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고양신문] 기름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그런데 더 오르라니? 화를 내실 수도 있다. 기후위기나 지구온난화 같은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 먼 나라 이야기로는 설득이 안되니 기름값을 생각해서라도 엔진공회전 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엔진공회전? 운전석에 앉는 순간 일단 시동부터 켜서 자동차님(!)을 편안한 상태로 만든 후 출발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으로 운전을 배우셨다면 낯선 개념일 수 있다. 그런데 「경기도 자동차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 2조 3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공회전’이란 자동차의 원동기를 가동한 상태로 주차 또는 정차하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조례 4조는 “운전자는 5분 이상 공회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단속 대상이 될 경우 「대기환경보전법」 94조에 의거하여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도 가능하다.

100만원? 너무 놀라지 마시라. 다행히(!) 경기도는 엔진공회전을 특정 장소에서만 단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쿨존처럼 우리 아이들을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경우에 단속이 가능하다. 살고 계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옆집 아이들이 바로 내 차 옆에 있어도 실컷 엔진을 공회전하실 수 있다.

과태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울만 유난히 공회전 제한 장소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서울시 전 지역으로 하고 있다(서울특별시 자동차공회전 제한에 관한 조례 3조). 제한 시간도 2분이다. 스쿨존 같은 경우에는 ‘중점 공회전 제한장소’로 지정하여 단속을 한다. 단속 규정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지만, 사실상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서울 사람이나 경기도 사람이나 모두 엔진공회전의 유해함에 대해 둔감하거나 아예 인식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 공통점은 존재한다. 공무원들의 단속도 마지못해 하는 인상을 풍기는 점도 서울에서나 경기도에서나 똑같이 한 경험이다. 

아이들이 학교급식에서 유기농 음식을 먹는지, 먹는 양은 충분한지 민감하게 살피는 부모들도 학교 앞에서 거리낌 없이 엔진공회전을 한다. 음식을 유기농으로 먹였으니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유해가스와 미세먼지에 우리 아이들이 저항력이 있다고 확신하셔서인가? 아이들 하교 시간에 몰려드는 노란색 학원 차들이 주차해 놓고 털털거리며 내는 엔진소리는 무슨 음악회에 온 느낌을 준다. 음악학원 차가 주도하고 태권도 학원 차가 화음을 넣으며 수학학원 차가 소리를 맞춘다. 

이런 학원 차들을 단속해 달라고 구청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담당 공무원의 목소리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웬 진상이 전화했나? 목소리에 짜증도 섞여 있다. 구청 명의로 각 학교나 학원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아이디어는 먼저 생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학원이 몇 개인데 그걸 다 보내냐는 볼멘소리만 한다. 그래도 민원성 전화를 받았으니 단속 한 시간 나왔다 간 것으로 공무원 월급값은 충분히 했다는 태도다. 일일이 단속이 곤란하니 공회전 학원차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는 그 공무원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한번 찍으려 시도했다. 학원 차 건장한 남자에게 얻어맞는 줄 알았다. 

이런 이야기가 유난스럽다고 생각하시는가? 우리가 이런 생각으로 무심코 그리고 편안하게 살다가 ‘세월호’를 보았다. 당장 눈앞에서 보이는 것이 없으니까 괜찮다고 보시는가? 이런 우리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모여서 기후악당 코리아를 만들고 있다. 불편하고 어색하시더라도 한번 변화를 시도하면 어떨까? 주정차시 자동차 시동은 무조건 끈다. 더우면 일단 창문을 내린다. 차에 타자마자 시동 걸던 손가락은 접는다. 검색은 먼저 하고 시동을 걸자마자 출발한다. 기후ㆍ환경이 먼 나라 이야기 같으면 기름값이라도 생각해보자. 그렇게 내가 변할 때 세상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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