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자치도시연구소 소장, 정치학 박사)
[고양신문] 선거는 현대 민주주의의 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와 다르다. 고대 민주주의가 주민이 직접 통치하는 정치체제라면, 현대 민주주의는 경쟁의 정치체제다. 경쟁이란 정당들이 후보를 내세우고 공약을 제시하면 유권자가 선택하는 정책 경쟁, 신뢰 경쟁을 말한다. 주민은 경제생활과 문화생활을 하므로 정치 생활에만 전념할 수 없다. TV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이 TV 수리공이 될 필요가 없는 것과 아이를 낳기 위해 부모가 산부인과 의사가 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정당들이 경쟁할 때 시민은 좋은 후보, 좋은 정책을 구별할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선거가 현대 민주주의 꽃인 두 번째 이유는 경쟁을 통해 후보자와 유권자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선거는 공격과 방어로 이루어지되, 심판관인 ‘유권자’가 보는 공개 경쟁이다. 누가 더 ‘좋고 능력 있는가’하는 경쟁을 경험하면서 후보와 유권자 모두 성장한다. 후보는 무엇이 고양시민이 원하는 바인지를 찾고, 대안을 고심하며 만들면서 지적으로 관계적으로 성장한다. 유권자는 잘 모르던 고양시의 일들, 고양시의 현재와 미래를 듣고 생각하면서 고양시를 책임지는 한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사람들의 능력은 다양할 뿐 차이는 크지 않다. 선거를 통해 당선한 분과 낙선한 분도 능력과 역량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국의 현실에서 정당 지지도의 차이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5년간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직을 담당했기에,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선에서는 새로운 후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 결과 당락이 뒤바뀌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발전의 상징이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소수자가 다수자가 되고, 다수자가 소수자가 된다. 정권교체는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당선자는 5년 후 혹은 4년 후 선거에 재선하고 재집권하기 위해 공약을 완수해야겠다는 책임, 유권자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 낙선자는 지금은 안타깝게 졌지만 이번이 전부가 아니고 수년 내에 도전의 기회가 있다는 소망으로 마음을 새롭게 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다음 선거 4년은 긴 것 같지만 짧기도 하다.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낙선한 정당과 후보들에게는 지금은 다시 시작하는 좋은 시점이다. 물론 당선자에게도 지금이 중요하다. 당선자는 각종 행정 자료를 수집하고 권한을 발휘해 좋은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선자와 낙선자 모두 지금부터 정책 경쟁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정치 선진국 영국에는 그림자 내각 혹은 새도우 내각이라는 정치제도가 있다. 2022년 6월 현재 시점에 영국의 여당은 보수당이다. 내각은 보수당의 대표인 보리스 존슨이 수상을 맡고, 20여 명의 보수당 국회의원들이 각부 장관을 맡아 구성한다. 그림자 내각은 집권하지 못한 야당의 내각이다. 2022년 현재 영국의 야당인 노동당의 홈페이지에는 31명으로 구성한 그림자 내각 명단과 사진이 있다. 2020년 당원 선거에서 선출한 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가 그림자 내각의 수상이다. 이외에 경제장관, 외무장관, 내부 장관, 교육장관 등 30명의 그림자 내각의 장관들이 있다. 내각의 장관과 그림자 내각의 장관은 1:1로 토론한다. 일자리 이슈가 발생하면 내각의 경제장관과 그림자 내각의 경제장관이 토론한다. 정책 경쟁을 통해 각자의 장점을 주장하고 단점을 보완한다. 내각과 그림자 내각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며 경쟁한다.
영국의 그림자 내각이라는 정치제도가 갖는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는 선거 이후 정책 경쟁이다. 낙선자는 비록 어제의 선거에서는 졌지만 4년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당선자보다 더욱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정책 능력을 제시하며 유권자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선자는 다음 선거에서도 재승리하기 위해 노력한다. 유권자와 더 소통하고 정부 기구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권자가 피부로 느끼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당선자와 낙선자 모두 각자의 정책 공간 혹은 정치 공간에서 4년 후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정책 경쟁 시간이다. 모든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이 4년 후 선거를 바라보며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차근차근 정책을 개발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정책 경쟁에 나설 때이다. 고양시민의 마음을 감동하게 하는 정책 경쟁을 정당들과 정치지도자들에게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