어져 

덕양은 덕양 내부에서도 차별 받는다는 인식을 지닌 동네들이 꽤 있다. 일산처럼 하나의 도심으로 형성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자연마을 또한 많기 때문이다. 일산신도시가 만들어지기 전 가장 번화했던 곳은 고양시청 주변 ‘원당’이었다. 하지만 일산과 비슷한 시기에 화정동과 행신동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몇 해 전엔 삼송과 원흥에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최근엔 지축과 향동에도 새 아파트가 가득하고 덕은지구도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산이 정부주도 대규모 신도시로 건설됐다면, 덕양은 지역별로 LH의 쪼개기 택지개발이 진행된 곳이다. 그러다 보니 덕양 내부에서도 도시 연결성이 많이 떨어진다. 시기별로 지역별로 따로따로 택지가 개발되면서 일산호수공원과 같은 대형공원이 만들어지지도 못했다. 땅장사로 이윤을 추구하는 LH를 상대로 시민편의시설(도시기반시설)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신규노선 없어 대중교통 불만에  
‘서울시 기피시설’까지 떠안아 

덕양구 내 각 택지지구들이 대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보니 마을버스와 같은 대중교통도 항상 불만이다. 버스회사 입장에선 흑자노선 만들기가 수월치 않아 신규노선 투입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화정·행신과 삼송·원흥 사이에 창릉3기신도시가 조성되면 도시 연결성이 강화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수도 있다는 희망도 있다.

덕양구의 가장 오래된 민원이라 할 수 있는 ‘서울시 기피시설’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불합리한 행정으로 발생한 과거의 피해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수처리장(난지물재생센터)과 음식물쓰레기처리장, 벽제화장장(서울시립승화원), 공동묘지가 모두 서울시 소유인데도 고양시 덕양구에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지역 정치인들이 해결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지만, 서울-고양 두 도시간의 ‘합의문’으로만 그쳤을 뿐 수십년간 한 걸음도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고양~은평선 발표 후 역 요구 빗발  
“우리동네에 꼭 필요합니다”

덕양구는 각 지역별로 어떤 민원들을 지니고 있을까. 대부분 교통문제 해결이 가장 앞선다. 특히 창릉신도시 건설에 따른 신규 철도노선으로 ‘고양~은평선’이 발표된 뒤부터 고양선이 지나는 동네마다 역을 설치해달라는 요구가 강력하다. 신규철도노선이 발표되면서 집단민원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 총 4곳(화수역, 화정지구역, 행신중앙로역, 도래울역)에서 고양~은평선 역사설치를 바라고 있다.

고양~은평선은 경제성과 편의성을 위해 표정속도(정차시간을 포함한 속도)가 최소 시속 40㎞가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역이 많을수록 사업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이 있다. 동네마다 신규철도에 대한 요구는 강력하지만 꼭 필요한 곳에만 서야 하는 문제를 차기 고양시장은 어떤 접근방식으로 해결할지 지켜봐야 한다. 


화수역, 화정지구역 신설 요구
덕양 첫 리모델링조합 탄생 임박

화정동에선 ‘화수역’(화정1동)과 ‘화정지구역’(화정2동) 신설 가능성이 지역에서 가장 큰 이슈다. 역사 위치는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화정동의 또 다른 이슈는 아파트 리모델링이다. 덕양구에선 유일하게 화정동 별빛8단지가 리모델링조합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별빛8단지 유승조 조합 추진위원장은 “고양시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에 대한 이주대책을 충분히 뒷받침해 준다면, 일산보다 조금 뒤늦게 시작된 리모델링 붐이 덕양에도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행신중앙로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행신동 주민들.
'행신중앙로역' 신설을 요구하고 있는 행신동 주민들.

행신동, 창릉신도시 하수처리장을
왜 기존 아파트단지 근처에…

행신동에서도 고양~은평선 ‘행신중앙로역’에 대한 염원이 뜨겁다. 2년 전 총선 때도 가장 강력한 선거 이슈였다. 행신4동에서는 창릉신도시와 관련된 기피시설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창릉신도시와 접한 행신4동 경계부분(서정고등학교 뒤편)에 창릉신도시를 위한 신규 하수처리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조규남 행신4동 주민자치회장은 “기존 아파트와 학교가 있는 곳에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짓는 것은 무조건 반대”라며 “주민들은 단체행동도 불사할 방침이다. 주변 도심지에 피해를 줄 것이 아니라 창릉신도시 중심에 기피시설을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석환 행신1동 주민자치위원은 “행신동은 아파트와 주택만 있을 뿐 교통도 불편하고 주민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행신중앙로역 설치와 함께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동네에 하나라도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원흥 ‘도래울역’ 신설
‘창릉천 공원화’ 의견수렴 충분해야

원흥지구(도래울마을)가 있는 흥도동의 최대 관심사도 역시 고양~은평선의 ‘도래울역’ 신설이다. GTX ‘창릉역’ 신설이 뒤늦게 확정되면서 최대 수혜를 입은 지역이지만 고양~은평선 신규 역사에 대한 유치 열망은 여전하다. 

김현준 도래울연합회장은 “삼송과 원흥은 버스교통 불편이 많은 곳이다. 덕양에 신규택지가 많이 들어선 만큼 버스노선을 완전히 재분배하는 방안을 고양시가 검토했으면 한다. 지금 상태에서 각 지역의 버스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릉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창릉천 공원화가 추진되고 있는데, 도래울마을 주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LH가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주민이 원하는 공원화 사업을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당 신청사로 낙후지역 활기 기대
“주변 상권 부활하길”

이번 선거에서 현 이재준 시장을 대폭 지지하는 곳도 있다. 바로 원당지역(주교·성사동)인데, 이유는 신청사 건립 때문이다. 시청 신청사를 멀리 옮기지 않고 원당에 존치하기로 한 결정이 이곳 주민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종서 주교동 주민자치회장은 “일산 신도시 이전까지만 해도 원당은 교육청, 한전, 등기소 등이 모두 모여 있는 고양시의 중심이었는데, 일산에 모두 뺏긴 이후 지금은 고양시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했다”며 “2025년 신청사가 개청하면 주교동이 행정복합도시로 새롭게 발돋움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송역 무분별한 빌라 신축 문제

삼송1동의 윤명복 주민자치회장은 “현 시장이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도시개발이 일산에 편중됐다는 인상을 받는 분들도 많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대통령도 바뀌었는데, 시장도 바꿔보자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고 했다. 삼송동은 구도심과 신규택지지구가 공존하고 있다. 신규택지에선 대중교통, 특히 버스노선에 대한 불만이 많고, 삼송역 인근 구도심은 신축빌라와 다가구주택에 대한 무분별한 허가가 도시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교외선 ‘관산역·능곡역’ 정차 요구

신규택지 지역이 아닌 자연부락이 많은 외곽지역에서도 교통민원은 가장 큰 관심사다. 2년 뒤 재개통하는 교외선과 관련해 정차역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인데, 특히 관산동은 바로 옆으로 교외선 철길이 지나기 때문에 신규역사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김문식 관산동 주민자치회장은 “마을에서 공릉천만 건너면 교외선 철길이 보인다”며 “그곳 주변에 화훼유통단지도 들어서기 때문에 타당성이 있다. 4차국가철도망에 반영된 ‘통일로선’이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과제라면 교외선 관산역 설치는 이번 선거 공약으로 후보들이 내걸으면 한다”고 말했다. 

능곡동도 교외선 정차를 바라고 있다. 교외선이 재개통할 때 고양시 구간에선 대곡역과 원릉역 단 두 곳에서만 정차한다고 발표되면서 기존 교외선 능곡역은 회차 기능만 담당하게 됐다. 한만희 행주동 주민자치회장은 “능곡역 근처 인구밀도가 꽤 되는데도 회차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행주동과 관련해선 “대곡소사선(서해선) 행주산성역 설치가 필요하다”며 “고양시 대표 관광지인 행주동의 관광 편의를 위해 고양시가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양시청 인근의 교외선 원릉역 모습. 2024년 개통하는 교외선은 고양시 구간에선 ‘대곡역’과 ‘원릉역’에서만 정차할 예정이라 추가 정차역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고양시청 인근의 교외선 원릉역 모습. 2024년 개통하는 교외선은 고양시 구간에선 ‘대곡역’과 ‘원릉역’에서만 정차할 예정이라 추가 정차역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고양동 "기피시설 보상 고양시가 나서라"

외곽지역 중 가장 큰 인구밀집도를 보이는 고양동의 선거 이슈도 교통이었다. 지용원 주민자치회장은 “교외선이 개통된다고 하지만 고양동과는 노선이 멀어 이용하기 어렵다”며 “고양동을 관통할 수 있는 트램과 같은 신교통수단이 도입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승화원 등 서울시 기피시설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피해보상 문제를 주민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울시와의 협상으로 보상 문제를 해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피시설 다 모인 ‘대덕동’

대덕동은 주민은 많지 않지만 그래서인지 더욱 기피시설 문제로 갈등을 겪는 곳이다. 최근엔 창릉신도시 개발지 내에 있는 3개의 레미콘공장과 고물상 등이 대덕동으로 옮겨온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정석우 대덕동 주민자치회장은 “난지물재생센터로 수십년과 피해를 입고 있는데, 창릉신도시로 또 피해를 보게 됐다. 제2자유로 서울방면 끝지점에 위치한 우리동네는 제2자유로 때문에도 불편이 크다. 제2자유로가 막히는 출퇴근 시간 때면 동네 내부도로(마을길)가 우회로를 이용하는 차량들로 꽉꽉 막힌다. 마을길을 넓히든지 해야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덕은동, 대형트럭 도로 위 상하차 위험

화전동과 덕은동은 물류센터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통운과 쿠팡 등 초대형 물류센터는 물론 주차장을 갖추지 못한 중소규모의 물류센터까지 다양하게 들어서 있는데, 길이 좁다 보니 대형차들이 길을 막고 회전하거나 아예 도로 위에서 상하차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교통 흐름을 방해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에도 취약하다. 야간에 발생하는 소음으로 힘들어하는 주민들도 많다. 안희정 행복한덕은동가꾸기협희회 대표는 “길을 막고 일하는 대형차로 출근길에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도 위험하고 어른들도 불편하다”며 “다음 시장이 꼭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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