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닥터 조수현 칼럼-

[고양신문] 퇴근길에 지방에 있는 동서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동서지간이지만 어언 20년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친형제보다 더 사이가 좋은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동서가 주식투자를 시작하면서 전화하는 일이 전보다 조금 잦아졌습니다. 최근에 미국 주식 중에 에너지 관련 주식을 하나 샀는데 단기간에 20% 가까이 올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주식투자를 해보신 분이라면 이러한 고민이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주식투자를 하게 되면 주가가 올라도 내려도 마음은 불안합니다. 고민 끝에 내가 산 주식이 내리면 또 꼭지를 잡은 건가 불안하고, 주가가 오르면 지금 수익실현을 해야 할까, 팔고 나면 더 오를텐데…. 이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최근 주식시장이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 같습니다. 재작년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는 다들 경제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크게 반등했으니까요.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스터마켓(주식시장)은 조울증 환자와 같다. 주가가 올라가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갑자기 비관적이 되어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치운다.”

연초 대비 우리나라 주식시장(KOSPI)은 약 12% 하락했습니다. 경제대국인 미국의 나스닥(NASDAQ) 지수가 약 25% 하락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주식시장의 조정이 길어지자 메스컴에서는 연일 분석과 예측이 쏟아집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그렇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려서 그렇다, 코로나19 제로 정책을 고수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의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세계 공급망 붕괴 등을 언급합니다. 모두 부정하기 힘든 요인이고 위험요소입니다. 

그런데요… 언제 주식시장에 이런 위험한 요인들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나요? 경제상황이 좋아서 모두가 어려움 없이 평안했던 시기는 거의 없었습니다. 제 기억에만 해도 1998년 IMF 금융위기, 2001년 9ㆍ11 테러,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2011년 유로존 위기, 2018년 미·중 무역전쟁,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사건들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엄청난 공포를 느낍니다. 과거의 경험을 더듬어 보지만 이번 위기는 차원이 다른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전문가들도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이례적이지도 극단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쟁과 테러, 신용위기는 새로운 사건이 아니며 지정학적 갈등이나 자연재해, 팬데믹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더라도 지금 내가 직면한 투자손실은 여전히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는 건 아닐까?” 

조금 위안의 말씀을 드리자면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이 고점 대비 20%,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중 가장 많이 투자한 테슬라가 고점 대비 약 40% 하락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최고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약 15% 하락 중입니다. 
 
그럼 세계적인 기업들의 주가는 왜 이렇게 하락했을까요? 그리고 주식시장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많은 투자자들이 그 주식을 팔았기 때문’일 겁니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판 이유는 투자자 수 만큼 다양할 거고요.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변동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어느 방향으로든요. 사실은 독자분들도 눈치채셨겠지만 두 질문 다 제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질문입니다. 여하튼, 독자 여러분들의 주식은 안녕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요즘 투자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주식보다 여러분이 안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설적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의 명언 한 마디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생각은 언제나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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