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무료 통행카드 도입”
김동연 “잦은 말바꾸기, 뻔뻔”
[고양신문]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공약 중 고양·김포·파주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약이 있다면 바로 일산대교 무료화다.
한강을 건너는 교량 28개 중 유일한 유료다리로 1.8㎞를 지나기 위해 주민들은 1200원을 내야 한다. 주5일 근무로 계산하면 한 달 평균 5만7600원, 1년이면 약 70만원이 들어가는 적잖은 금액이다.
일산대교 무료화는 지방선거 투표일을 1달 앞둔 4월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이 반대하던 민주당의 주요 공약이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추진했던 사업이라 주목을 많이 받았고, 반대로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의 보수매체는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게 돼 결국엔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된다’라며 반대여론을 조성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전국구 선거(대선)가 끝나고 지방선거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지역여론을 살폈는지 일산대교 무료화를 갑자기 선언하고 나섰다. 보수매체의 입장도 돌변한 것은 마찬가지다. 1년 전 ‘일산대교 무료화, 이재명 지사 찬스 남용 아닌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던 중앙일보가 최근엔(5월 27일자) ‘김은혜의 일산대교 무료화, 젊은 표심 뒤집었다’는 기사를 내놨다. 무료화에 대한 긍적적 논조의 기사를 쓴 것. 과거 자주 인용됐던 “경기도가 민간사업자와 국민의 뒤통수를 쳤다”라는 등의 반대의 목소리는 최근 기사에선 찾아볼 수 없다.
김은혜 후보가 말을 바꾼 것은 지난달이다. 4월 14일 당내 경선토론에서 “1조원(무료화 비용)이 넘는 돈을 후임지사에게 떠넘기고 갔다”라며 이재명 전 지사를 맹비난했지만, 불과 15일 뒤인 29일엔 ‘9대 비전(공약)’을 발표하며 ‘일산대료 무료화’를 슬쩍 집어넣었다. 그리고 5월 20일엔 ‘무료 통행패스 카드를 도입해 통행료를 없애겠다’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에 민주당 홍정민(고양병) 의원은 “이재명의 무료화는 나쁜 무료화고, 김은혜의 무료화는 좋은 무료화냐”며, “이런 뻔뻔함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공격에도 김은혜 후보 측은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이재명 전 지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무료화 방안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김포, 고양,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해 일산대교 인수 등 무료화를 위한 모든 방법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고양, 김포시민에 한해 우선적으로 일산대교 무료통행 패스카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김은혜 후보의 협의체 구성안은 기존 민주당 공약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 김동연 후보 측도 이재명 전 지사가 추진했던 방식대로 인근 지자체와 함께 국민연금과 협의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무료화 찬성 입장만 밝혔을 뿐, 무료화에 따른 세부 실행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엔 무료화 여부를 결정할 관련 소송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작년에 경기도는 ‘선무료화 사후정산’ 방안을 내놓고 예산을 확보해 뒀으나 법원이 선무료화 방안을 막아서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김동연 후보 측은 ‘일산대교를 뺏자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수익까지 보전해 경기도와 지자체가 살 테니 감정평가를 통해 (매입가격을) 결정하자’는 이재명 전 지사의 입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며, 일산대교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손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말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강행했지만, 법원이 가처분 결정에서 일산대교 손을 들어주면서 불과 3주 만에 통행료 납부가 재개됐다. 본안 소송에서마저 일산대교 측이 승소하는 경우 경기도 차원에서의 무료화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한 본안 소송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소송 과정에서 추가적인 행정조치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