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구 다큐 사진작가의 ‘범섬’ 선정
강정마을에서 범섬 응시하는 묵직한 시선
“고통과 연대하는 영화제 방향성 담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국제다큐영화제)이하 가 오는 9월 개최되는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를 공개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매년 고양과 파주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필름 축제다. 영화제측은 2015년 7회 영화제부터 국내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작품을 공식 포스터로 채택해왔다. 올해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흥구의 작품이 선정됐다.
김흥구의 작품은 제주도 강정마을 해안에서 건너다보이는 무인도 ‘범섬’과 주변 경관을 모티프로 한다. 작가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다 위에 떠 있는 외딴섬, 기묘한 형상의 해안동굴, 굽이치는 바닷물, 인물의 실루엣 등을 응시한다.
사진 속 ‘범섬’은 제주도 특별법에 따라 지정된 보존지역이었다가 2009년 해군기지 건설로 보존지역에서 해제됐다. 또한 이곳은 고려시대 공민왕이 최영 장군을 보내 ‘목호(牧胡, 제주도에서 말을 기르던 원나라 관리)’와 그들을 도운 제주도민을 토벌한 곳이기도 하다. 김흥구 작가는 “제주도민에게 육지의 왕조는 이국의 왕조와 다를 게 없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서 범섬과 강정마을이 겪고 있는 과거와 현재의 고통이 겹쳐진다.
영화제 관계자는 “시대와 공간이 다큐멘터리 작품을 통해 역사와 장소로 거듭나듯이, 과거 역사의 현장이었던 범섬이 환경적 이슈와 역사적 상징, 동시대의 의제와 연계돼 새로운 의미가 입혀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 장의 포스터 사진을 통해서도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다양한 다큐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 온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김흥구 사진가는 2002년부터 제주도로 건너가 해녀들과 생활하며 그녀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한 결과물인 ‘좀녜(해녀를 뜻하는 제주도의 옛 방언)’로 2003년 제1회 GEO 올림푸스 사진상 대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좀녜’(2002~2011), ‘트멍’(2012~) 연작이 있다.
DMZ국제다큐영화제가 표방하는 가치는 ‘평화, 생명, 소통’이다. 제14회 DMZ국제다큐영화제는 9월 22일부터 29일까지, 영화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DMZ인더스트리는 9월 20일부터 25일까지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올해 영화제에서 130여 편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