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어디로?’
인터뷰 - 이용우 비상대책위원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 득표율이
민주당이 가야 할 방향 제시했다”
당원 중심으로 가면 뺄셈정치 하게 돼
민심으로 들어가려면 덜 민주당스러워야
‘뉴페이스’ 필요하단 기류 조성되고 있어
[고양신문]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우상호 위원장을 필두로 비대위원은 총 5명이다. 초선(이용우), 재선(박재호), 3선(한정애)에서 각각 1명씩 대표의원을 추대했고 원외에서 2명(김현정 원외대표, 서난이 전북도의원)이 발탁됐다.
이번 민주당의 쇄신 노력은 당심보다는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젊은 감각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초선의원들의 의중이 중요한 시점이다. 민주당 초선의원 81명 중 비대위원에 이름을 올린 이는 일산서구(고양정)를 지역구로 둔 이용우 국회의원이다. 민주당 초선모임 ‘더민초’는 계파 없이 본인의 소신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이용우 의원을 비대위원에 추대했다. 이 비대위원이 생각하고 있는 민주당의 쇄신 방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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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났고, 8월 말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짧은 기간 비대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선 직후에 꾸렸던 비대위는 지방선거에 빨려들어 가면서 당의 쇄신은 생략되고 말았다. 이번 비대위는 시간은 짧지만 당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문재인 5년, 총선, 보궐, 대선,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뭘 잘못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원들이 ‘삼삼오오, 중구난방’으로 모든 것을 다 올려놓고 토론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이슈들이 나올 거다. 한 개인의 잘잘못으로 몰아가는 것보다 우리가 나갈 지향점을 선정하는 것에 초첨을 맞춰야 한다. 외부인사 중심으로 평가단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 초선으로서는 유일하게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다. 왜 본인이 발탁됐고 비대위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나.
저는 계파가 없다. 의원총회 등에 나가면 잘못된 건 잘못됐다라고 쓴소리 많이 했고 그런 모습들이 초선의원들에게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 이번 비대위에서 중요한 점은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논란이 줄어든다.
❙ 지방선거 왜 패배했다고 보나.
국민의 눈높이와 당심과의 괴리가 심했다. 국민들은 민생이 우선이었는데 자꾸 뭘 개혁하겠다고만 했다. 수요자 마인드가 아닌 공급자 마인드로 임했던 거다. 결국 국민 눈높이에 접근하지 못했던 게 패배 원인이다.
경기도에서 김동연 후보가 왜 이겼는지 그 득표율만 봐도 우리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가 명확히 보인다. 이동환(국힘 고양시장) 후보를 찍었던 사람이 김동연 후보를 찍었다(민주당 이재준 고양시장 후보 득표율은 낮았지만,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의 득표율은 높았다). 이유는 바로 이거다. 덜 민주당스럽고,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닌 유능하고 깨끗한 사람을 원했던 거다. 지방선거는 지역일꾼론과 인물론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당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졌다. 당원 중심으로 가면 뺄셈 정치를 하게 된다.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
❙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대중의 목소리, 국민의 눈높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민주당의 가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명확히 제시했다고 본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이다. 지금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는데 중산층이 붕괴되는 과정에 있다. 현재의 민주당에서는 중산층을 어떻게 복원하고 두텁게 할 건지, 눈에 보이는 게 없다. 당의 노선에 있어서는 그런 것들을 평가해야 한다. 혁신성장인지 공정성장인지, 뭐가 우선인지 정립이 안 되면서 그때그때마다 말이 달랐다. 그런 바탕을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담보할 수 있는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 우상호 비대위원장의 핵심 메시지는.
‘언로를 막으면 안 된다. 모든 얘기가 다 나와야 한다’가 핵심이다. 민주주의 가치는 시끄러운 거다. 누가 무슨 얘기를 하면 ‘그거 안돼’라고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서히 의견들이 수렴될 거다.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쪽으로 쏠리면 안 된다. 예컨대 ‘수박’이란 표현은 굉장히 잘못됐다. 의견이 다르면 대화로 조율하면 되는데 ‘수박’이란 표현은 상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넌 나쁜 놈이야’하며 낙인찍고 ‘저쪽 편이지?’하는 행위, 이것이 바로 언로를 막는 행위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이재명 강성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 친문재인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이다.)
❙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많이 휘둘렸다는 지적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그런 것을 이용하려 했지만, 사실 흔들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말을 안했을 따름이지…. 곧 정화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이 발견될 거다.
❙ 팬덤정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선거 때는 지지층 결집에 유용하지만 결국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팬덤, 있을 수 있다. 그런데 BTS의 팬덤 ‘아미’를 보면 누굴 욕하지는 않는다.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문자폭탄을 보내고 또 이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사실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단순히 문자 몇 자로 우리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문자폭탄은 자유로운 논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즉 언로가 트이면서 부정적 현상들이 자연스럽게 걸러지고 있다. 그런 자정능력을 믿어야 한다.
❙ 8월 전당대회에는 어떤 인물들이 나서야 한다고 보나.
누가 된다 안 된다라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은 옛날 YS, DJ와 같은 리더십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다양성을 수용하고 조율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정치는 가변적이다. 어려울 때 새로운 출구가 나올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높이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40대 기수론 이야기가 나오는데, ‘70년대생’이라는 생물학적 나이보다도 기존의 당내 주류세력과는 다른 뉴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이에 부합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 전당대회 룰에 대해 얘기하면.
지금 민주당은 국민들에게서 멀어져 갔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 여론을 많이 반영할 수 있도록 여론조사 비중을 높여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국민 눈높이에 잘 맞춰) 이준석 당대표가 등장할 수 있었고, 태극기 부대를 안고 가지 않았다.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룰을 변경하는 게 가능하냐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지금은 비상한 시기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룰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반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