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고양특례시의회 과제는
조례발의 수 382→383→651 늘었지만
전체 대비 의원 발의 비중 40% 못 미치고
조례가결률 또한 집행부 발의 비해 낮아
입법역량·조례수준 높이는 방안 필요
조례제정 통해 각종 지역 현안 의제화해야
[고양신문] 7월 1일부터 9대 고양시의회가 출범한다. 첫 시작은 항상 많은 기대를 안기 마련이지만 이번에 출범하는 시의회가 갖는 의미는 유독 남다르다. 인구 109만 고양특례시 출범 원년을 맞이해 출범하는 데다가 작년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독립성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양특례시의회가 시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서 시정에 대한 견제·감시, 때로는 협력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 핵심은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높이는 것이다. 의회가 가진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입법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지방의회 또한 마찬가지인데 실제로 작년 경기도의회가 ‘생산성 지표’개발을 위해 전문가 53인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주민대표성, 의결권, 입법권, 견제 및 감시, 적극의정 중 조례제정과 관련된 입법 기능에 가장 많은 가중치를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AHP를 활용한 지방의회 생산성 지표개발 연구」, 한국자치행정학보, 2021 참조).
하지만 지방의회, 그중에서도 기초의회의 입법역량은 아직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고양시의회 또한 마찬가지인데 조례 발의 건수는 매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규모로 봤을 때 집행부 발의율이 높아 여전히 지자체가 입법주도권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질적 측면을 보더라도 연구용역이나 토론회 등 제대로 된 준비과정을 거쳐 조례가 마련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손에 꼽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의회 조례발의율, 도의회 절반수준
입법기관으로서 고양시의회의 실적은 어떨까. 최근 고양시의회 조례발의 현황을 살펴보면 5대 시의회 320건, 6대 시의회 382건, 7대 시의회 383건으로 소폭상승 혹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가 지난 8대 시의회에 접어들어 651건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중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 건수를 살펴보면 5대 시의회 당시 43건에 머물렀던 발의 건수가 6대 시의회로 넘어오면서 129건으로 3배나 증가했다. 이는 2010년 당시 고양무지개연대 바람을 통해 젊고 실력있는 시의원들이 대거 의회에 입성한 덕분인데 실제로 전체 조례 발의 수 대비 의원 발의 비중 또한 13.4%에서 33.8%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그래프 1>. 이후 7대 시의회에서는 의원 발의가 105건(27.4%)으로 오히려 줄었다가 8대 시의회에는 다시 258건(39.6%)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이번 시의회 들어 의원들의 조례 발의 비중이 40%대까지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으나 여전히 입법기관으로서 활동이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기간 광역의회인 경기도의회의 경우 의원 발의비중이 80%를 넘을 정도로 의회가 입법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회나 도의회를 보면 입법 기능을 의회에서 주도하는 반면 시의회는 아직까지 집행부 발의 조례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의회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외부에서 봤을 때 시장과 집행부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선 7기 들어 이재준 시장이 주요 이슈와 관련된 조례를 의회에 협조요청하지 않고 대부분 직접 집행부 발의로 했던 탓에 행정부인 지자체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처럼 시장(집행부)과 의회 간의 입법주도권 차이는 조례가결률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번의 시의회에서 집행부 발의 조례는 90% 이상 가결된 반면 의원 발의 조례 가결률은 5대와 6대 모두 70%대 초반에 머물다가 이번 8대 의회에 들어서야 86.8%로 상승했다<그래프 2>. 이마저도 집행부 조례 가결률에 비해서는 4% 떨어지는 수치다.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여야 간의 치열한 정치공방으로 부결 혹은 계류되는 경우도 있지만 입법역량 부족으로 인한 조례 자체의 결함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반면 집행부 발의 조례안은 상당수가 상위법에 따른 제개정과 행정기구 설치, 인사 및 운영에 관한 것이어서 가결률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세부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집행부 발의 가결률에 비해 의원발의 가결률이 떨어지는 것은 앞으로 9대 시의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보여진다.
조례수준 높이기 위한 ‘입법평가제도’ 필요
단순히 조례 건수 채우기를 넘어 시민들에게 필요한 내실 있는 조례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까지 조례안이 대부분 위임조례 즉, 국가가 법령으로써 위임한 것을 제정하는 사례가 많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의원들의 조례 발의율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위법에 따른 천편일률적 조례가 아닌 독자적인 조례, 의제형성 과정부터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일이다.
대표적으로 이번 8대 시의회에서 제정된 ‘지역상품 우선구매 조례’(정봉식 의원 대표발의)와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조례’(이길용 의원)의 경우 지역 기업단체와 건축사회 등이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회가 조례안을 발의한 모범사례였다. 전국 최초로 통과·시행된 ‘성별임금격차 개선 조례안’(장상화 의원)은 조례제정 이후 고양시 산하기관 실태조사와 중장기적 대책까지 이어지며 실효성 있는 조례로 인정받고 있다.
한 시의원은 “단순히 발의 수로만 논하기에는 같은 조례라도 상위법에 따라 문구 몇 개만 수정한 것과 제대로 된 숙의 과정을 거쳐 나온 조례 사이에는 질적 차이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가령 조례제정 과정에서 연구용역이나 당사자·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는지, 시의적절한 주제인지 등 다양한 부분들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의회의 입법역량과 조례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입법영향분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입법영향분석이란 법률이나 조례 등이 국가와 사회, 개인에게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을 전문적으로 예측·분석·평가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경기도의회뿐만 아니라 수원·부천·파주시의회에서는 조례시행효과 및 목표달성을 평가하는 ‘입법평가조례’를 제정해 조례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때문에 특례시의회 원년을 맞이한 고양시의회도 이제 입법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은 “국회의 경우 꾸준한 지원을 통해 입법역량이 높아진 반면 기초의회는 이러한 입법보좌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역의 주요 이슈를 조례를 통해 의제화하는 역할을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부터 기초의회에도 입법전문인력이 채용되는 만큼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소장은 “조례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양시에서도 각 의원별 대표조례를 놓고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평가·시상을 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