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김포시 ‘평화의 배’ 한강하구 항행탐사
검은머리물떼새 장항습지서 처음 관찰
좀처럼 만나기 힘든 황새와도 반갑게 인사
람사르 등재 1년, 새로운 협력 이끌어내야
[고양신문] 지난 이른 봄, 김포시 평화교류팀에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5월에 전류리에서 평화의 배를 띄우니 승선하겠냐고 한다. 물론 기쁘게 그러마고 했다. 매년 한강하구 중립수역 근처까지 배를 타고 가는 행사가 있었기에 올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담당 부팀장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배를 장항습지 쪽으로 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서 보지 못했던 장항습지에서 산남습지까지 습지모양을 볼 수 있겠구나. 당연히 장항습지 쪽 항행이 있으면 그리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5월 4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서둘러 전류리포구로 갔다. 마침 강가에는 전류리 어촌계 배들이 십여 대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각 배에는 번호와 깃발이 붙어 있어 꽃단장을 한 느낌이었다. 간단한 출정식을 마치고 구명조끼를 입은 후 각자 배에 올랐다. 어촌계 선장님들은 항행객들을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작은 고깃배라서 한 배에 3~4명씩 나누어 탔는데 우리 배에는 김포시청 문화관광과 공무원과 해병2사단 간부, 그리고 우리 일행 2명까지 해서 4명이었다.
배는 곧 경쾌한 엔진소리를 내며 출발하였다. 마침 우리 배 선장님이 선두를 맡는다고 하셔서 산남습지 쪽으로 가서 천천히 장항습지 방향으로 이동해 주십사 요청드렸다.
물때는 물이 많고 높은 사리 때였다. 이미 만조가 시작되고 있어서 물이 아래에서 위로 밀고 있었다. 서해와 가까워서 염도도 높았고 수온도 아직 높지 않은 14도 정도였다. 가는 동안 어부들이 간혹 물개(실은 백령도의 물범)가 보인다는 말도 해서 물속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강 한가운데에는 큰 배가 몇 대 서 있었는데 강화 앞바다에서 보던 젓새우잡이 어선이었다. 장항습지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사뭇 바다풍경에 더 가까웠다.
우리 배는 크기는 작아도 150마력의 엔진을 장착해 속도가 제법 붙었다. 뱃머리에 앉아 얼굴을 토닥이는 강바람과 기분 좋은 햇살, 살랑거리는 물살을 느끼니 참 고급진 생태관광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쁜 실뱀장어 시즌에 전류리어촌계의 협력을 끌어낸 김포시가 새삼 고맙고 대단해 보였다. 우리 배 뒤로 서너 대의 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김포시 행정선이 유도방송을 하며 선도해 주니 그 또한 볼거리였다.
배는 전류리포구를 떠나 맞은편에 있는 산남습지 앞으로 나아갔다. 산남습지는 절반은 고양시 구산동에 속하고 절반은 파주시 산남리에 속한다. 그러나 구산동 쪽은 이미 농경지로 개발되어 습지는 산남리 쪽으로만 주로 남아 있다. 다행히 겨울철새들의 먹이터와 갯벌쉼터가 구산동 쪽이라 물새 서식지로서는 구산동 쪽이 주다. 그래서 지금껏 구산동 통문을 통해 농경지로만 돌았는데, 이렇게 강 위에서 접근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겨울 개리와 재두루미들이 먹이를 먹고 기러기들이 북적대던 갯벌은 물에 잠겨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민물가마우지와 왜가리, 흰뺨검둥오리들이 물을 차고 오를 뿐이다. 산남습지를 뒤로하고 배는 상류 방향으로 속도를 냈다. 겨울철 거대한 사주가 드러났던 곳도 물에 잠겼다. 얕은 물에 숭어가 간간이 뛰어올랐다. 괭이갈매기가 연신 수면 가까이 오르내리는 것을 보니 웅어들도 오르고 있나보다 했다.
고양시 쪽 수변부는 갈대와 모새달로 습초지를 이루고 있었으며 생각보다 넓은 띠를 이루고 있었다. 장항습지를 구산동까지 확장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얼마후 배는 일산대교를 지났다. 이산포 돌섬은 새똥으로 하얗게 보였다. 그래서 고양 사람들은 이 섬을 소금섬이라 불렀나 보다. 김포시에서는 독도라 부른다 했다.
이 섬에는 과거 냉전의 산물인 전방초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여름철이면 저어새들의 쉼터가 되는 곳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저어새들이 앉아 쉬고 있다. 가을철 이동기 때는 30마리 정도가 관찰됐는데 오늘은 5마리다. 알 낳을 자리를 찾는 젊은 개체들로 보였다. 이곳 저어새는 주로 인천 앞바다 무인도에서 번식하고 이동해온 어린 녀석들이라는 것을 위성추적장치로 알게 되었는데, 이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이동해 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장항습지 한가운데를 지나니 어린 선버들이 가장자리에서 맹렬히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버드나무숲 면적이 확장되고 갯벌이 줄어들고 있었다. 배는 김포대교 밑 백마도 앞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내려갔다. 소금섬 앞을 다시 지날 즈음 검은머리물떼새 한 쌍이 보였다. 천연기념물이자 해양보호생물로 주로 바닷가에 굴이나 조개를 먹는 애들이다. 장항습지 첫 기록이기도 했다.
배는 그길로 쉼없이 하류방향으로 달렸다. 아직 밀물이 들고 있어서 물보라가 튀고 많이 흔들렸다. 그렇게 가는 와중에 황새 한 마리가 머리 위를 스치듯 날았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텃새개체군에 속하는 녀석이다. 텃새 황새는 한때 한반도에서 멸종되었다가 정부에서 인공번식으로 증식시켜서 충청도지역에서 주로 서식하고 있데, 이들이 한강하구까지 진출한 모양이었다. 반가운 황새를 뒤로 하고 한강하구 항행은 끝을 맺었다.
장항습지 람사르 등록이 1년이 지났다. 뭍에서 생긴 지뢰사고로 해당 공무원들과 당사자들은 법적 송사에 휘말려 있다.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지만 김포시는 하구의 물길을 열어 지자체 간 협력방안을 이끌어 내고 있다. 고양시도 이런 김포시의 노력과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