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쓰고, 치위생사가 그린 화제의 책 공동 저자 김혜성·신지원

평생 건강 좌우하는 입속 세균
전문지식을 만화로 쉽게 설명
말·글의 한계 그림이 큰 도움
을지대 치위생학과에 인세 기부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이 9일 현장실습교육을 위해 사과나무치과병원을 찾은 을지대학교 치위생학과 4학년 학생들과 북토크 시간을 가졌다.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이 9일 현장실습교육을 위해 사과나무치과병원을 찾은 을지대학교 치위생학과 4학년 학생들과 북토크 시간을 가졌다.

[고양신문] 사람의 입속에는 수백 가지의 세균이 있어 충치 등 구강 질환과 잇몸병, 입 냄새를 유발한다. 그뿐 아니라 입속 세균은 호흡기 질환, 편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중 뮤탄스균, 고도니균이라는 세균은 잇몸의 상처를 통해 혈관으로 흘러가 심장에 이르면 심내막염 등 심장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입속 세균이 몸속으로 침투하면 치매, 고혈압, 당뇨, 뇌졸중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입속 미생물이 전신건강에 영향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이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과의 공존』, 『미생물과 공존하는 나는 통생명체다』라는 대중서를 지속해서 출간하며 구강 건강과 전신건강의 상관관계, 우리 몸에서 미생물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김 이사장의 어머니도 4년째 치매를 앓고 있다. 김 이사장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관리한 덕에 어머니는 평소 아들이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 구강관리와 치료를 받고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가는 날도 많다. 지난 9일 사과나무치과병원 강당에서 진행된 을지대학교 학생들의 워크숍에도 김 이사장의 어머니가 자리를 함께해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현장을 지켜보며 미소짓기도 했다. 

과학적 탐구 정보 시민들과 나눠 
김 이사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자신과 신지원 작가가 최근 공저로 출간한 『입속세균에 대한 17가지 질문』의 저작권료 전액을 을지대학교 치위생학과의 교육과 발전을 위해 교육장학금으로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장학증서를 김명희 교수에게 직접 전달해 현장을 찾은 학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김혜성 이사장이 김명희 을지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사진 오른쪽)에게 교육장학금 기부증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김혜성 이사장이 김명희 을지대학교 치위생학과 교수(사진 오른쪽)에게 교육장학금 기부증서를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그는 자신의 책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북토크 시간에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병증은 내 몸이 외부환경과 맞서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라며 “내 몸이 급격하게 반응을 보이면 급성질환으로, 천천히 나타나면 만성질환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그러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입속이다”고 강조했다. 즉, 호모사피엔스인 우리 생명의 정체성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는 우리 몸 중에서 입안이라는 것. 

김 이사장은 일상적인 만성염증 관리, 미생물 조절, 입속세균 관리를 잘하면 누구나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진료 이외에도 매일 새벽 해외 저널과 논문을 보고 또 인문, 사회, 역사, 철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과학적 탐구와 인문학적 통찰력이 담긴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며 시민들과 정보를 나누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치위생사 출신 작가와 함께 책 출간
김혜성 이사장과 신지원 작가가 함께 펴낸 『입속세균에 대한 17가지 질문』은 치과 전문의인 김 이사장이 전문지식을 되도록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거기에 더해 충분한 배경지식을 가진 치과위생사 출신 신지원 작가가 그림, 도표, 사진 등을 곳곳에 넣어 핵심적인 내용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도 국내 의학 분야 출판에서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두 작가를 을지대학교 학생들과의 북토크 후 만났다. 


저자 인터뷰
“의학 정보와 메디컬일러스트의 만남 ‘신선’하다고 해요”

(사진 왼쪽부터) 신지원 작가와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사진 왼쪽부터) 신지원 작가와 김혜성 사과나무의료재단 이사장

개원 후 진료를 이어오면서 쉬지 않고 연구를 이어가며 책도 저술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김혜성
재미있어서다. 평생 인생을 살면서 나에게 의미를 주는 주제인 미생물 공부는 일이 아닌 내 삶의 재미 그 자체이기에 어렵거나 지치거나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치위생학과 졸업 후 조형예술학과에서 바이오메디컬아트 전공으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은 이력이 독특하다.
신지원
웹툰 시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웹툰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으로 전달되는 콘텐츠의 힘에서 매력을 느꼈다.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종종 태블릿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치과위생사협회 신문인 ‘치위협보’에 치과위생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카툰으로 연재하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전공에 그림을 접목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마침 인천가톨릭대학교대학원에 바이오메디컬아트 전공이 있다는 걸 알게 돼 2020년 5기로 입학해 올해 학위를 받았다. 

요즘 하는 주요 활동을 설명하면.
신지원
사실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활동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현재 환자에게 필요한 치과 관련 정보를 2D나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있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 환자는 많고, 설명시간은 부족하고, 글과 말로는 내용 전달에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치과 질환과 진료를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작해서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신지원 작가의 메디컬일러스트 작품 사진.
신지원 작가의 메디컬일러스트 작품 사진.

두 분이 공저를 낸 계기와 배경은.
김혜성
우리 병원 치위생사의 소개로 신지원 작가를 만나서 제가 쓰는 책을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안했다. 국내에서는 의학 대중서 분야에서는 신 작가님 같은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 것은 아마 처음 아닌가 생각한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면.
김혜성
마이크로바이옴 공부와 연구를 시작하면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장 누수(leaky gut) 개념에서 착안해 잇몸 누수(leaky gum)라는 표현을 써왔다. 진료실의 경험과 여러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잇몸 누구로 인한 입속세균이 손상된 잇몸의 점막을 통해 혈관으로 침투해 전신을 돌아다니며 암, 치매, 염증 등 각종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설명했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 치약 선택과 올바른 칫솔질의 중요성,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 구강관리를 위한 용품 선택 시 주의점과 사용법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하려고 했다.

치과의사가 쓰고, 치과위생사가 그린 책이라는 컨셉이 의료계나 일반 독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또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보나.
신지원
최근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다양한 직업 분야에서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문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치과계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나 인스타툰, 블로그, 브런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치과의사, 치과위생사가 개인의 재능을 살려 전문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매체 중 하나고, 구강관리전문가로서 임상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일반 독자들에게는 정보에 대한 이해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K-웹툰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되면서 글로벌 팬덤을 낳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힘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또 의료·건강 등과 관련된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신지원
한국콘텐츠의 탄탄한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풀어가는 스토리텔링이 세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힘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의료선진국인데, 아직 의료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고 외국 자료를 많이 가져와 사용하고 있다. 의료콘텐츠는 시작단계고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수준과 아티스트들이 협업해 질 높은 콘텐츠들을 계속 생산한다면 글로벌에 경쟁력도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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